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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식목일, 해조류 심기 전에 생태계 정화부터

매년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 여수해양구조대 오동도 인근 해양 청소 나서

  • 입력 2020.05.10 15:08
  • 수정 2020.05.11 11:4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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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인근 해양청소에 나선 여수해양구조대원 Ⓒ정종현

5월 10일 바다식목일을 맞아 여수해양환경인명구조단이 여수세계박람회장 인근 해양청결활동에 나섰다.

바다식목일은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범국민적 관심 속에서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지정됐다.

해조류가 숲처럼 무성하게 자라난 곳을 일컫는 바다숲은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곳이다. 2014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해양수산부 주최로 제1회 바다식목일 기념행사가 열린 후 매년 개최하고 있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무산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런만큼 이날 열린 여수해양구조단의 해양청결활동은 더욱 의미가 있다. 흐리고 바람 부는 날씨에도 장비를 갖춘 6명의 잠수부들은 유탑마리나호텔 리조트 앞 바닷가에서 차례로 바닷속에 들어갔다.

이곳 불가사리는 여느 바닷가보다 훨씬 통통한 몸집을 자랑한다. 바닷속 자연 홍합과 새조개를 잡아 먹기 때문이다.

양식장에서 던져주는 먹이감도 불가사리 개체 번식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하는 불가사리는 꼭 제거해야 하는 바다생물 중 하나다.

게다가 불가사리는 도마뱀과 같이 몸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도 다시 자라는데다 수많은 알을 한꺼번에 뿜어내기 때문에 생존력이 강하다.

한 구조대원이 입수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종현

“4-5년 전에는 별불가사리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모르불가사리가 많다. 해양생태계가 변하면서 종도 바뀐 것이다”

박근호 대장의 설명이다. 불가사리 종은 변했지만 오히려 전보다 개체 수가 늘었다고 잠수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아모르 불가사리는 예쁜 이름과 달리 바다의 포식자, 바다의 해적이라 불릴 만큼 가장 파괴력이 큰 불가사리다. 그야말로 못 먹는 게 없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여수 앞바다는 불가사리에게 모두 잠식될 것이다.

그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원들은 오로지 손의 감각에만 의존해 불가사리를 채취를 이어갔다.

잠수시간이 평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지만 잠수부가 많다보니 짧은 시간에 꽤 많은 불가사리가 모였다. 바닥에 쌓인 불가사리를 보고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호기심을 갖고 다가왔다. 분필로 쓴 글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가족도 있었다.

불가사리로 문구를 직접 써보는 아이들. 처음 본 불가사리에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전시은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장갑을 끼고 분필 글씨 위에 불가사리를 올려놓았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아이는 “해변에서 불가사리를 본 적 있지만 이렇게 많은 불가사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김희선 씨는 휴일을 맞아 여수로 놀러왔다. 그는 “불가사리가 바닷속 생태계를 파괴하는 생물임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업체에서 나서서 이런 일을 하다니 놀랍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해양교육을 실시해서 이런 사실을 많이 알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온 정소영 씨는 “바다식목일은 처음 듣는다”면서 “폐그물이나 플라스틱을 주워올리는 모습은 봤지만 불가사리만 집중적으로 잡는 모습은 처음 봤다. 하지만 바닷속 불가사리 번식을 막는 일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특별한 해답이 없어 막막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잠수부들이 잡아온 불가사리 Ⓒ전시은

대원들의 수고에도 전날 비가 온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수중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게다가 만조와 간조의 차가 높고 조류 흐름이 빠른 사리에는 더욱 그렇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해양사고 위험도 도사리는만큼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도 대원들은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냈다.

공단 협력회사에 근무하는 정수 씨도 해양정화활동에 함께 했다. 이날은 잠수 대신 뭍에서 대원들을 도왔지만 그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해양구조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여전히 바닷속을 누비고 다니는 해양봉사자들과 박근호 대장이 존경스럽기만하다. 그러면서 “10년 전에는 20명의 잠수부가 함께 하여 지금보다 더 수월했다. 불가사리 개체수는 점점 느는데 손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났다.

구조대의 도움을 받으며 불가사리로 문구를 쓰는 아이들Ⓒ정종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와 연안개발로 바다생태계가 파괴되며 자연정화기능 상실은 물론 해조류 감소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동해 연안의 62%와 남해안의 33%, 제주연근해 35%면적에서 바다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갯녹음’이라고도 칭하는 바다사막화는 해조류가 사라진 바위에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청정해역’을 유지하려면 지자체의 노력과 함께 어장을 이용하는 개개인들의 의식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수해양구조대원이 잡아온 불가사리를 들고 있다ⓒ정종현

현재 여수시는 COP28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오염된 해양을 원상복귀시키는 현실적인 활동은 전혀 행하지 않고 있다. 해양생태계를 살리는 적극적인 해양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편 이들이 잡아온 불가사리는 농업용 퇴비로 만들어져 시내 농가로 보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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