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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해 세계를 보자

[주장] 바다 고속도로 개발에 관심 기울여야

  • 입력 2016.04.26 23:39
  • 수정 2016.04.26 23:46
  • 기자명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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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군 송이도 항공 사진 좌측은 여객선 우측은 행정선, 행정선에서 드론으로 촬영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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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모든 길은 로마를 통해 시작된다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인프라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인프라를 중요시한 민족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500년까지 로마는 간선도로 8만km, 지선도로 등 15만km를 만들었다.

사람이 건강하기 살려면 온몸의 혈관이 혈액을 인체 구석구석까지 보내야 하듯이 국가가 건강해지려면 반드시 혈맥 같은 도로망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8년 2월 1일 착공해 1970년 7월 7일 완공된 경부고속도로가 있다.

이후 지금까지 고속도로는 23개, 총 길이는 2659만km에 이른다. 로마는 기원전 321년 '아피아 가도'를 아피우스 재무관이 입안하고 원로원이 승인했다. 아피우스가 총감독해 도로를 건설하여 그 이름이 '아피아 가도'로 불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20년 뒤 중국은 진나라(시황제) 때 흉노족과 유목민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축조해 거대 성곽을 만들었다. 이후 명나라 때까지 보수와 개축·신축을 해 왔으며 6400km에 걸쳐 동서로 뻗어 있다. 로마가도와 만리장성의 차이는 개방과 폐쇄를 상징하며 정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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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가파도 선착장 지난 4월 청보리 축재 당시 여객선을 타려고 기다리는 관광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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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도를 만든 이유는 첫째, 신속한 군사 이동이다. 로마의 성공 원인은 그 나라를 정복했지만, 자치를 인정하고 군대를 철수하고 패자를 로마화 시킨다. 반란을 일으키면 로마가도를 통해 달려가 가차 없이 보복하고 응징했다. 둘째 물류가 흐르는 경제적인 도로다. 이 도로는 평탄하고 납작한 돌로 포장돼 있어 물산과 사람이 오가며 시간이 단축된다. 수레에 짐을 태우고가 물건이 유통되면서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

셋째 우편제도가 정기적으로 시행됐다. 이 제도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창안했는데 우편 마차가 로마가도를 따라 달려가면서 황제와 각 지방 장관과 군대의 장군과 연락하고 그 우편 이륜차로 지방 행정관이 부임하기도 했다. 소통의 도구로 쓰였던 셈이다.

넷째 상인과 무역상, 관리, 여행가들이 오가며 동서와 각 지방 간의 거리가 좁혀지고 문물이 이동하는 역할을 했다. 이 로마가도는 '팍스 로마나'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인간중심의 그리스 헬레니즘과 유대 신 중심인 헤브라이즘이 이 길을 통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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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초도의 무인도인 용섬 일행들과 함께 무인도 답사 중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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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고속도로와 선박 활용을

알래스카 남단 해안은 복잡한 해안선으로 형성돼 있고 크고 작은 섬 1500개가 있다. 정기 여객선이 육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며 소통시킨다. 이 회사 이름이 '알래스카 마린 하이웨이(Alaska Marine Highway, 바다고속도로)'다.

미국 해군 제독인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은 '바다는 고속도로'다. 드넓은 바다는 세계 어디든지 항해할 수 있는 공간이란 개념을 설파했다. 그는 해상 교통로 확보는 바다를 장악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동양은 고대부터 대륙 문명의 영향을 받은 탓에 바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일찍이 바다로 진출해 오늘날 세계 대국이 됐다. 반면 조선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해금정책을 시행했다. 결국, 임진왜란과 강제 개항을 맞보며 패망의 길을 걸었다.

