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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세요! 한 권에 오백 원이에요"

  • 입력 2012.05.07 11:3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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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로 "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여수 거북공원에서 어린이 벼룩시장 열려

"1000원짜리 책을 300원에 팔아요. 책 사세요. 싸게 팔아요."

연지가 책을 양손에 들고 장사하는 모습은 시장에서 목청 높여 물건 파는 시장 상인 못지않게 씩씩하고 대견했다. 옆자리의 아이들이 손님이 오면 응대하거나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왜 싸게 파느냐?"고 묻자 "거의 다 팔고, 이제 집에 가야 하기 때문이며 어차피 나한테는 필요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하는 연지. 장사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은 아름다운가게에서 해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여수 거북공원에는 5백여 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모여 어린이 벼룩시장을 열었다.





한 어린이가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책 사세요. 한권에 5백원입니다"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올해로 8년째 진행되는 어린이 벼룩시장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판매를 경험해 보는 행사다. 벼룩시장을 통해 자신이 쓰고 있는 물건의 소중함과 재사용을 통해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체험의 장이다. 또한, 직접 땀을 흘려 장사 해 봄으로써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벼룩시장을 돌아보다가 어린이 네 명이 큰 소리로 외치며 책 파는 가게로 갔다. 가게에는 자신이 보았던 만화책, 동화책, 영어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이미 다 팔고 남은 책은 싸게 판다고 큰 소리로 선전하고 있었다. "책을 팔아 5만5천 원이나 벌어 당당해졌다"는 여도초등학교 5학년 이채민 학생의 옆에서 양손에 책을 들고 큰 소리를 외치며 장사하는 남유정 양의 소감을 들어봤다.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보았던 책을 팔고 있다. 오른쪽부터 여도초등학교 5학년 남연지, 이채민, 남유정, 차유나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어학원에서 받은 영어책을 팔려고 벼룩시장에 왔는데, 4000원을 벌어 기분이 좋았어요. 어른들은 대부분 영어책을 사가는 반면에 어린이들은 만화책을 사더라고요. 책을 팔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을 만나 기분도 좋았어요."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 태국에서 시집온 ‘다루니‘와 ‘완라야‘ 자매를 만나 어린이 벼룩시장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언니 다루니는 5년 전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시집왔고, 이어 동생 완라야도 여수로 시집와 아이를 낳았다. 동생 완라야는 손재주가 좋아 집에서 혼자 머리핀을 만들어 팔아 5만 원을 벌었다. 언니 다루니의 얘기다.





가족과 함께하는 놀이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왼쪽부터 태국에서 시집 온 다루니,휴가 차 태국에서 놀러온 다루니 친구, 다루니의 동생 완라야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머리띠, 핀, 수세미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4만 원 벌었어요. 태국에는 이런 행사가 없어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올해 2년째 참가하는 데 내년을 위해 또 모을 거에요"

9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바야르씨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와 물건을 팔고 있었다. 딸 문진주(좌수영초 2년)양에게 소감을 들었다.

"우리가 안 쓰는 물건을 다른 친구한테 쓸 수 있게 도와주니, 기분 좋습니다. 책하고 안 쓰는 물건을 팔아 2만 원 벌었어요."





몽고에서 시집 온 바야르씨 가족이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행복한 한 때를 즐기고 있다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아기에게 고양이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기아체험을 하는 흥국체육관 정문 옆으로 갔다. 1m쯤 생긴 ‘소원의 우물‘은 둥그런 원통형에 가운데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면 동전이 빙빙 돌다 가운데 뚫린 구멍으로 돈이 들어가고 이 돈은 전 세계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된다.


기아대책 전남동부지역본부 김종남 본부장은 "죽어가는 모든 어린이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어린이를 도울 수는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해외아동결연에 대해 설명했다.

기부체험을 통해 더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서로 존중하고 도우며, 체험을 통해 실천하는 어린이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험코너에는 사랑의 노트 만들기, 기아지도 색칠하기, 진흙쿠키 만들기, 우물모금함, 기아사진전 등이 있었다.





‘기아지도여행‘ 코너는 기아로 죽어가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체험으로 배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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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떼 쫑쫑쫑
 







‘병아리떼 쫑쫑쫑‘ 행사에 자원봉사 나온 여학생들. 박세연(충무고1년) 양은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과 소통, 재활용을 배웠고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배웠다"고 한다. 봉사활동에는 충무고 8명과 여수여고 3명이 함께했다.
ⓒ 오문수

병아리떼 쫑쫑쫑
 


어린이들이 벼룩시장에서 번 수익금의 50%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기부금은 이 지역의 장애아동 돕기에 사용된다. 어린이날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돕고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2011년 어린이 벼룩시장은 800여 명의 아이가 참가해서 20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이 금액은 여수지역 장애인 부모회를 통해 방학 중 아이들의 계절학기 프로그램 지원으로 사용됐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여수박람회 3차 예행연습하고 겹쳐서일까? 예년의 1/4인 165팀 300명만 참가했다. 그래도 기부금은 92만 원이나 모였다. 이 돈도 전액 여수지역에 사는 장애아동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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