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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드러나는 학교폭력, 두고 봐선 안돼

지난달 광주 야산에서 고교생 극단 선택
학폭대책법 제정 10년 지났지만 현실은 그대로
피해자에 초점 맞춘 법안 수정과 개선 필요

  • 입력 2021.07.26 11:11
  • 수정 2021.07.26 11:13
  • 기자명 여수경찰서 김윤성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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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경찰서 김윤성 경장
▲여수경찰서 김윤성 경장

뉴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폭력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 29일 광주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은 동급생으로부터 기절할 때까지 목이 졸리는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그가 오랜 학교폭력의 피해자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달 강원도에서도 집단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학생은 학교 옥상에서 투신함으로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학교측은 학교폭력 사실을 부정한다. 학생이 숨지고 피해자 측에서 유서와 증거들을 내밀고 나서야 당황해하며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학생들을 관리하는 학교의 답변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학교는 몰랐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 학생들을 모아놓기만 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모른다면, 혹 알고도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굉장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교사가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몰랐다고 한다면 CCTV라도 설치하여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의 개인정보 인권보다 피해자의 생명이 중요한 것 아닌가.

이제는 학교폭력을 철없는 학생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여겨선 안 된다. 이미 그 범죄의 잔혹성은 성인의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집단폭행으로 이루어져 죄의식이 낮고 지속적이며 강도가 심해지는 경향으로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학교라는 특성상 교실에 있는 다수의 방관자로 인해 피해자는 더욱 고립감을 느끼고 사춘기 예민한 시기에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낀다. 불의를 보고 참는 연습을 하며 자란 다수의 방관자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똑같은 어른이 되어 불의에 침묵할 것이다.

10년 전 대구에서 학교폭력으로 투신한 학생을 기억할 것이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투신하러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이 담긴 CCTV 장면과 그동안 괴롭힘 당한 내용이 상세히 적힌 유서 전문은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 후로 정부는 대대적으로 학교폭력 근절에 칼을 뽑아 들고 학교폭력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이듬해인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을 바꿨다. 이른바 ‘권승민법’이다. Wee클래스며, 학교폭력전담경찰관 신설 등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허나 10년이 지난 지금, 학교폭력은 줄지 않았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된 학교폭력 관련 청원만 10여 건에 달한다. 그중 극단적 선택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청원 2건은 현재까지 총 49만여 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실효성이 없는 법안은 현실에 맞게 변해야 한다. 어린 가해자에게 사회 환원 기회를 주기 위해 인권을 철저히 보호해주고 형을 감면해주지만, 피해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에 평생을 살게 된다.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법안과 지원구조로 개선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선량한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는가. 대한민국 학생들은 단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원한다. 더 이상 학생들의 죽음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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