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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쇼팽을 좋아하는 이유 (1)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22)... 쇼팽, 피아노소나타3번
쇼팽 국제콩쿨 참가자들의 연주를 듣던 가을 저녁
"간결하면서 경박하지 않고 복잡하면서 지적인" 쇼팽의 곡

  • 입력 2021.10.27 11:47
  • 수정 2021.10.27 11:59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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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얼마 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국제콩쿨이 있었다.

쇼팽을 기념하고자 만들게 된 콩쿨인데 쇼팽서거일인 10월17일 전후로 1017년부터 지금까지 5년주기로 개최하고 있다. 쇼팽의 음악으로만 연주곡을 구성하며 3차에 걸쳐 본선연주를 하며 마지막 결선에서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 콩쿠르의 우승자는 세계무대에 서게 되는데 마우리지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크리스티안 짐머만 등이며 지난 17회에는 조성진이 우승을 하였던 콩쿨이다. 10월에 들어서면서 2주동안 참가자들의 연주를 저녁마다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나에게 쇼팽은 아주 특별한 작곡가이다.

지난해에 쇼팽의 작품으로만 구성하여 연주회를 열었는데 나의 온 삶을 그의 음악과 함께했고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에 연주곡에 대한 설명을 쇼팽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중에 몇 편을 올린다. 아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쇼팽 소나타 3번 연주 영상이다.

 

-피아노 소나타 3번-

정말 이 곡은 대단하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난 알았지, 평생을 두고 이 곡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에 우리 인생의 모든 것들이 다 담겨있음을

그대는 39세라는 짧은 삶속에서 인생의 비밀을 이곡에 표현했지만 난 이제야 겨우 조금 이해한다네, 그것도 그대 덕분에.

그대는 일어나는 모든 삶을 이해하는가.

내 삶의 여정중에 가장 슬픈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네. 그대 역시 삶의 슬픔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네.

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사건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었네. 그럼에도 음악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싶었네.

그 어려운 때에 그대는 내 옆에 조용히 있어 주었네. 그래서 그대를 나의 친구라 부르기로 했다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네. 1악장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예감하는 듯한 첫 시작의 울림이 왜 그렇게 비장하던지...

▲쇼팽  ⓒ다음 백과사전
▲쇼팽  ⓒ다음 백과사전

그대도 알 수 없는 삶을 표현할 때는 서술형의 긴 넋두리처럼 음들을 바로 해결하지 않고 여기저기 방황하며 풀어놓곤 했지.

그래서 무척 어려운 곡이 되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그 부분이 참 좋았다네.

그럼에도 그대는 차분한 모습으로 품위를 잃지 않았고 쓰러지지않고 가야할 길을 인내하며 걸어갔지.

그것이 그대의 음악을 고상하게 만드는 힘이었고 그것이 그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네.

슬픈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이 곡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음은, 이제는 어렴풋이 삶을 감쌀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

2악장에서의 그대의 재치는 그대의 배려와 유머, 그리고 그대의 해학을 표현하여 1악장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었지.

톨스토이(L.Tolstoy)는 그대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네.

“쇼팽은 간결할 때에도 경박한 흔적을 찾을 수 없으며 복잡할 때에도 여전히 지적이다”라고...

2악장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담았기에 너무 슬퍼서 아름다운 3악장에서의 처연함을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그대의 냉철함과 지혜로 3악장을 흔들림없이 끝까지 관조하며 연주할 수 있었다네.

정말 갈 길이 막막할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잠하게, 망연자실하게 몇날 몇일을 무기력하게 했으며, 커튼을 내리고 어둠속에서 시간을 정지시키고 고갈된 영혼의 밑바닥을 표현하고 싶다네.

그러다가 그대는 4악장에서 8마디 코드의 울림으로 닫힌 커튼을 걷어 올리며 창문을 열었지. 마치 처음의 새 하늘이 열리듯 말일세.

이 소나타를 연주한 후에는 왠지 모를 에너지가 온 몬에 축적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네.

슬픔을 이겨내는 힘으로 말이네,

그대 예술의 위대함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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