상단영역

본문영역

18년, 일본, 노후선박...세월호 ‘닮은꼴‘ 여수-제주 운항할 뻔

  • 입력 2014.06.20 13:03
  • 수정 2014.06.24 10:35
  • 기자명 심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 관련 사진
쾌속카페리 ‘수이산호(SUISEN)의 원래 모습
ⓒ 손봉선관련사진보기
여객정원·화물적재량 대폭 확대... 여수항만청, 세월호 이후 카페리 취항 취소
오는 9월 초 운항 예정이던 여수-제주간 정기여객선 카페리호의 취항이 취소된 사실이 <여수넷통>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업은 여수박람회장 국제여객부두 사후 활용의 일환으로 지역민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카페리호 취항이 무산되면서, 여수해양항만청(청장 오운열)은 다시 원점에서여수-제주간 여객사업 업체선정에 나설 모양새다.

앞서 지난 4월 여수해양항만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수~제주 간 177㎞의 뱃길을 운항하는 여객선 운영사업자로H고속이 선정됐다"면서 "H고속이 여수신항과 제주항을 오가는 1만7329톤급 쾌속 카페리 ‘수이산호(SUISEN)‘를 취항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수이산호는 일본에서 퇴역한 이 여객선의 원래 이름이다.

선령 18년 된 노후선박... 승선인원 4배 증가
기사 관련 사진
H고속이 여수항만청 입찰제안서에 제출한 수이산호의 모습.
ⓒ 여수해양항만청관련사진보기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 4월 여수-제주항로를 운항할 신규사업자 선정에 나섰다.이에 3개 업체가 입찰에 참가했다. 외부인사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사업제안서를 바탕으로 사업적격자 선정 프레젠테이션을열었다.

이후심사위원들은 ▲ 여객운송사업 수행능력 ▲ 신용도(경영상태) ▲선박 확보 계획 ▲운항 개시 시기 ▲제주-여수항로 활성화 방안 등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평가한 선정심사에서 내항운송사업 면허대상자로 ‘H고속‘을 선정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일 주일 전인 4월 9일의 일이었다.

입찰에 앞서 H고속은 수이산호를 들여오기 위해 일본 신니혼카이 페리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고속이 면허를 취득하면인수협의를 진행해, 9월 초부터카페리호운영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이후 수이산호는 ‘세월호 참사‘라는 복병을 만났다.심사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다. 먼저, 이 배는 선령이 18년 된 노후선박으로, 이는 세월호가 2년 전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될 당시의 선령과동일하다. 기존 20년이었던 선박 사용 연한은 이명박 정부때30년으로 늘어났고, 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6월 2일자 <호남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수이산호‘는 일본의 신니혼카이(新日本海)페리가 1996년 도쿄의 ‘이시카와지마 중공업‘(IHI)에서 건조했다. 그 해 6월 첫 운항을 시작해 선령의 고령화로 2012년 6월 30일 16년간 운항을 종료했다. 이후 수이산호는 폐선을 앞두고 2년째 계류중이었다. 또 일본 ‘해상보안청‘ 공개자료에 따르면, 수이산호는2003년 1월 5일 기관실에 물이 들어와 표류, 엔진을 교체한 사고 이력이 있다.

이 여객선은 일본에서 운행 당시 여객정원 507명, 차량적재대수는 승용차 80대와 트럭 122대였던 것으로확인됐다. 그런데H고속이 제출한 입찰제안서에서는‘여객정원‘과 ‘화물적재량‘이 대폭 늘어났다.

H고속은 승선정원을 507→2000명(승무원 33명)으로 4배 늘렸다. 차량 적재대수는 승용차 80대→SUV 차량 100대로 바꿨다. 또 1톤 트럭 122대를→4.5톤 트럭 200대로 각각 늘려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심사에서 무사 통과됐다.세월호의 경우, 무리한 증축과 과적이 사고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심사위원 자격도 논란... 여수 항만청 "업체 선정 취소 통보"
기사 관련 사진
여수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 관계자는 17일 인터뷰에서 "여수-제주간 카페리호 사업은 심사위원에서 적격판정을 받아 H고속으로 선정되었지만 배의 선령이 오래되어 선정이 취소되었다"면서 "구두로 취소처분 했다"라고 밝혔다.
ⓒ 심명남관련사진보기
여수항만청이 구성한 ‘외부 심사위원‘ 7명의 자격도 논란이다. 취재 결과, 7명의 외부 심사위원 가운데는 해양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 여수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전남도립대 호텔관광문화과 교수, 회계사무소 운영자 등이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여수항만청 관계자는 17일 기자에게 "배에 대한 기술적인 전문가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 "이번 심사는 면허를 선사에게 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심사이고,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선급에서 다루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한 해양 전문가는 "심사위원은 복원성과 안전성 관련 복잡한 기술적 요인들에 대해 엄격한 검증을 진행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사업승인을 처리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여수항만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승선인원이 4배 이상 증원된 이유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또 향후 진행상황에 대해 "여수-제주간 여객사업 대상자로 H고속이 심사위원 적격판정을 받아 선정되었지만 배의 선령이 오래되어 5월 28일 선정이 취소되었다"면서 "이 사항에 대해 구두로 취소처분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H고속으로 업체가 선정되었지만 최종면허를 준 것이 아니다"라면서 "강화된 해운법령이 결정되면 다시 업체를 모집해 면허를 발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고속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면허취소 통보를 받았냐는 질문에 "사업자로 선정된 후 최종면허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소라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준비과정에서 세월호 참사가 났다. 법이 강화되면 그 배는 선령 관계로 문제가 될 것 같아 중지된 상태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입찰을 모집하면 조건에 부합하는 배로 다시 참여하겠다, 그 일을 계속 추진해 왔기 때문에 손을 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해상 안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카페리호업체선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