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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예술랜드 항아리, 또다른 예술품이 되다

돌산 예술랜드 리조트에 작품을 전시준비 중인 서양화가 고도현씨
180점 항아리에 회화, 건축, 조각 기법 더해 작품으로 '변신'

  • 입력 2019.06.25 23:23
  • 수정 2019.06.26 10:24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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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예술랜드리조트 잔디밭에 전시된 작품들

장독이 예술품으로 태어났다. 
항아리 180여점에  서양화가 고도현(58)씨가 그림과 조각을 가미해 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여수시 돌산 예술랜드리조트 실내와 정원에 작업이 끝난 작품들은 전시를 마쳤고 아직도 준비중이다. 

우두리 상하동에 작업실을 둔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활동한 작가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중 5년 전 여수를 방문했다가 이곳에 온전히 자리를 잡았다. 외지출신 작가로 여수에서 활동중이다.

그를 알아본 여수예술랜드리조트측에서 먼저 이곳에 항아리를 활용한 작품 전시를 제안했고, 예술랜드 곳곳에 장소별 컨셉에 맞게 작품을 일부는 전시 중이고 일부는 작업 중에 있다. 180여점 항아리 작품 작업에 한 달 쯤 소요됐다.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서양화가 고도현씨가 예술랜드 현지에서 항아리에 회화작업을 하고 있다

장을 담는 항아리는 한국에서 정과 복을 담는 도구이기도 하다. 옛날 주술사들은 항아리를 뒤집어두면 땅의 나쁜 기운이 항아리에 담긴다고 여겨 액운을 담는 도구로 삼기도 했다. 복과 액을 다 담는다.  그만큼 한국 문화에서 항아리가 가진 의미는 풍부하다.

그런 탓에 이전까지 항아리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재료로 활용됐다. 그러나 항아리 한두 개를 활용한 실험적 형식은 진행했으나 대규모 항아리작업에 뛰어든 사람은 고도현 작가가 최초다.

“서양화를 전공해서 주로 회화작업을 했어요. 유화나 한지를 사용한 작업은 종종 있었지만 이런 작업은 더구나 180점 대규모는 저도 처음입니다.”

예술랜드 건물 내부와 작품의 조화도 염두에 뒀다. 항아리 배경 벽에는 벽화를 채운다고 설명한다.

항아리 앞에서 붓을 든 그를 보고 사람들은 얼핏 ‘나도 할 수 있겠다’ 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초벌구이만 끝낸 항아리와 달리 이처럼 완성된 항아리에 그림을 입히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약처리를 거치지 않은 항아리는 페인트를 잘 흡수하지만, 이미 마감을 하여 불에 구웠다면 유리처럼 매끄러운 면은 그림 재료가 베어들기 어렵다. 일반적인 작업을 하면 그림이 비바람에 벗겨지지고 바래서 작품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 작가는 과거 건축 경험을 살려 반영구적 마감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로 항아리에 특수 프라이머를 바르고 그 위에 건축용 돌가루를 덧붙여 흡수율을 높인 것이다. 이후 네다섯 공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코팅까지 해야 비로소 하나의 항아리가 작품으로 온전히 탈바꿈한다. 그러다보니 한 작품이 완성되는 데 이틀이 걸리기도 하여 작업 시간도 만만치 않게 소요됐다.

아프리카 토속 문양을 살린 작품
한국 전통 도깨비 얼굴을 그린 항아리

이 모든 과정은 전통 회화기법은 물로 건축기법에 입체감을 살리는 조각기법 등 미술 전반에 대한 응용과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워낙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일반 사람들은 석고 작업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첫 작업임에도 중간에 실패하고 버린 항아리는 없단다. 고대벽화를 연상시키는 문양들은 그가 직접 문헌을 찾아 발견했다.

 

그에게 이번 항아리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다면 무궁무진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게 항아리작업”이라고 말한 그는 “주문한 측에서 정해진 시간제약 때문에 덧붙이거나 긁어내는 실험적인 작품을 마음껏 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을 담는 항아리처럼 여수는 정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심성이 따뜻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작가의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요.”

여수예술랜드에 전시된 항아리 작품에는 그의 이러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수예술랜드측은 이 작품들을 공간 배경에 어울리도록 실내와 정원 곳곳에 영구전시한다.

여수예술랜드 김현철 대표는 "현장에서의 작업 과정도 방문객에게는 설치예술의 한 과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라고 본다"며 작업 자체도 이벤트로 여기고 있다.

또한 그는 "기존 장독대가 갖는 전통적인 미를 예술랜드에서는 조각공원의 서양 조각과 어울리도록 컨셉을 잡고 예술랜드 각 공간과 조화를 염두에 두고 붙박이 작품으로 영구전시를 해서 '예술랜드'라는 브랜드 품격을 더 추가하려는 시도다"고 이번 항아리 회화작품 전시에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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