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조계수 시인 오래 참다터지는 꽃잎아프겠다 속으로 가누어온 목소리한 소절 노래가 되고쓰다 지우던수천 장 겨울 하늘이 시가 된다 그래절로 터져야 곱다붉은 통점마다꽃이 되는 거이제사 아는구나
아름다운 침묵 조계수 다 내려놓은 후나무는 말을 아낀다눈보라 속에서도외롭다 말하지 않는다견디어야 할 시간을 알기에깊은 밤에도 깨어 있다마른 뼈로 아침해를 끌어 올리는침묵의 힘묵묵히 기다릴 줄 안다
꽃눈 조계수 와, 와일제히 터지는 함성그것은 기미년의 만세 소리다칠흑 같은 자정을 살면서새벽을 기다려온희원의 꽃망울때를 알고 깨어 있다수차례 혹한을 거친 후에야겨울을 이기는 봄을 본다
한기 조계수 새벽에 등이 시렸다끌어 당긴 담요 자락에 따라온장대 다리 거센 바람세라복에 무거운 책가방 들고 넘던겨울 아침한사코 놓아주지 않는그때그때바람의 끈은 길었다
오동도 동백 조계수 파도 소리에꽃잎을 연다가장 아름다운 순간어둠에 몸을 사른다 누구라도 저렇듯환한 꽃길로 남을 수 있다면칼바람도 두렵지 않으리 파도 소리에꽃부리가 진다고통이 빛나는 산실피는 꽃만이 아름다운게 아니다지는 꽃 더욱 붉다
휴면기 조계수 시인 봄이 오는 길아득하여 눈을 감고 본다지금은 기다릴 때라고숨을 고르는 들잔디삘기 망초 자리공이름을 지운다어두운 땅 속에바래기 숨은 뿌리가 있다버리지 못한 것들을버려야 할 때숨차게 달려온 길쉼표를 찍는다
만월 조계수 하나의 눈이 천 개의 풍경이 되고하나의 귀가 만 개의 소리로 온다비우고 채우는 것은 기울지 않기 위해서다모나지 않으려면 조이다가풀어 주어야 한다살아 있는역사의 말발굽 소리지상의 어두운 곳에 내린다
단애 조계수 새의 날개를찾아 헤매는 사람에게바람이 데려간 곳은노송 한 그루천 년을 보는|낭끝이었다
1. 새날에는2. 서광3. 겨울바다에서4. 은유5. 눈발6. 노래7. 겨울풍경8. 길눈9. 어느 겨울에10. 녹꽃을 지우며11. 심지12. 울음 막이 밥13. 겨울밤
심지 조계수 사과를 깎는다니켈 나이프는 단호하다꽃이었던 향기도햇살 채우던 단꿈도베어지고 만다하지만내어 줄 수 없는가슴 속 여문 씨앗 하나칼날보다 푸르다
겨울밤 조계수 어느 해 겨울한밤중이었다우리 작은 방에 살던태근이 할머니소피 보러 나와서"별이 꽁꽁 얼었다야"주무시던 할머니 혼잣말로"아무것도 못 보면서 별은 보이남?" 유난히 추운겨울밤이 깊어질 때나는 소경이 되어캄캄한 하늘에서별을 찾아 헤맸다
울음 막이 밥 조계수 콩고물에 식은 밥을비벼 보았다옛날 우리 할매떠 먹여주던어미 잃은 외손녀울음 막이 밥 아가아가 우지 마라달래시다가수저 놓고 돌아 울던우리 할머니 밥 한 수저물 한 수저눈물 한 수저수수년 삭지 않는아픈 쳇 자리떨리는 목 울음에얹히고 만다
어느 겨울에 조계수 떠난 이의 무수히 많은발걸음 덮어주는저 눈발은내 지나간 자리에도소복이 쌓여 주리라
눈발 조계수 사람은 별이 되어하늘로 가고별은 떠날 때땅으로 진다 은빛으로 쏟아지는잔별들덮어줄 발자국 찾는다 하얗게 흐르는별빛어둠을 지운다
겨울 풍경 조계수 언 강에재두루미 한 마리 서 있다쩍쩍 금 간 소리강이 울던 밤어미 대신 품어준갈숲을 찾아긴 목 들어 올려 더듬고 있다
비둘기 조계수 저음의 오카리나깊은 울림낮은 음순한 씨앗을주워 먹고 산다
노래 조계수 빨랫줄에음표 같은 조기 떼입 벌려 내 고향 서해 바다합창을 한다음률을 타고알레그로 도돌이표물살을 가른다
은유 조계수 바라보는 순간단 하나의 언어가 되는가슴에 박히는 별처럼화악 뜨거운겨울 밤 찬별같은낱말 하나
겨울 바다에서 조계수 얼마나 넘어져야일어설 수 있느냐 얼마나 부서져야가라앉을 수 있느냐 깨어져한 줌 햇빛이 된다면사정없이 달려와라파도야
서광 조계수 새벽 하늘새가 오른다거센 바람 헤쳐온날개만의 비상긴 밤 어둠에서 찾던새의 길빛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