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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선관위 몰표 '재검표', 법적 문제 없나

[주장] '위원회 자체 결정'만으로 재검표, 유례없는 일

  • 입력 2016.04.21 07:01
  • 수정 2016.04.23 08:04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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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3 총선 진주 수곡면 투표소의 정당 비례대표 사전투표 개표 결과는 177매 모두 새누리당을 찍은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의 선거인 중 야당을 찍은 복수의 증언자가 나오는 등 개표부정 의혹이 크게 일자, 진주선관위는 20일 위원회 결정으로 재검표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명석면 투표소 투표지에 섞인 수곡면 투표소의 투표지를 찾아냈고 더불어민주당 25매, 국민의당 23매, 정의당 7매 등의 야당 표들이 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진주시선관위는 개표 도중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개표사무원의 실수로 혼표가 발생하였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개표를 완료한 데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로써 진주 총선의 '몰표' 로 촉발된 개표부정 의혹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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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인한 투표지들 개표 끝난 투표지를 봉인한 봉투들
ⓒ 정병진

 

하지만 진주선관위가 개표부정 의혹을 해소하고자 실시한 '공개 재검'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또 다른 차원의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선관위는 위원장 공표로 개표가 끝난 투표지를 위원장이 날인하여 봉인한 다음 보관한다. 선거소청이나 쟁송이 제기될 때 '증거보존신청'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기에 이를 대비해 법령에 따라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것이다.
 
진주선관위의 '재검표'가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은 여기서 비롯된다. 각 지역 구·시·군위원회 위원장이 개표 종료를 공식 선언한 다음부터는 누구도 투표함을 함부로 열 수 없다.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 투표함을 열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마저 있다(공선법 제243조). 애초 '재검표'는 선거쟁송이 제기돼 법원의 '증거조사'에 의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공선법 제228조).
 
공직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법, 공직선거관리규칙,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 어디를 살펴봐도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됐다고 하여 개표 종료로 봉인돼 보관하는 투표함을 열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18대 대선 이후 개표부정 의혹이 크게 일었음에도 선관위는 투표함을 각 구·시·군위원회 자체 결정만으로 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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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지 보관 상자 개표 끝난 뒤 투표지를 봉인해 보관하는 상자
ⓒ 정병진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하는 동안 투표지가 자동 스캐닝 되는 데, 그 이미지 파일마저도 18대 대선 당시 편람에는 "투표지에 준하여 보관"하게 돼 있어 공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기자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검증해 보고자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경북 등 전국 13곳 투표구의 18대 대선 투표지 이미지스캔 파일의 공개를 요구했을 때 선관위는 다음과 같이 회신하였다.
 
"투표지분류기의 투표지 이미지는 실물 투표지와 함께 봉인하여 보관하고 있으며 선거소청이나 선거소송이 제기된 경우 등에 증거조사를 위해 예외적으로 봉인을 해제하고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에 명확한 공개 규정이 없는 투표지 이미지조차 "선거소청이나 선거소송이 제기된 경우 등에 증거조사를 위해 예외적으로 봉인을 해제하고 열람할 수 있다"는 게 선관위 입장이었다. 그러면 '실물 투표지'의 봉인 해제와 '재검'이 구·시·군위원회 자체 결정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만일 구·시·군위원회 자체 결정만으로 재검이 가능하다면 굳이 '재검표'를 위해 법원에 선거쟁송을 제기할 이유도 없어진다. 기자는 20일 선거과 담당 사무관에게 진주선관위의 재검이 법령에 의한 결정인지 문의해 보았다. 그는 "법령에 따라 진행한 게 아니라 의혹 해소를 위해 자체 위원회 결정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한편 중앙선관위 해석과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직선거법 243조에 나오는 '투표함'은 '투, 개표에 사용한 투표함'을 의미하고 선관위가 개표 종료 이후 보관하는 '투표함'과는 다르다"고 하였다.

또 보관 중인 투표함의 개함의 선례에 대해서는 "누구를 참관인으로 할 것인지는 현지 실정을 고려해 당해 위원회 책임 하에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1988년 중앙선관위의 민원 질의에 대한 회답을 제시하였다.
 
"1988년 사례라면 그 사이 법령이 많이 바뀌어 적용이 힘들 것 같다"고 지적하자, 해석과 담당 직원은 "그렇다면 서면으로 문의를 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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