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맛돌이의 ‘남도 맛 기행’](7) 조찬현

메뉴가 죄다 섬이름, 횟집 스케일 장난 아니네

  • 입력 2016.04.19 18:47
  • 수정 2016.04.21 18:01
  • 기자명 조찬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 맛집] 진짜 여수의 맛 ‘자산어보’ 김경수 대표를 만나다

▲ 싱싱 활어회를 여느 집과 달리 옥돌에 올려 선도를 높이고 맛을 극대화했다. ⓒ 조찬현


대한민국 최고가 아니면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수 자산어보 건물 창문에 쓰인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에는 이곳 주인장(54, 김경수)의 식당 운영 철학이 집약돼 있다. 그는 말한다. "그런 각오로 시작해도 1등을 못하는데, 그냥 밥 먹고 살아야지 하면 망하죠"라고. 슬로건에서 느꼈던 그의 자신감은 더불어 삶을 몸소 실천하는 깨어있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자산어보>를 읽고 횟집 꿈꾸던 월급쟁이 세프

기사 관련 사진
 매월 230만원이라는 적잖은 금액을 기부하는 여수 기부천사 김경수씨다.
ⓒ 조찬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읽고 '자산어보'라는 이름의 횟집을 열겠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음식업에 몸 담은 지 32년, 월급쟁이 세프로 또는 식당 주인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경험한 그가 12년 전 '자산어보' 횟집을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양념이 넉넉하고 푸짐하게 들어간 게 전라도 음식입니다. 음식을 먹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미루어 짐작해버린 분들을 보면 안타깝지요."

그는 전라도 음식 맛의 깊이는 넉넉하고 푸짐한 양념이라고 했다. 손님들이 경험했던 자신들의 맛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꼭 음식 맛을 보라고 했다. 또한 진짜 음식 맛은 나다워야 한다며 자산어보다운 음식 맛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좋은 음식을 만드는데 자신의 자존심과 소신을 확실하게 지켜가면서 돈벌이를 위해서 돈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다워야 진짜 음식이지요. 자산어보답게 자신의 길을 가야 진짜 맛입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자존심과 소신을 확실하게 지켜가면서 돈벌이를 위해 돈과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잘못하면 여수 관광의 미래가 없다며 이들 책임은 후손들이 책임져야한다는 소신을 말하기도 했다. 월세로 시작했던 음식점이 돈벌이도 잘 되고 제법 규모가 커져 지금은 자신의 가게도 마련했다. 그로 인해 매월 집세가 나가지 않아 다른 업소에 비해 경쟁력이 생겼다. 이후 그는 월세로 인해 발생한 이익금 전부를 기부한다. 월 230만 원이라는 적잖은 금액. 7년째 이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여수 아주머니들에 의해 알음알음 입소문난 횟집

기사 관련 사진
 ‘대한민국 최고가 아니면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수 자산어보 건물 창문에 쓰인 슬로건이다.
ⓒ 조찬현

 

▲ 자산어보 내부, 각 방의 이름이 <자산어보> 배경인 신안의 섬 이름들이다.

여수 자산어보 횟집이다. 8개의 방에 하의도, 임자도, 홍도 등 신안군의 섬 이름이 각각 붙어있다. 두 번 이상 다녀온 신안의 섬 가운데 애착이 가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저술한 <자산어보>의 참뜻을 기리고자 하는 그의 마음에서다. 그러나 음식 메뉴는 여수의 섬 이름에서 따왔다. 이는 여수에서 장사하면서 여수 분들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그랬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여수에서 장사하면서 여수 분들한테 혼 안 나려고요. 가게 이름도 방 이름도 다 신안인데 음식 메뉴까지 다른 지역이면 곤란하잖아요."
 

기사 관련 사진
 개방형 주방으로 음식에 믿음이 간다.
ⓒ 조찬현

 

기사 관련 사진
 해삼 멍게 개불 등 3종 세트와 전복과 새우 문어 새조개 등 제철 해산물이 가득하다
ⓒ 조찬현

 

이 집은 여수 아주머니들에 의해 알음알음 입소문난 곳이다. 다양한 홍보수단 중 가장 이상적이 방법이 입소문이다. 이렇듯 깐깐한 아주머니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니 음식 맛에 대해선 이미 검증이 된 곳이다. 세프 출신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이해와 발레파킹과 신발 정리 등 낮은 자세로 손님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에서 믿음이 간다.

