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중간(기말) 고사는 그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김광호 여양고등학교 교사

  • 입력 2015.07.06 08:54
  • 기자명 여수넷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 7월 3일은 제자들이 중간(기말) 고사를 보는 첫날입니다. 문득 4행시를 지어 봅니다.

중 - 중간 어디쯤에
간 - 간간이 나의 지식 익힘의 정도를
고 - 고려해보고 진단해보는 시간이어야겠죠.
사 - 사색하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자신 있게 쓰세요.

임만의 답을 쓰세요. 그런데 우리가 보는 시험은 나만의 답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 답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모르겠지만 시험문제는 아이들에게 그냥 암기한 것을 쓰라고 요구합니다.

저는 중간고사를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중간고사요. 그냥 성적 매기기, 서열화 하기, 등수 정하기, 황금빛 숫자 숭배하기 등등의 행위라고요.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석하게 만든 자본주의와 그렇게 우리를 길들인 교육이 많이 미울 뿐입니다. 또한 그러한 인생관으로 출세와 승리를 꿈꾸었던 기성세대의 모습이 오늘따라 한없이 초라하게 보입니다.

문득 자(自)승(繩)자(自)박(縛)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릅니다. 자신의 포승줄로 자신을 묶어버리는 모순 말입니다. 이젠 그 포승줄을 푸는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공정사회, 복지사회, 승자독식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 공동체 사회, 화이부동의 사회 등등)

말이 무거워졌죠! 이젠 편하게 임 곁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제 이야기 잠시 해볼게요. 저도 학교 다닐 때에는 특히 고등학교, 대학교 재학 중 시험 때문에 많이 긴장하고 초조했었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험 결과가 취업(직장)을 가기 위한 서열 정하기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책보다는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식 익힘에는 많이 소홀했습니다. 심오하게 노는 게(Deep play) 행복했거든요. 나름대로 노력했건만 제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저는 광주에 있는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들어갔습니다. 사범대학하면 국립 대학교를 중심으로 이름 있는 대학교가 참 많았습니다.

저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등록금을 벌기 위하여 복학 전에 한달 보름 동안 노동일(일용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떤 분은 저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그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안 되니까 빨리 그만두고 차라리 노동일을 배우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그 말을 들으니 참 허무하더군요. 화도 많이 났고요. 저 분이 나에 대하여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 말할까? 분명 저분은 대학이라는 허상을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엔 그 분 같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분의 말 때문에 많이 서글펐지만 실망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학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두고 보세요. “제가 반드시 임의 허상을 깨겠다”고. 그리고 반드시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시간은 빨리 흘러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식 익힘이라는 골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그 길만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결국 졸업과 동시에 지금 근무하는 (대(大)여양고등학교에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엊그제 덕양 정류장에 첫발을 디딘 것 같은데 벌써 22년이 지났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삶은 그렇습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살다보면 반드시 임이 원하는 직장과 직업이 생길 것입니다. 미리 불안해하지 마세요. 혹 오늘부터 보는 시험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더라고 결코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마세요. 어차피 인생은 임이 임을 위한 걸음을 걸어가니까요.

장자의 말처럼 삶은 ‘도(道)행(行)지(之)성(成)야(也)’의 여정(旅程)입니다. 내가 직접 인생길을 걸어가야만 완성이 됩니다. 결코 1등 했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절대로 마지막 등수를 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임은 임 나름대로 보이지 않은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일(一)비(悲)일(一)희(喜)하지 마세요. 이 사회에 쓸모없는 어른이 단 한분도 없듯이, 쓸모없는 학생 또한 단 한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임이 커서 어른이 되면 임은 반드시 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4일 동안 중간고사와 무거운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겠지만 꼭 여유를 가지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하세요.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중 - 중간 어디쯤에
간 - 간간이 나의 지식 익힘의 정도를
고 - 고려해보고 진단해보는 시간이어야겠죠.
사 - 사색하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자신 있게 쓰세요.

중간(기말) 고사는 그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아시겠죠.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