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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자원봉사 달인이 말하는 ‘여수사랑’법

[특별기획] 여수넷통뉴스 정기총회 앞두고 만난 이사람...박근호 구조대장

  • 입력 2018.03.08 19:57
  • 수정 2018.03.09 01:50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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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경력만 20년인 사단법인 해양구조협회 여수구조대장 박근호씨의 모습

자원봉사의 달인이 있다. ‘1365 자원봉사포털’에 자원봉사 누적시간만 3000시간. 자원봉사를 해온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28년간 3조3교대, 자원봉사 전도사가 사는 법

6년 전부터 자원봉사 누적시간이 카운팅되기 시작했으니 실제 그의 봉사시간은 3배 더 많은 셈이다. 놀랍게도 여수산단에서 24시간 3조3교대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자원봉사를 숙명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사단법인 해양구조협회 여수구조대장 박근호씨가 바로 그다. 

수상이력도 화려하다. 2017년 대한민국 국민나눔대상, 2016년 제1회 여수시자원봉사대상을 수상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자녀 둘은 ‘MBC자원봉사대상’, 그의 아내는 ‘여수시우수봉사상’을 휩쓸었다. 말그대로 자원봉사 패밀리다.

온가족이 자원봉사 대상을 거머쥔 박근호씨 가족이 수상후 한컷

특히 해양구조협회 여수구조대는 연중 수중정화활동을 비롯해 해양사고가 나면 민간잠수사로 출동해 바닷속에서 실종자를 수색해 애타는 유족을 달래고 있다. 또 적십자 아마추어무선봉사회, 낙도봉사, 떡국나눔, 야생화 보급 꽃사모, 모두모아 교통봉사대, 빨간밥차, 미용봉사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수넷통뉴스> 시민기자로 활동중인 박근호 대장은 2018년 정기총회를 앞두고 “<여수넷통뉴스>가 이 지역 인터넷 언론사로서 지역 현안들을 많이 발굴해 문제점을 제시해 파급효과가 컸다“면서 ”여수상포지구 의혹보도, 정치인의 정경유착, 여수산단 비정규직 처우개선 보도가 가장 돋보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해양환경문제와 여수시가 1300만명 관광객 유치에 자랑하기 바쁜데 보이지 않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사항과 애로사항도 함께 보도해 주기 바란다”라며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지난 6일 찻집에서 박근호 대장과 밀착인터뷰를 나눴다. 인터뷰 중에도 많은 전화가 빗발쳤다. 오는 4월 15일 지구의 날을 맞아 불가사리 퇴치 수중정화 행사준비 탓이었다. 바닷속 수중 사전답사와 스폰서 섭외는 늘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3회째 이어온 이색 불가사리 대축제로 수중정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자원봉사 전도사’를 만났다.

“봉사는 남모르게 하는 거라고(?)... 연속성이 더 중요해

자원봉사 경력만 20년인 사단법인 해양구조협회 여수구조대 박근호 대장이 작년 여수구조대가 활동해온 책자를 보이고 있다

-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섬출신이다 보니 바다에 관심이 많다. 95년 발생한 시프린스호 사건으로 가두리 양식장이 기름범벅이 되어 죽어가는 고기를 보면서 스쿠버를 배우면서 출발했다. 이후 96년 환경운동연합을 시작으로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납(봉돌)을 바다에 버려 수중생태를 오염시키는 심각성을 알게 됐다. 당시 낚시면허제 필요성을 알리면서 수중정화 활동에 푹 빠졌다.”

- 20년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예전에는 봉사를 남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숨겼다. 하지만 봉사는 행동하고 실천하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 봉사다. 20년 이상 하다 보니 이제 봉사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요즘 봉사하는데 시간, 돈, 여건이 안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자신과 맞는 재능기부를 찾아야 한다.”

- 24시간 3조3교대 근무하면서 봉사활동이 가능하나

“교대근무를 잘 활용한다. 교대근무로 1달에 3번의 쉬는데 올해부터 격주마다 쉰다. 중요한 봉사활동은 휴가를 내고 참여한다. 다행스럽게 자원봉사 리더를 하다 보니 양해를 구하고 내 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짜는 편이다.”

- 회사반응은 어떤가

“여수산단 (주)KCC 생산부서에서 28년째 근무 중이다. 회사가 사회공헌에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에 내가하는 봉사활동이 회사 방향과는 별 상관없다.“

- 산단에 교대근무자가 많다. 봉사활동에 대해 조언한다면

“봉사는 의무가 아닌 즐긴다는 마인드로 임해야 한다. 수중정화를 하다보면 평소 남들이 못가는 곳도 갈 수 있다. 여수산단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이 많은데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4조3교대면 내 근무형태보다 배나 시간이 더 많다.”

