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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사로잡은 미역 품은 '손 수제비'

서민 음식 수제비, 조선 시대는 귀한 대접 받아

  • 입력 2021.10.05 15:30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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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을 넉넉하게 넣고 새우살과 바지락살을 더해 국물 맛이 깔끔하다. ⓒ조찬현
▲미역을 넉넉하게 넣고 새우살과 바지락살을 더해 국물 맛이 깔끔하다. ⓒ조찬현

“손님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합니다. 대부분 여러 가지를 주문해 나누어 먹어요”

분식집 아주머니는 늘 여유롭다. 혼자서 수많은 음식을 척척 요리해낸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각각의 음식을 주문한다. 이는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 같이 나누어 먹기 때문이다.

▲착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가 눈길을 끈다. ⓒ조찬현
▲착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가 눈길을 끈다. ⓒ조찬현

여수 남양분식이다. 무선지구 남양아파트에서 무선2단지아파트 가는 길 골목에 있다. 지난해 이 집의 착한 콩국수(6천 원)와 김밥(1500원)을 네이버 블로그(맛사랑의 맛있는 세상)에 소개한 바 있다.

오늘 선택한 음식은 미역 품은 손수제비다. 그 맛에 매료되었다. 한 그릇에 5천 원이다. 이 또한 콩국수 김밥과 더불어 착한 음식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다 이웃이고 단골들이라 예전 가격 그대로를 고집한다.

분식집 문을 연 지 올해로 15년째다. 이제 요 근처에서는 남양분식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분식집 아주머니는 “근처에 살면서 우리 집 모르면 간첩이에요”라고 말했다.

▲바쁜 시간에는 손님이 셈을 하고 돈을 거슬러간다.  ⓒ조찬현
▲바쁜 시간에는 손님이 셈을 하고 돈을 거슬러간다. ⓒ조찬현

점심시간 분식집은 손님들로 붐빈다. 이곳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은 자신들이 주문한 음식을 알아서 가져다 먹곤 한다.

“바쁠 때는 손님들이 음식을 갖다 드셔요. 돈도 직접 계산하고요.”

수제비 맛을 결정짓는 건 밀가루 반죽이다. 주문과 동시에 밀가루 반죽을 직접 손으로 뜯어서 쑨 손수제비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국물 맛도 예사롭지 않다. 미역을 넉넉하게 넣고 새우살과 바지락살을 더해 국물 맛이 깔끔하다. 수제비의 식감과 풍미 또한 고급스럽다. 이 가격에 어찌 이런 고급진 음식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남양분식 아주머니가 밀가루 반죽을 직접 손으로 뜯어서 넣어 수제비를 쑨다.  ⓒ조찬현
▲남양분식 아주머니가 밀가루 반죽을 직접 손으로 뜯어서 넣어 수제비를 쑨다. ⓒ조찬현
▲수제비에 미역을 넉넉하게 넣고 새우살과 바지락살을 더해 국물 맛이 깔끔하다.  ⓒ조찬현
▲수제비에 미역을 넉넉하게 넣고 새우살과 바지락살을 더해 국물 맛이 깔끔하다. ⓒ조찬현

서민 음식 수제비는 사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는 밀이 귀했기 때문에 수제비 또한 귀한 음식으로 양반들의 접대 요리로 쓰였다.

수제비가 서민 음식이 된 건 순전히 미국의 밀가루 원조 때문이다. 1945년부터 3년간 통치한 미군정의 원조 이후 밀가루가 싼값에 시중에 유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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