필자 역시 20년 훨씬 넘게 전국의 섬을 순회하면서 항구나 야간 항해 중에 유인등대, 무인등대의 인프라 덕을 많이 받았다. 전용선 등대 호를 직접 운전하며 답사하다 보니, 여객선을 타고 다니는 것보다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숙식해결이 가능해 답사비를 줄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섬에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고급 섬 정보를 알게 됐다. 현대는 '정보가 곧 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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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손죽도 민속 손죽도 해안가에서 굿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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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객선 회사에는 '여객선은 발이다'는 표어가 있다. 일본은 여객선 공영화를 실시했고 육지와 섬 간격을 대폭 좁혀 놓았다. 섬우선 정책 결과 일본 해양영토가 육지영토보다 12배나 넓어졌다. 고속도로와 지하철 항만 KTX, 공항, 발전소 등 인프라 건설을 할 때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

반면 바다는 저절로 만들어진 고속도로가 있고 또 다른 고속도로 개념의 선박이 있다. 바다는 인프라 건설비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일부분만 인프라 차원에서 여객선에 예산을 투입하면 섬과 바다는 새롭게 열리고 섬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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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관매도 미역채취 바다에서 채취해 온 미역을 분배하고 있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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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배해야 강대국이 된다. 고대 삼국시대부터 고려 때까지는 해양강국으로 바다를 호령하며 살았다. 그 덕분에 완도 출신 장보고 같은 걸출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 당시 무역선과 사신들이 바다라는 고속도로와 도로 개념의 배를 가지고 세계와 소통했다. 해양강국 고려는 그 시절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렸다. 반면 조선 500년간 바다를 막는 해금정책과 섬을 비우는 공도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조선 후기 한반도에 접근하는 외국의 배를 '이양선'이라 부르면서 배척하고 통상을 거부하면서 결국 멸망의 길로 치달았다. 외세의 위협에 굴복해 1875년 '강화도 조약'을 통해 반강제 개항했으며 해금과 통상수교거부정책 역시 포기 당했다. 조선은 바다라는 자연 고속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배의 장점을 몰랐기 때문에 문호를 개방하지 못하고 멸망의 길로 추락하고 말았다.

일찍이 육당 최남선은 이를 간파하고 '바다를 잊어버린 국민'이라는 글을 남겼다. 1908년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는 근대 해양시 '해에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소년들이 세계인으로 거듭나려면 세계에 대한 지식과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도하면 누구든지 애국심이 발동한다.

전국 4300개 무인도와 447개의 유인도 역시 중요하다. 섬은 수산자원과 해조류, 생태계, 관광지, 새들의 고향이며 200해리 영토의 기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육지 중심의 공간인식 속에 살아왔다. 이제는 공간인식을 섬과 바다로 확대해야 한다. 섬을 통해 바다를 보고 바다를 통해 세계를 봐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섬은 독도'라는 개념을 가지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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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예리항에서 탐사선 등대호 흑산도 답사를 마치고 다른 섬으로 향하는 등대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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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총 447개 유인도 3번 답사

필자는 1990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섬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등대호라는 탐사선을 타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유인도 총 447개를 3번이나 돌아보고 이번에 그 결과물로 지역별로 '한국의 섬' 총 13권의 출간을 기획하여, 그중에 5권이 시중에 나왔다. 1권과 2권은 신안군, 3권은 진도군, 4권은 목포 영광군 해남군 무안군, 5권은 고흥군 강진군 보성군 장흥군이다.

이제 9월에 나올 예정인 6권은 제주도, 7권 전라북도, 8권 충청남도, 9권 경남 통영, 10권 거제 남해군 고성군 사천 창원 경북 울릉군이며, 2015년 연말에는 10권 인천 경기, 11권 완도군, 13권 여수가 출판될 것이다. 필자가 로마가도와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바다에도 고속도로가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바다의 고속도로에는 인프라가 2개가 있는데 먼저 하나는 바다라는 고속도로이고 또 하나는 선박이라는 고속도로이다. 육지의 고속도로가 제1고속도로라면 바다는 제2고속도로이다. 제3의 고속도로는 선박일 터, 육지의 고속도로를 통해 물류가 흐르듯이, 바다의 배를 통해 사람, 물류, 우편물이 오고 간다. 바다의 고속도로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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