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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똥과 풀... 아프리카의 귀한 몸이 되다

[말라위 여행기⑤] 농사법 개량에 관심갖기 시작한 현지인들

  • 입력 2014.08.19 12:58
  • 수정 2014.08.20 11:13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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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를 이용해 멀칭 농법을 배우는 이웃마을 주민들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 드는 가난한 나라다. 하루 일당이 고작 1 달러다. 남성들의 평균임금은 2만 5000원이며 여성은 1만 원 정도라고 한다.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35km 떨어진 마젠게라 지역에는 국제 NGO인 생명누리 봉사단원들이 파견되어 있다. 이들은 현지인들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생명농법을 알려주며 장려하고 있다.

▲ 말라위 퇴직 공무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반다씨가 주민들에게 생명농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생명누리가 마젠게라 지역에 건설한 소규모 저수지. 깊이 1m, 길이 10m, 폭 7~8m이다. 저수지에서 100m쯤 떨어진 상류에는 소량의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생명누리가 이 물을 이용하기 위해 저수지를 파기 전까지는 하류로 그냥 흘러가다 증발해버리는 쓸모없는 물이었다고 한다.

비료살 돈도 없으면서 옥수수 대를 태운다고?

특별한 산업이 없는 말라위는 농산물로 살아간다. 그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옥수수, 오렌지, 망고, 파파야, 사과지만 내가 방문한 시기는 겨울이라 나무에 달린 과일은 볼 수 없었다. 건조시킨 옥수수만 시야에 들어왔다.

마젠게라 추장 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동네에서 걷어 추장에게 보냈을 것으로 생각되는 옥수수는 알갱이도 적고 열매도 형편없었다.

농사를 담당하는 직원의 말에 의하면 "농사철에 비가 적게 오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현지인들을 지도해 새로운 농사법을 접목시키기 위해 애쓰는 봉사단원의 말을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지인들은 수확하고 난 옥수수 대를 태워 버려요. 가난해 비료살 돈도 없지만 거름을 만드는 방법도 모릅니다. 비가 올 때까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뾰족한 수가 안 나오지요."

▲ 저수지에서 시범농장으로 물이 공급되자 식물이 생기를 내며 성장하고 있다. 오른쪽 끝은 현지 책임자 쿠미탱고이며 가운데는 봉사단원 정수빈씨.
▲ 생명누리 대표 정호진 목사가 분임토의를 마친 그룹들에게 문제점과 좋은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젠게라 지역 농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안

생명누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호진 목사는 지역사회개발, 생명농업, 보건위생, 문맹자교육을 위해 이곳에 봉사단원을 파견했다. 정 대표는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EPA(농업전문가)들을 소집해 교육에 들어갔다. 마젠게라 학교에 모인 전문가 중에는 전임 교장인 '쿠미탱고와' 현임 교장, 교육청 소속 공무원으로 퇴직한 '반다'씨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점에 대한 분임토의 시간을 가졌다.

30여 분간의 분임토의를 거쳐 나온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난상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을 마친 이들은 칠판 앞으로 나와 대안을 제시했다. 다음은 그들이 제시한 문제점들이다.

▲ 열띤 분임토의를 마친 후 발표하는 모습과 이를 경청하는 정호진목사 일행
▲ 분임토의 모습

<문제점> 소규모 농경지, 적은 농산물 수확량. 시장의 한계, 높은 문맹률, 농산물생산단가가 높음, 기후변화로 인한 계속되는 가뭄, 왜소한 운송수단 등이다.

<대안> 문맹자 교육,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농사법교육, 멀칭을 이용한 농법, 다수확품종 보급과 농작물 다변화 정책, 운송수단 향상, 유기질퇴비 생산 장려, 협동조합 등이다.

농업전문가들이 문제점과 대안을 밝힌 후 정호진 대표가 직접 나서 문제점과 대안의 개선점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그 때 한 참석자가 일어나 질문했다.

"인분이나 동물의 똥을 섞어 생태화장실에서 유기질 퇴비를 만드는 것은 냄새가 나지 않아요? 아마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교실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됐다. 정호진 목사가 정색하며 다시 설명했다.

"아니요! 한국에서는 이 같은 생태화장실을 운영했었고 저도 직접 운영했어요. 화장실에 풀이나 타고남은 재를 두었다가 용변을 본 후 섞어 퇴비를 만드는 농사법은 예전에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정 목사가 정색하자 교실 안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우선은 시범적으로 만들어 보고, 효과가 있으면 점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농법에 익숙해진 이들이다. 한꺼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젠게라 추장의 동의를 받아 학교 뒤쪽에 생명누리 시범농장을 만들었어요. 물이 조금씩 흐르는 곳에 길이 10m, 폭 7~8m, 깊이 1m의 저수지를 파고 물을 가뒀습니다. 버렸던 물을 이용해 농작물에 물이 흘러들어가자 땅에 생기가 돌고 예전과는 다른 세계가 열렸습니다. 현지인들 눈에 처음 보는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고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이곳으로 파견돼 생명농업을 소개하는 정수빈 단원의 얘기다.

▲ 열띤 분임토의를 거쳐 토론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생명누리 대표 정호진 목사에게 질문하는 현지인

조금씩 바뀌어 가는 현지인들

생명누리가 키우는 시범농장에는 토마토, 옥수수, 파, 상추, 양배추, 배추가 자라고, 한국에서 가져간 비닐포트에는 어린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토마토 밭에는 멀칭(Mulching)한 옥수수대를 뿌려놔 토양이 건조해지는 걸 막을 수 있었고 주민들이 찾아와 배추를 수확해 먹기도 했다.

멀칭이란 농작물을 재배할 때, 흙이 마르는 것과 비료가 유실되는 것, 병충해, 잡초 따위를 막기 위해서 볏짚, 보릿짚, 비닐 등으로 땅의 표면을 덮어 주는 것을 뜻한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보니 멀칭한 옥수수 대가 밭에 널려 있다.

거의 대부분의 말라위 농가에서는 옥수수와 추수하고 난 농작물을 태우고 있었다. 생명누리가 생명농법을 지도하는 마젠게라 지역만 예외다. 현지인들은 봉사단원들이 토마토 순을 가지치기한 후 토마토 알갱이가 굵어지자 "아! 뭔가 배울 게 있구나!" 하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 시범농장 입구에는 한국에서 가져 온 비닐포트에 배추 모종이 자라고 있었다. 바로 뒷편에는 현지인들이 아무렇게나 버리는 염소똥과 풀들을 모아 퇴비를 만들고 있었다. 현지인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이다
▲ 국제 NGO 생명누리가 마젠게라 학교에서 생명농업에 기초한 농민교육을 마치고 기념촬영했다.

정수빈씨는 "지금은 여러 마을에서 단체로 견학 오는 시범농장이 되었다"고 전했다. 농장 입구에 있는 퇴비장에는 현지인들이 귀찮다고 버렸던 염소 똥과 풀들을 이용해 퇴비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현지인들을 설득하는 데 무엇보다도 큰 공헌을 한 사람은 퇴직 공무원 반다씨다. 그는 한국을 다녀와 어느 정도 한국 실정을 알고 있었다. 의욕이 앞서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시범농장에서 뭔가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국인의 도움으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이들이 성공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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