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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0주년과 ‘평화탑’

[발행인칼럼] 이야포 사건 70주년 추모제 '평화탑' 설치에 부쳐

  • 입력 2020.08.02 17:50
  • 수정 2022.11.11 14:20
  • 기자명 엄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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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야포 현장에서의 추모제 및 표지판 제막식 후 기념촬영

오늘(8월 3일)은 한국전쟁기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1950년 8월 3일 6.25 전쟁 당시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에 정박한 민간인 피난선을 향해 주한미군 전투기가 폭격한 사건이다. 우리 지역 이야포 해상에서 미국 공군 전폭기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다.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으로서 아직까지 진실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종결이 되지도 않았다.

한국 전쟁당시 노근리 양민학살 못지 않는 사건이 바로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이다. 생존자와 유가족의 증언으로 세상에는 알려졌으나 피해자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었고 지역 주민이 아닌 관계로 지역에서조차 그간 관심을 끌지 못했다.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난 7월 29일 이야포에서 6.25 피난선 침몰 현장 수중 탐사 광경

이에 본지는 수년전부터 여수뉴스타임즈(대표 김경만) 신문사와 함께 지역의 아픈 역사를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여 공감대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기에 격침된 피난선 정박지였던 이야포 현장에서 생존자 증언에 의해 확인된 폭격 지점에 대해 지난 3년간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박근호 대장과 대원들은 수중탐사를 실시해 왔다. 올해는 특히 피난선 잔해로 추정되는 잔해물을 발견했다. 빠른 시일 내에 바다속 선박 잔해물을 인양하여 당시 피난선인지 여부와 함께 미군에 의한 이야포 피난선 격침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

또 하나 뜻깊은 것은 8월 3일 오전 11시에 현지에서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0주년을 맞이하여 희생자 추모식과 함께 ‘이야포 평화탑’ 건립기념식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야포 평화탑’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역사에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탑이다. 이야포 피난선 미군폭격사건 70주년 추모위원회가 나서서 여수시의 협조와 박성미 여수시의원의 노력으로 설치하게 되었다.

'이야포 평화탑'을 쌓아 가는 과정
'이야포 평화탑' 안내판
2일 오후 돌로 쌓은 '평화탑'이 거의 완성되어 있는 모습

필자는 추모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하며 이번 ‘이야포 평화탑’ 설치 제안과 설치 감독을 맡아 감회가 남다르다. 이 기회에 ‘이야포 평화탑’ 설치 배경과 그 의미를 잠깐 언급하려고 한다. 
 
이번에 설치된 ‘이야포 평화탑’의 형태는 원뿔형 돌무더기 탑으로 맨 위에 새 모양의 자연석을 얹은 돌탑으로 마무리를 할 예정이다. 제작과정은 우선 큰 돌로 밑단을 둥글게 한 뒤 그 안에 잔돌을 채우고 다시 가장자리에 돌을 쌓아 차츰 원형 돌탑이 되게 사람의 키 높이 이상으로 만들었다. 돌을 쌓으면서 밥주걱과 무쇠솥을 돌무더기 탑 속에 묻었다.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혼들에게 굶주린 배를 채우시라는 의미를 담아 상징적으로 솥과 주걱을 ‘이야포 평화탑’ 안에 넣었다. 

또한 밥주걱은 솥의 밥을 긁어 담듯이 ‘평화’를 담아 주기를 바라는 의미도 있으며, 솥 또한 무서운 불에도 끄떡없이 이겨낸 것처럼 액운을 막아 달라는 뜻을 담았다.

오늘 추모식이 진행되면서 돌탑의 맨 위에는 새를 닮은 돌을 올려놓게 된다. 새 모양의 돌을 올려놓은 이유는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혼을 하늘로 올려보내기 위함이다

제주도 4.3방사탑. 너븐숭이 애기무덤 돌탑 모습

이야포 해변에 산재한 잡석으로 쌓아 투박하지만 안정감있는 원뿔 형태로 이야포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했다.

공동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이야포 평화탑’은 공동체 문화의 상징적 조형물이기도 하다. 이 탑을 통해 전쟁이 초래한 인권 유린의 현장을 확인하고,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확인했으면 한다.

‘이야포 평화탑’ 설치를 계기로 이제 정부와 여수시 그리고 관계당국은 충북 영동군 노근리 평화공원 처럼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 해변에도 피해자 추모를 위한 조그마한 ‘평화공원’을 세웠으면 한다. 후세들이 전쟁의 아픔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기억과 추모공간' 건립을 제안한다.

끝으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떠올리며, 이야포 사건 70주년을 맞아 ‘이야포 평화탑’ 설치에 담긴 ‘평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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