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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국적 풍경, 여기가 원폭투하지라고?

[나가사키 여행기③]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화됐던 나가사키

  • 입력 2015.05.07 15:59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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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 범선축제를 구경온 일본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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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나가사키를 머리에 떠올릴 땐,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 생각한다. 폐허가 된 도시와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환경 때문에 앙상할 것 같지만, 원폭의 피해에서 회복된 현재의 나가사키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다. 

일본 어디를 가도 한국인의 한이 서리지 않은 곳은 없지만, 나가사키는 강제징용과 원자폭탄으로 죽은 한국인의 시신이 묻힌 곳이다. 특히 나가사키항 주변에는 한때 세계제일로 꼽혔던 미쓰비시 조선소가 있다. 원자폭탄이 떨어질 당시 미쓰비시 조선소에서는 많은 한국인들이 일하다 희생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항공모함을 건조하기도 하고, 해군 무기를 생산했던 조선소는 요즘 크루즈 선과 특수선을 만들고 있다. 그 옆에는 일본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정박해 있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나가사키 범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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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 범선축제 기간 열린 불꽃놀이. 범선을 배경으로 한 불꽃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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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 범선축제를 구경나온 일본인들 앞에서 국악을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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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선축제에 참가한 각국 대표의 환영만찬이 끝나고 공연을 마친 한국국악단이 기념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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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현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국, 한반도와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대륙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었다. 17세기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 무역을 했으며 기독교 포교의 중심지였다. 때문에 이국적 분위기가 풍기는 사적과 건물이 남아있다.

여수에서 한국 유일의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나가사키 범선축제현장으로 입장하는 날(4월 25일)이었다. 러시아, 한국, 일본의 범선들이 참여했지만 코리아나호가 선두에 서서 행사장에 입장했다.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국악팀이 승선해 갑판에서 공연하자 선두에서 입항하도록 배려했던 것일까? 

코리아나호 앞에는 소방정이 오색 물줄기를 쏘며 환영 팡파레를 울렸다. 나가사키 명물 '여신대교'를 지나 일행이 승선한 코리아나호가 '데지마 워프' 쪽으로 접근했다. 나가사키 미즈베노모리 공원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만국기를 흔들며 환호해줬다.

"나가사키가 범선축제를 여는 이유는 원자폭탄 세례를 받은 일본이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고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라는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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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함께 페리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와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4대강을 돌 때, 자신은 차를 운전하며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다는 '지호'씨. 그가 기생복을 입고 상품 선전을 하는 아가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남편의 모자에는 한국에서 구입한 '대장'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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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행사와 공연이 열리는 식장에서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모자에 '대장'이라는 한글이 쓰인 모자를 쓴 사람이 보였다. "한국인이세요?"라고 묻자 "아니요, 일본인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근 도시인 사세보에서 왔다는 가나사키 아키라라는 그 분은 서투른 한국말로 한국여행담을 얘기했다. 여수엑스포 당시 여수를 방문하기도 했다는 그의 부인은 영어를 곧잘 했다. 

"후쿠오카에서 페리를 타고 한국에 들러 남편은 4대강을 자전거로 여행했어요. 저는 차를 운전하며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나가사키 미술관 앞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마친 일행은 시내구경에 나섰다. 나가사키 관광의 3가지 모델은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을 중심으로 한 평화코스, 네델란드인들이 거주했던 오란다를 중심으로 한 역사코스, 고후쿠지·소후쿠지 절과 하마노마치 상점가를 중심으로 구경하는 중국 문화 체험 및 쇼핑코스가 있다.

우선은 세 번째 코스를 둘러보기로 했다. 17세기 일본 유일의 유럽문물을 접할 수 있는 '데지마'를 지나 하마노마치 아케이드 구경에 나섰다. 나가사키에서 가장 번화한 이곳에는 다이마루 백화점을 비롯한 나가사키의 주요 쇼핑명소가 모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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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카미야 이나리 신사 모습. 가을 대전(10.14~15일)에 봉납되는 행사 '다킨게이(대나무예능)는 유명하여 수여우와 암여우 탈을 쓴 젊은이가 높이 10여미터나 되는 2개의 푸른 대나무 위에서 곡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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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타운 하마노마치 아케이드 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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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오래 살았던 일행 중 한 분이 설명한 일본의 현금지급기. 지문 인식이 끝나야 돈이 지급되어 도난방지에 유용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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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에는 일본에서 오래 살았던 분이 있다. 그 분이 길을 가다 나에게 보여 줄게 있다며 가리킨 현금지급기(ATM)에는 우리의 현금지급기와 다른 기능이 있다. 

"일본 현금지급기는 카드를 넣고 지문검색을 해야 돈이 지급됩니다.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없을까요? 지문 검색 후 돈을 지급하면 도난염려도 줄어들어 좋을텐데요."

조금 더 지나가니 '신치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에도 시대 초기에 중국에서 건너온 화교들에 의해 형성된 신치 차이나타운은 요코하마, 고베의 차이나타운과 함께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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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에서 가장 유명한 짬뽕집의 짬뽕. 5층으로 된 식당에서 30분을 기다려 먹었지만 담백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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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네 군데에 세워진 화려한 중화문 안쪽으로 나있는 약 250m 길이의 십자로를 따라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요리점과 만두가게, 잡화점 등이 모여 있다. 여행안내서에는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음식인 짬뽕과 싯포구 요리를 추천해 일행과 함께 짬뽕을 시켜 먹어보니 짜고 맛이 별로다. 오히려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집은 오란다자카를 내려오다 들른 다른 식당이었다. 

나가사키에서 가장 유명한 짬뽕집인 이 식당은 5층으로 되어 층마다 50명 이상의 손님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였는데도,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차례가 왔다. 면과 수프, 양배추, 돼지고기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담백하고 깔끔했다. 서비스를 하는 아주머니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고춧가루와 간장과 식초까지 제공해줬다. 

안경처럼 생긴 돌다리 메가네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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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국가중요문화재인 안경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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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네바시는 1634년 고후쿠지의 2대 주지 모쿠스 선사가 포르투갈인들이 전한 돌다리 제작기술을 기초로 가설한 다리이다. 길이 22m, 폭 3.65m, 강수면까지의 높이 5.46m인 메가네바시는 일본 최초의 아치형 돌다리다. 

두 개의 아치가 수면에 비쳐 만들어진 그림자가 안경처럼 두 개의 원을 그리기 때문에 안경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의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982년 7월 23일 나가사키 대홍수로 유실되었지만 유실된 조각들을 다시 모아 원형대로 복구했다. 장시간의 항해와 관광으로 피곤을 느낀 일행은 다음날을 기약하며 숙소인 코리아나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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