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저편
조계수
죽도봉 환선정으로 가는 길은
붉은 황톳길 이었다
비가 오면
자꾸만 벗겨지던 꽃고무신
가파른 오르막에 들면
우렁우렁 골을 울리는
할아버지 음성이 들렸다
태사니이ㅡ높다아ㅡ
느린 시조 가락에 걸린 산은
물 머금은 구름을 지나고 있었다
활터를 지키던 할아버지는
명궁 이었다
과녁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는 화살이
명중 하면
시동은 빨간 기를 들어 올려
원을 그렸다
나는 살이 되어 날았다
귀에 익은 시조 가락도
날아가는 화살도
오래 붙들지 못할 때
청마루에 앉아
외줄기 강을 내려다 보았다
목포행 기차가 철교를 지나면
물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추었다
큰 들에서 서성이는 바람이
강을 따라가고
물가에 나무들이 잎사귀를 흔들며
소곤 거렸다
나는 강이 가는 길을 알지 못했다
흐르고 흐르면
바다가 기다린다는 것을
아스라한 연기로 길을 내는
어린 날을 따라
이제 강이 되어 흐른다
찰싹이는 바람 소리 재우며
바다가 되는
고향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