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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낌없이 자신을 사랑하기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20)...쟈크 오펜바흐, 자클린의 눈물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 투병 중에도 악기를 놓지 않아
첼리스트 베르너는 오펜바흐의 곡에 '자클린의 눈물' 곡명 붙여 헌사

  • 입력 2021.10.05 14:07
  • 수정 2021.10.05 14:45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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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언젠가 석양을 바라보며 명상요가를 하던 중 등쪽의 어떤 부위가 ”이제야 저를 만지시나요“라고 아주 나지막하고 은밀하게 원망담긴 속삭임을 듣고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렀던 기억이 있다.

물질에 있어서의 '단순화' 훈련은 하고 있지만 시간의 ”느림“과 ”천천히“는 아직도 미숙하다.

주어진 24시간을 촘촘하게 채우려는 욕심은 영혼담긴 육체를 함부로 다루고 있음에서 나타난다.

나의 아킬레스건은 허리, 얼마 전 행사가 있던 날 무너져 내려앉은 허리는 이제 서서히 다리와 양팔의 저림으로 독기운이 퍼져나가듯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현상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감지되며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상황을 그려보는 순간 비운의 첼리스트인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가 생각났다.

그녀는 음악의 신동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25세의 젊은 나이에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렸고 병이 악화되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악기를 놓지않고 연주를 계속하다가 28세에 은퇴하며 14년간의 투병생활 끝인 42세에 생을 마감한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은 쟈크 오펜바흐(J.Offenbach,1819-1880)가 작곡한 미발표곡이다. 그는 독일태생의 프랑스 작곡가이자 첼리스트로 자신의 젊은 시절의 고뇌와 슬픔을 표현한 매우 아름답고 애절한 곡이다.

백년이 지난 후 독일의 첼리스트인 베르너 토마스(W.Thomas)가 오펜바하의 곡에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직접 연주하여 그녀에게 헌사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이며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슬픈 사랑, 삶의 존재이유가 되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을때에 오는 절망이 듣는 이의 마음을 깊은 가을 속으로 빠지게 한다.

가을밤에 듣는 첼로의 음색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한다.

아직 걸을 수 있을때에 가을낙엽을 밟으며 창조주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아직 볼 수 있을때에 이 가을을 눈에 담으며 감탄하며,

아직 누군가 마음속에 떠오르면 온 마음 다해 사랑한다 고백하려 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여 이제는 쉬어가도 되며 천천히 가도된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격려하려 한다.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 작업활동을 죽기 전까지 하기 위해 새벽에 돌산바닷가를 뛴다는 노화백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도 살아있는 눈빛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계실 작가님께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나 역시 의식이 있는 동안은 피아노와 함께하고 싶다. 걷기를 시작한다, 천천히 걸으며 쉼의 시간을 갖는다.

새벽의 장도도 걸어가며 한낮의 햇살도 온 몸으로 받으며 걷고 또 걸으며 저녁즈음에는 장도다리가 잠긴 가을밤의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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