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용지' 된 여수 돌산 무술목 바다, 그 황당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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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용지' 된 여수 돌산 무술목 바다, 그 황당한 사연
  • 오병종
  • 승인 2017.10.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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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만 쌓아놓고 가로막은 바다가 매립면허자 개인 소유로... 주민들 "원상회복해야"

"보십시오. 어떻게 이게 '목장용지'입니까? 바다를 막아서 둑만 쌓아놓고 수십년간 '목장용지'라니 말이 됩니까?"
 

 여수시 돌산읍 노평우씨(61.돌산읍 주민자치위원장)가 무술목 앞에서 개인소유가 된 바다의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  여수시 돌산읍 노평우씨(61.돌산읍 주민자치위원장)가 무술목 앞에서 개인소유가 된 바다의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 원하는 주민들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 '바다호수'가 최근 돌산 지역민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들은 이 바다호수를 '부정탈취 재산'으로 보고 이를 정상화하려는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바다를 원상회복 하려는 이들 단체 이름도 길다. '이순신 유적지(문화재)등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다.

'호수'로 보이는 무술목의 잘록한 이곳은 바닷물에 잠겨 있다. 겉모습과는 달리 토지대장에는 이곳이 '목장용지'다.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 위치도. 카카오맵 캡쳐
▲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 위치도. 카카오맵 캡쳐
 

 


대책위는 이곳 무술목 '바다호수'를 원래의 바다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바다호수'라는 애매함의 배경에 대해서 노평우(61,돌산읍 주민자치위원장)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은 그냥 우리 동네 바다였습니다. 그런데 제방을 막아 호수가 됐습니다. 바다를 부르기가 애매해서 '바다호수'라고 합니다. 바다이기도 하고 호수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농지로 만들겠다고 나선 개인이 60년대에 매립면허를 받아서 매립한다고 해놓고는 겨우 제방 둑만 쌓았습니다. 그리고는 80년대에 준공을 받았습니다. 준공하고 나서 지번 부여받고는 사유화한 것이죠. 사유화가 된 뒤로는 매립도 이뤄지지 않고 방치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곳이 바닷물이 들어 있는 호수상태로 있어서 '바다호수'라고 합니다"

바다는 매립면허 획득하면 면허권자 소유의 땅?

바다도 아니고 호수도 아닌 배경이다. 그런데 '바다호수'는 왜 '목장용지'인가?

이곳은 60년대 논으로 조성한다는 조건으로 전남도로부터 매립면허를 받았다. 식량이 부족한 시대의 발상이다. 농지 중에서 '초지'를 조성한다고 문서에 기록된 연유로 '목장용지'가 됐다.

무술목 '바다호수' 지역은 1965년도에 한 개인이 논으로 조성한다는 '개답' 목적의 매립면허신청을 전남도에 하게 된다. 전라남도는 1966년도에 매립면허를 발급한다. 그 후 명의가 변경되면서 현재 소유주 이아무개씨가 1968년도에 등장한다.

그 후 매립 목적이 몇 차례 변경되고, 준공기한 연장 과정을 수없이 거친다. 전라남도는 1983년도에 준공인가를 해준다. 아직 바다 상태임에도 이곳을 매립목적인 '농지조성(초지)'이 된 것으로 간주하고는 전라남도는 '공유수면매립공사 준공인가'를 해주었다.

바다매립은 준공이 관건이다. 준공이 되어야만 지번이 부여되고 소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의 준공인가로 당시 86.68ha의 면적에 대해서 면허신청자 이아무개씨에게 소유권이 부여된 것이다.

1966년도에 매립면허 신청을 해서 1983년 준공인가 때까지 17년 동안 잘록한 '목'을 가로질러 바다를 막는 1㎞에 이르는 둑을 쌓기만 하고는 준공인가를 받은 것이다.
 

무술목 바다호수 전경 육지쪽에서 둑이 있는 바다방향을 보고 촬영했다.사진 정 중앙이 바다를 막은 제방이다.
▲ 무술목 바다호수 전경 육지쪽에서 둑이 있는 바다방향을 보고 촬영했다.사진 정 중앙이 바다를 막은 제방이다.
 

 


멀쩡한 바다가 '목장용지'로 변하다

굴전마을 번영회 박영진(64)씨는 당시 양수기로 이곳 물을 퍼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83년도에 여길 막아놓고는 양수기로 여러 날 물을 퍼냈습니다. 퍼내다 보니까 바다 밑이 보이게 되고 갯벌 상태로 만든 거죠. 당시는 양수기로 물 퍼낸 것을 자세히는 몰랐죠.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초지' 준공인가를 받으려고 일단 갯벌 상태를 만들고 그랬던 것이죠. 바다가 아니라고 증명했겠죠. 그러더니 어느 날 다시 바닷물이 채워진 겁니다. 준공이 끝났으니 그냥 방치해서 지금까지 '바다호수'가 된 거죠."

