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늘도 땅에 금을 긋고 있는 그대에게

김광호(여양고 교사)

  • 입력 2015.12.14 09:01
  • 기자명 여수넷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자는 <인간세>편에서 미치광이 접어를 통해 “땅에 금을 긋고, 그 안에서 달음박질시키지 말라” 라고 일침을 던진다. 도대체 장자는 이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고 있을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오늘은 행복과 꿈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단어로 이야기 해보고 싶다.

우리 주위엔 아이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일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냥 자신과 경험과 세태의 흐름에 따라 세속화된 일과 행복을 은연중에 강요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계명화(誡命化)해서“학교수업,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과외, 독서실”이라는 일명 특화된 길을 마냥 걷을 뿐이다. 진정, 이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꿈과 행복에 대하여 성찰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행위와도 같다.

잠시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나와 마주서는 용기>의 저자 로버트 스티븐 캐플런을 만나보자. 그는‘당신이 정말로 해야 할 일’에서 다음같이 세상 사람들에게 우문(愚問)을 던진다.“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해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한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당신 혼자 어깨에 짊어질 필요는 없다.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곰곰이 생각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어른들은 행복을 숫자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에 나오는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들과 같다. 그들은 ‘제라늄이 피어 있는 붉은 벽돌집’이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구체적으로‘값은 몇 억인 아파트’라고 해야 고개를 끄덕인다. 또한 그들은 사람을 대할 때도 직업과 연봉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삶을 사는 어른에 대하여 작가 최인호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완벽한 인격체인 갓난아이가 자라면서 어른이라는 괴물로 탈바꿈한다. 따라서 인격을 수양한다는 것은 자라면서 산산조각 난 마음의 거울을 다시 짜 맞추는 것이다.”그는 인간의 불행이 바로 완전한 어린아이에서 불완전한 어른으로 뒷걸음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우린 니체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의 짐을 등에 지고 수동적인 삶만 사는 낙타를 넘어 맹목적인 굴종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만을 표현하는 사자를 넘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는 독창적이고 당당하며 순진무구한 정신을 자신 있게 나타낼 수 있는 어린 아이의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꿈과 행복을 찾기 위해 학교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만의 꿈과 행복을 찾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꿈과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서 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발걸음이 자발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율성에 있다는 사실이다. 현 교육제도에서 의사, 변호사, 판사, 교사, 공무원 등 이런 직업은 상위 성적 1%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99% 아이들은 헛된 꿈과 행복을 찾고 있다는 말인가? 참 이상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꿈과 행복 찾기에 나선 어른들 중에서 1%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두 위태롭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단 말인가? 혹 그들은 삶에서 소외된 실패자란 말인가? 그렇게 어른들이 행복을 좁게 정의하다보니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허황된 행복 찾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겸손하게 삶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삶을‘어떻게’살아가야 할지 안내하기 전에 핏줄들이 삶에서‘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카우프만은‘길을 잃는 즐거움’이란 책에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길을 잃지 않은 한 우리의 삶은 그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다”라고.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