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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인 칼럼/정숙] 토끼와 거북의 경주는 과연 평등한가?

  • 입력 2014.07.17 12:46
  • 수정 2014.08.04 09:02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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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숙(배울학원장)

‘토끼와 거북’의 우화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얘기다. 토끼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거북이 땀을 뻘뻘 흘리고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는 내용으로 거북의 끈기와 토끼의 교만을 꼬집는 우화이다. 하지만 요즈음 이 경주가 애시당초부터 불평등한 조약이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등하고 둘이 공동으로 체결한 듯하나 실제적으로는 불공평한 조약이라는 것이다.

우선, 토끼는 육지에서 유리하고 거북은 바다에서 유리하다. 육지에서 경주를 하는 것은 바다에서 하는 것 보다 거북에게 불리하다. 약자들은 보이지 않는 강자의 힘에 눌려 무엇이 불리한지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FTA나 여러 무역통상 같은 것도 강자의 논리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 경주의 장소는 불공평하게 시작된 것이다.

둘째, 거북의 등껍질은 토끼의 빈 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무게이다. 그런 불리한 조건에서 하는 경기는 대학생과 중학생이 하는 경주와 다를 게 없다. 태권도나 유도에서 체급별로 나누어 시합을 치루는 것도 그런 불공평한 신체조건을 없애기 위함일 것이다.

셋째, 심판도 없었고 경기규칙도 없었다. 심사규정이 있었다면 경기 도중 낮잠을 자는 토끼는 실격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당연한 우화를 고정관념의 틀을 없애고 살펴보면 여러 각도에서 새롭게 다르게 볼 수 있다. 만일 이 경주가 평등하게 이루어지려면, 우선 경주 코스를 반은 뭍에서 반은 물에서 해야 옳을 것이다. 또한, 체급별 운동처럼 토끼에게 거북의 등껍질만한 다른 무엇을 등에 메고 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심판이나 엄격한 심사규정을 만든 후 스포츠맨십에 입각하여 정정당당하게 이 경주를 치룰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경주는 애시당초부터 불평등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불평등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거북에게도 그 책임은 있다. 어떠한 조약이든지 꼼꼼하게 챙겨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결국 토끼와 거북은 불평등한 게임을 합리적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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