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적으로 갈수록 섬이 각광 받고 있다. 조그만 섬 하나가 200 해리 영해를 차지하며 거기에는 갖가지 자원들이 즐비하다. 섬은 영토적 가치와 전략적 가치, 자원과 경제적인 가치, 관광, 생태, 문화 원형 등이 많이 품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는 3400여개의 섬이 있고 그 중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은 446개이다.
총 827개의 섬을 가진 신안군은 전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 지역으로 홍도 흑산도 등 72개의 유인도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는 39,000명에 불과하고 재정 자립도가 전국에서 최하위이지만 해상교통 상황은 최상급이다. 2007년 신안군 의회는 여객선 운항을 24시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야간운항 지원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신안군의회 결단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8년 1월 압해농협 차도선이 압해도를 향하여 역사적인 야간운항에 나섰다. 이후 5월에는 증도와 임자도가 야간운행을 개시하였다. 그동안 압해도와 증도는 연륙이 되었고, 임자도는 올해 3월 22일 드디어 개시할 예정이다.
여객선 야간운항이 쉬웠을까? 신안군 여건은 군 전체가 섬으로 형성되었고 열악한 해상교통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2007년 이전 해양수산부 고시에는 여객선 운항시간이 ‘일출 30분 전 일몰 30분 후’로 한정돼 있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섬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줄 방안에 골몰하던 리더가 있었다. 2006년 박우량 신안 군수가 취임하면서 획기적인 해상교통의 혁명을 일으켰다.
박우량 군수는 해운항만청을 방문하여 여객선이 야간운항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야간운행은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거절당했다.
하지만 박 군수는 지역균형발전계획 서남권 특별개발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하였다.
“신안군은 오후 4시만 되면 통행금지가 실시되는데 이것은 주민의 기본권 침해이기에 통행을 자유롭게 해 달라”고 건의하였다. 박 군수는 “야간 운행을 할 도서들은 접근성이 좋고 여객선의 대형화와 레이더, GPS, 서치라이트 등이 있어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이렇게 애를 많이 쓴 결과 5개월 뒤인 2007년에 마침내 여객선 운항시간 규제가 풀리면서 신안군은 곧바로 야간 여객선 운행을 시작했다. 신안군은 운영비 보조금 3억 원을 지원하여 야간운항에 지장이 없도록 선착장 시설과 연결 도로망을 확장하였다.
섬 주민들의 여객선 야간운행은 ‘혁명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방 이후 70년 동안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 일을 ‘일개 도서 지방 군수’가 발의해 실시한 것은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신안군은 2019년 4월 국내에서 4번째로 긴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제2의 여객선 야간 항해 시대를 맞이하였다. 신안군 압해도는 2008년 목포와 연결됐고, 이번에는 천사대교를 통하여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등과 연결하게 되었다
2019년 10월 암태 남강에서 비금 가산항까지 야간운항을 시작하였고, 2020년 6월에는 안좌 복호항에서 장산, 하의 신의 간 야간운항을 취항하고 있다. 천사대교의 개통과 여객선 야간운행은 섬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필자도 비금과 팔금도 남강 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을 타 보았는데 섬 주민들은 꿈만 같다고 좋아들 하였다.
비금도에 사는 관광버스 기사 남윤우씨는 ‘여객선 야간운행은 육지와 같은 삶을 누리며 육지에 나가도 여유가 있고 숙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인 이익과 시간 절약을 할 수있다‘고 하였다. 한 사람이 육지 나들이를 하면 숙박비와 식대, 시간, 물류비 등 수십억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6월부터는 완도 약산 당목에서 금일도 야간 운행 개시
이런 모범적인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수를 비롯하여 진도 조도, 부안군 위도, 통영의 한산도, 욕지도, 사량도는 접근성이 우수하지만 아직도 초보 수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안군 다음으로 완도군은 오는 6월부터는 완도 약산 당목에서 금일도에 야간 운행이 되면서 다시 한 번 섬 주민들의 수백년 된 고통을 덜어 주는 변화를 가져온다. 완도군은 점차로 보길도, 창산도, 노화도 등을 향하여 야간 운행을 할 것이라고 정식 공문을 통해서 알려왔다.
2015년부터 인천에서는 덕적도가 야간운항을 논의하고 있었다. 인천 지역의 섬 지역 활성화와 여객선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서명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여수는 어떤가? 신안군이나 완도군 보다 재정 자립도, 인구, 인프라, 인물, 관광지 등이 모든 것이 우수하지만 아직도 금오도와 안도, 개도 지역 여객선 야간운행 이야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모든 것이 육지 중심의 사고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섬 지역 야간 여객선 운항은 시대의 흐름이며, 섬 주민들의 복지이며, 인권, 소득 창출과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섬에 사는 주민 중 일부는 내가 살고있는 섬 지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하며 교통, 산업, 교육, 의료 등 생활 불편으로 주민들이 섬을 떠나고 있다. 그렇지만 여객선 야간운항 등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 관광의 활성화와 주민이 찾아올 것이다.
글 이재언 (목포과학대학교 해양사업단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