책읽기에도 열심인 그는 말한다. "돈을 벌거든 금고부터 만들지 말고 서재부터 만들라"고. 이는 아는 만큼 생각하고 생각한 만큼 행동하기 때문이다. 6년 전부터 그는 해마다 7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지금이야 기부도 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여유가 생겼지만 최초 오픈 시에는 주류회사에서 간판도 해주지 않는 서러움도 당했다. 어차피 망할 건데 왜 지원을 해주냐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진다고 한다.

참기름장에 먹는 전복 내장... 깻잎에 싸먹는 회

기사 관련 사진
 깻잎에 싸먹는 회 맛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조찬현

 

자~ 그럼 이쯤에서 음식 맛을 보자. 이집의 회는 천사채를 사용하는 여느 집과 달리 옥돌에 올렸다. 천사채는 재활용한다는 고객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고가의 옥돌을 사용하는데 망설임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바꿨다. 자그마한 옥돌 1개의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손님들이 호기심에 이 옥돌을 주머니에 넣어가는 일이 잦다고. 그러나 혹여 손님 마음에 부담이 될까봐 알면서도 다 모른 채 넘어간다고 한다.

▲ 자산어보 메뉴. 메뉴 이름은 '오동도'부터 '거문도', '백도'까지 여수 섬이름이다. 상호부터 방 이름, 메뉴에까지 스토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음식을 대하는 주인장의 생각을 느끼게 해준다.

이집의 메뉴는 능성어에서 사도까지 여덟 가지 메뉴를 선보인다. 우리 일행이 주문한 건 한려수도(13만 원)다. 4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음식이다. 식탁에 펼쳐진 한려수도의 맛이 기대된다. 곁들이 음식이 제법 실속 있다. 해삼 멍게 개불 등 3종 세트와 전복과 새우, 문어, 새조개, 성게알 등 제철 해산물이 가득하다.
 

기사 관련 사진
 곁들이 음식이 군더더기 없이 제법 실속 있다.
ⓒ 조찬현

 

기사 관련 사진
 남도의 음식상에 빠지면 섭섭한 곰삭은 전라도 배추김치와 어우러진 홍어삼합이다.
ⓒ 조찬현

 

기사 관련 사진
 참깨에 버무려 콩가루소스를 뿌려낸 인절미는 또다시 생각나는 음식이다.
ⓒ 조찬현

 

곰삭은 전라도 배추김치와 어우러진 홍어삼합, 생물을 썰어내 생동감이 넘치는 꼬들꼬들한 전복회, 고소함이 듬뿍 담긴 전복버터구이 등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어 본 메뉴인 회는 12개의 옥돌에 올려냈다. 보기에도 좋고 신선도가 빼어나다. 하얀 속살의 광어와 붉은 빛이 감도는 참돔회다. 지방이 잔뜩 올라 쫄깃하고 고소한 광어지느러미가 정말 맛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더니 역시 옥돌에 올려낸 회맛은 최고였다. 회맛이 살아있다. 참기름장에 먹는 전복 내장과 깻잎에 싸먹는 회 맛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토실한 살집의 가오리찜과 고소한 누룽지탕수 양파채와 어우러진 가자미튀김도 맛깔나다. 참깨에 버무려 콩가루소스를 뿌려낸 인절미는 또다시 생각나는 음식이다.

식사는 뚝배기 지리탕이다. 우리 일행이 회로 먹었던 광어와 참돔의 뼈를 푹 끓여냈다. 수제비를 넣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풍성함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상차림이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 맛의 깊이를 한껏 살렸다.

여수에서 놓칠 수 없는 이 맛, 밥 한술 떠서 돌산갓김치를 올려먹으면 진짜 별미다. 여수의 맛집으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수의 맛이 그립거든 한번쯤 찾아가볼만한 곳이다.

[맛집 정보]
여수 자산어보 횟집       061-651-5300      전남 여수시 문수5길 16

 

기사 관련 사진
 광어와 참돔의 뼈를 푹 고와 끓여낸 뚝배기 지리탕이다.
ⓒ 조찬현

 

기사 관련 사진
 여수에서 놓칠 수 없는 이 맛, 밥 한술 떠서 돌산갓김치를 올려먹으면 진짜 별미다.
ⓒ 조찬현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