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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에서 열린 쏭끄란 축제

물 뿌리는 의식으로 유명한 태국 고유의 설... 그곳에서 만난 다문화가족

  • 입력 2016.05.02 18:33
  • 수정 2016.05.05 20:03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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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남 여수 여수진남경기장에서는 ‘2016년 여수 쏭끄란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일곱 번째 열린 이번 축제에는 여수, 순천, 광양, 광주, 화순 등 전남동부권에 사는 다문화가정과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출신 외국인노동자 400여 명이 참석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쏭끄란’은 팔리어의 ‘싼카’와 산스크리트어 ‘산크라티’에서 유래됐다. 쏭끄란은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으로 태국고유 설이다. 물을 뿌리는 것은 원래 마지막 날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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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쏭끄란축제 통역을 맡은 람폰(오른쪽)은 한국생활 20년차이다. 한국에 시집와 보니 좋다며 동생 니파(왼쪽)도 불렀다. 동생은 한국생활 15년차이다. 쏭끄란축제 전통대로 부처님께 물을 붓는 그들 얼굴에 칠한 파우더는 액운을 막아주는 부적 역할을 한다
ⓒ 오문수

 

처음에는 집이나 사원 불상 머리에 물을 부어 깨끗하게 씻어 내고 가족 중 나이 드신 분들께도 손이나 어깨에 물을 뿌려 드린다. 이는 물로써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이다.  얼굴에 흰 분을 바르는 것은  액운으로부터 막아주는 뜻이다.

쏭끄란축제를 주관하고 후원해 준 (사)여수이주민센터 한정우 센터장이 축제를 기획한 동기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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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쏭끄란 미인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 중인 여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여수이주민센터 한정우 센터장(맨좌측)과 여수시의회 이상우 의원
ⓒ 오문수

 

"쏭끄란축제는 태국과 동남아 불교권 국가의 전통축제잖아요. 그들의 전통축제를 복원시켜줘 다문화가족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켜주자는 의미입니다. 또한 새로운 한국형 축제로 자리매김해보자는 의도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쏭끄란 의식 및 쏭끄란미인선발대회, 게임, 장기자랑, 아나바다 장터와 무료 미용봉사 등의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수풍물, 여수피부건강연구회, 여수합기도연합회, 태국다사랑모임, (사)여수이주민센터 외국인근로자 등 여러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벌였다.

외국인들을 위해 피부와 헤어컷 무료봉사팀을 진두지휘한 여수피부건강연구회 김희진 회장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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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피부건강연구회 회원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무료 이발을 해주고 있다.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 김희진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 오문수

 

"저희 학원에서는 13명의 다문화가정여성들을 위해 피부미용사 자격증 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4개월 피부미용사 자격증 과정은 매주 3일(월수금-11:00~14:00) 공부합니다. 오늘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왔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행복한 가정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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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화순에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즐겨찾는 '타이월드'가게를 운영하는 윤은상씨 가족. 윤씨의 장모와 윤사린(태국명 - 사린덥라바)가 포즈를 취했다
ⓒ 오문수

 

행사장 뒤편에서 음식 장사하는 부부를 만났다. 행복한 모습으로 열심히 장사하는 부부 모습에 천막을 보니 '타이월드(THAI WORLD)'라는 글씨가 보였다. 닭날개를 기름에 튀기고 있는 윤은상씨에게 "부인은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묻자 "태국 출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0년에 한국 방직공장에 취직한 부인과 한 팀에 근무하다 부인의 미소에 반해 결혼했다"는 윤씨는 4년 전에 장모까지 모셔와 한 집에 산다. 장사에 바쁜 부부지만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결혼에 골인한 이야기와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물었다.

"방직공장 한 팀에 근무하는 데 웃는 모습이 참 예뻤어요. 그땐 제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가 봐요.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했습니다. 당시 영어로 대화하거나 바디랭귀지로 대화했지요.
서로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해 다툴 때는 이혼 얘기도 오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 사람을 내 스타일로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니까 충돌이 줄어들고 사이좋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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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꼬치구이를 구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 오문수

 

부부관계를 풀어가는 정답이었다. 부인인 윤사린(태국명 사린덥라바)씨에게 "예쁘게 생겨서 태국 남자들이 한국에 가는 걸 말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예, 남편이 막차예요"라고 농담하며 활짝 웃는다.

"참아야지요. 한국사회와 풍습,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건강보조식품을 팔며 친정 어머니와 함께 화순읍내에서 '타이월드'가게도 운영한다. 그녀가 한국에 처음 일하러 왔을 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다문화가정이 겪는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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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겨운 태국 노래가 나오자 음악에 맞춰 춤추는 다문화가정 여성과 노동자들
ⓒ 오문수

 

"한국말이 제일 힘들었고, 월급이 잘 안 나왔어요. 한국 사람이 결근하면 그 자리를 메꿔야 했고 잔업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다문화가정은 대부분 나이 차가 많고 남편이 술먹고, 때리고, 일 안해요. 제 남편은 욕도 안하고 열심히 일해서 좋아요."

호남 지방과 경상도 지방을 돌아다니며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음식 재료를 차에 싣고 다니며 파는 윤은상씨는 "세 나라는 언어만 다르지 먹는 음식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식재료 차 앞에서 물건을 파는 윤씨 장모에게 "사위 사랑에 대해 통역해 달라"고 윤씨 부인에게 물었더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한국 사람이 다 됐다. 확인차 "어머니한테 다시 물어봐요"라고 말한 후 윤은상씨의 장모한테서 돌아온 한국말 대답은 "예! 좋아요"였다.

활짝 웃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다문화가족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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