이 지역 주민들은 당시 갯벌 상태인데 목장용지로 등록돼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가는 과정이 어찌된 영문이지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관공서 정보를 제때 알기 어려웠던 그야말로 '어두운 시절'에 벌어진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멀쩡한 바다가 목장용지가 되고, 국가 소유 바다가 개인 소유의 토지로 변한 것이다.

 ‘이순신 유적지(문화재)등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바다를 막은 둑을 제거하고 점선 안의 호수를 원래 바다로 원상복구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맵 캡쳐
▲  ‘이순신 유적지(문화재)등 부정탈취 재산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바다를 막은 둑을 제거하고 점선 안의 호수를 원래 바다로 원상복구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맵 캡쳐
 

 


개발업자들 '수상호텔', '태양광 부지' 부추켜

지역주민들은 지금 바다호수 상태로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한다. 농지나 목장용지로 만든다고 목적대로 이곳을 매립했다면 원상회복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무술목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굴전 사는 박진영씨는 "올해 초 이곳 무술목에 수문설치 공사를 했다. 전혀 바닷물이 안 들어오게 하는 공사였다. 그전에는 바닷물이 들락거렸다. 그러더니 한두 달 전에는 이곳 호수 물을 다 빼고 바닥이 거의 드러나게 한 적도 있다"며 개발이라든가 특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노평우씨는 최근 개발업자들이 자주 이곳을 '해상호텔'이나 태양광 설치 부지로 꼽으면서 서울의 땅주인을 만나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서 '대책위'가 꾸려졌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이제부터라도 나서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과 관련이 있는 이곳 '무술목'을 원래 바다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598 무술년 이충무공 전투 당시 화살표 방향으로 왜선을 유인해 잘록한 목에서 60여척의 왜선과 300여 왜군을 무찔렀다.  카카오맵 캡쳐
▲  1598 무술년 이충무공 전투 당시 화살표 방향으로 왜선을 유인해 잘록한 목에서 60여척의 왜선과 300여 왜군을 무찔렀다. 카카오맵 캡쳐
 

 


'무술목' 지명엔 이순신 장군 전투 역사 유적지

향토사가인 땅이름 전문가 박종길씨는 여수 돌산의 '무술목' 지명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흥미로운 역사이야기가 함께 전해져 오고 있다고 말한다.

"정유재란이 일어난 다음 해인 1598년 가막만 바다에서 왜군과 대치하던 충무공은 해상전투에서 왜군에 밀리는 척 전술을 펼치며 무술목으로 왜군을 유인하였습니다. 가막만 바다에서 무술목을 바라보면 동서 바다가 연결되게 보이기 때문에 왜군들은 도망을 가는 우리 수군을 추격하였고 매복했던 수군이 적을 격퇴하니 60여 척의 왜선과 300여 명의 왜군을 섬멸하였다고 합니다. 이 전투가 있던 1598년은 무술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무술목이라고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이곳 '바다호수'와 맞닿은 잘록한 육지의 맞은 편은 몽돌밭으로 유명한 '동백골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 주변에는 1958년 2월에 새겨진 전적비가 있다. 박종길씨는 "전설과 함께 실제 역사를 살펴보는 흥미로움이 있는 역사 현장"이라고 안내한다.

그런가 하면 지역 주민들은 '무술목'의 역사현장을 기리기 위해 이충무공유적기념비 옆에 1963년도에 이은상이 지은 글로 '이충무공 무술항 유적기념비'를 추가로 세우기도 했다.
 

 이충무공유적기념비와 이충무공 무술항 유적기념비
▲  이충무공유적기념비와 이충무공 무술항 유적기념비
 

 


이들은 무술목 '바다호수'가 매립되면 잘록한 '목'이라는 지형 때문에 이충무공이 승리로 이끈 무술년의 역사현장이 사라질 거라고 우려한다.

원래 무술목의 '바다호수'는 호수 아닌 그냥 바다다. 국가 소유의 호수같은 바다였다. 국가 소유라는 것은 주인이 없었다는 얘기다. 본래 우리 바다연안은 국가 소유이고 그 인근에 사는 어민들이 관리한다. 그래서 '어촌계'가 있다. 대책위는 '바다호수'를 원래 동네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국가 소유의 바다로, 60년대 이전의 상태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 멀쩡한 바다는 지금 개인 소유다. 시퍼렇게 출렁거리는 바다가 34년간 '목장용지'였다. 도저히 목장용지가 될 수 없는 이곳이 지금 꿈틀거린다.

한편, 토지대장에 나타난 무술목 '목장용지' 소유주 이아무개씨에게 비서를 통해서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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