- 가족들 반응이 궁금하다

“지금은 둘 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봉사에 참여했다. 꽃을 심고 가꾸는 가족봉사단에서 활동한지 10년이 넘었다. 봉사시간이 누적되다보니 둘 다 ‘MBC자원봉사대상’과 아내 역시 ‘여수시우수봉사상’을 수상했다. 가족 모두 상을 받은 셈이다. 가족이 고마울 따름이다.”

- 매년 하화도 꽃섬에 꽃을 심고 있다. 어떤 사연 이길래

“6년 전 야유회를 갔다. 그런데 꽃섬에 꽃이 없었다. 꽃을 심어보자고 의견을 냈더니 다들 찬성했다. 꽃사모 회원들이 자비를 털어 토종야생화인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심었다. 그런데 이곳 출렁다리 공사를 하면서 3년간 가꾼 야생화를 다 훼손했다. 현 주시장에게 찾아가 원상복귀를 약속받았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매년 봄.가을에 꽃섬 음악회를 하는데 7회를 넘겼다.”

- 모종하려면 꽃이 필요하다 어떻게 마련하나

“회원들이 자비를 걷어 야생화 씨앗 채취부터 파종까지 직접 가꾼다. 여수시 농업기술센타의 도움을 받아 2월에 파종해 4월에 옮겨 심는다. 또 가을에 야생화 씨앗을 채취해 저온 보관해 봄에 육모장 파종해 모종을 이식해 잘 가꾼다. 꽃이 피고 지는 전 과정을 직접 관장하는 셈이다.” 

대원들 “좋은일 하면서 마음 무거운 이유 모르겠다”

사단법인 해양구조협회 여수구조대는 오는 4월 15일 지구의 날을 맞아 제3회 불가사리 대축제를 앞두고 있다. 불가사리로 만든 거북선의 모습

- 해양구조대 실종자 수색은 무섭지 않나

“사고가 나면 해경상황실에 문자가 온다. 민간구조대 긴급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해경과 함께 실종자 수중수색에 나선다. 지난 1일 오후 만성리 해변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64세 여성이 미역채취에 나섰다가 파도에 휩쓸렸다. 이틀간의 수중수색중 남해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몇년전 소호동 앞바다에서 수색 이틀 만에 시신을 건졌다. 또 신덕해수욕장에서 어린이가 파도에 휩쓸려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좋은일 했는데 마음이 더무거운 건 왜인지... ”

- 실종자 수색을 해오면서 바라는 점은

“국제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는 여수시가 전남권에서 해상사고에 따른 준비가 가장 열악하다. 여수는 섬이 많아 해양사고가 빈번해 조례제정이 시급하다.현재 지자체의 예산이 제로다. 또 사고가 나면 여수시 공무원이 파견되어야 하나 연락자체가 없다. 해경과 딴판이다. 특히 지자체는 수난구조법상 활동비를 법으로 지급키로 되어 있으나 전혀 지급이 없다. 회원들이 직접 탱크, 유류비, 장비를 지원하는 실정이다. 대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작으나마 시행정이 뒤따라야 한다.“

- 이색 불가사리 대축제를 열고 있다

“2016년부터 여수불가사리 대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가 3회째다. 바다를 덮은 불가사리를 잡아 해양을 살리자는 취지다. 수중정화를 통한 바다의 해적 불가시리를 잡아서 멋진 작품을 선보이는데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 시에서 예산이 지원되나?

해양레저와 관변단체는 수천만을 지급하는 반면 우리단체 해양쓰레기 지원 예산에서 200만을 보조받았다. 예산 남발이 심하다. 여수시가 관광객 유입 정책에 돈 펑펑 쓰지 말고 해양정화 공공근로나 어민들이 해양환경을 살리는데 예산을 집행해야한다.“

- 정치 한번 해볼 꿈은 없나

“내게 시의원 나올 거냐고 물어보는데 그건 나중의 일이다. 정치는 거짓이 많고 꼭두각시가 많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여수지역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 이력에 자원봉사 시간을 표기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 시민을 위한 봉사다.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라.”

- 마지막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20년 이상 자원봉사 해왔다. 하지만 봉사상이 부담스럽다. 상을 타려고 활동해온 건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봉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원봉사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학생들이 봉사시간을 채우려고 학부모들이 자식의 봉사시간을 대신 끊어주는 사례를 종종 본다. 특히 복지관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그건 자원봉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다. 그러면 우린 바로 돌려보낸다. 대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활동해 ‘여수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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