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가 책을 양손에 들고 장사하는 모습은 시장에서 목청 높여 물건 파는 시장 상인 못지않게 씩씩하고 대견했다. 옆자리의 아이들이 손님이 오면 응대하거나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왜 싸게 파느냐?"고 묻자 "거의 다 팔고, 이제 집에 가야 하기 때문이며 어차피 나한테는 필요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하는 연지. 장사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은 아름다운가게에서 해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여수 거북공원에는 5백여 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모여 어린이 벼룩시장을 열었다.
올해로 8년째 진행되는 어린이 벼룩시장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판매를 경험해 보는 행사다. 벼룩시장을 통해 자신이 쓰고 있는 물건의 소중함과 재사용을 통해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체험의 장이다. 또한, 직접 땀을 흘려 장사 해 봄으로써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벼룩시장을 돌아보다가 어린이 네 명이 큰 소리로 외치며 책 파는 가게로 갔다. 가게에는 자신이 보았던 만화책, 동화책, 영어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이미 다 팔고 남은 책은 싸게 판다고 큰 소리로 선전하고 있었다. "책을 팔아 5만5천 원이나 벌어 당당해졌다"는 여도초등학교 5학년 이채민 학생의 옆에서 양손에 책을 들고 큰 소리를 외치며 장사하는 남유정 양의 소감을 들어봤다.
▲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보았던 책을 팔고 있다. 오른쪽부터 여도초등학교 5학년 남연지, 이채민, 남유정, 차유나
"어학원에서 받은 영어책을 팔려고 벼룩시장에 왔는데, 4000원을 벌어 기분이 좋았어요. 어른들은 대부분 영어책을 사가는 반면에 어린이들은 만화책을 사더라고요. 책을 팔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을 만나 기분도 좋았어요."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 태국에서 시집온 ‘다루니‘와 ‘완라야‘ 자매를 만나 어린이 벼룩시장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언니 다루니는 5년 전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시집왔고, 이어 동생 완라야도 여수로 시집와 아이를 낳았다. 동생 완라야는 손재주가 좋아 집에서 혼자 머리핀을 만들어 팔아 5만 원을 벌었다. 언니 다루니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