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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모든 문제는 저임금이 원인이다"

여수YMCA, 주종섭 전남도의원, 여수산단폭발안전사고지역사회대책협의회 주최
"낮은 임금은 낮은 숙련수준을 불러와 결국 품질저하로 이어져... 유지관리비용 늘어"

  • 입력 2022.11.16 09:30
  • 수정 2023.01.17 13:28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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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적정임금제 제도 구축 정책토론회 현장
▲ 전라남도 적정임금제 제도 구축 정책토론회 현장

기업 청렴문화 확산 및 지역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전라남도 적정임금제 제도 구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다단계 하도급 및 저가수주로 인한 저임금, 숙련 노동자감소 및 외국인노동자 증가 등 산업환경 악화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이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라남도 적정임금제 제도 초석마련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15일 오전 여수 화장동에 위치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여수YMCA와 주종섭 전남도의원, 여수산단폭발안전사고 지역사회대책협의회가 주최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후원했다.

노동환경 반부패 예방 체계, 적정임금제

적정임금제는 노동자의 임금을 중간업체를 거치지 않고 사업 발주처에서 전자카드를 통해 바로 지불하는 방식의 제도로 불법하도급, 부정 청탁, 저가수주, 인금삭감 등을 방지하여 공정하고 건강한 노동 환경을 구축하는 반부패 예방 체계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서희종 사무국장은 지난 8월 16일부터 한달간 여수소재 플랜트건설, 토목건축 노동자 및 국가산단 임직원 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희종 사무국장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 노동자들은 건설현장 일자리 확보보다 임금인상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산단 임직원보다 플랜트건설과 토목건축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에 더 중요성을 두었다.

▲ 전라남도 적정임금제 제도 구축 정책토론회 현장
▲ 전라남도 적정임금제 제도 구축 정책토론회 현장
▲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서희종 사무국장
▲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서희종 사무국장

또한 설문조사 결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이유로는 ‘임금이 낮고 지시하는 대로 따르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건설업자가 저가로 투찰하는 이유로는 ‘지속적인 하도급 거래 확보를 위해’라는 답을,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불법다단계 하도급’과 ‘원청업체의 과도한 공사비 삭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단계 하도급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사비용 절감을 위해서’와 ‘불법이지만 실제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폐혜는 ‘부실시공’과 ‘임금체불’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서희종 사무국장은 “다단계 하도급 개선을 위해서 필요한 사항을 묻는 질문에 노동자들은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정착’을 우선순위로 꼽았으나 적정임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알고 있다는 비율이 82.8%가 나왔다. 적정임금제 조례제정에 ‘긍정적 효과가 있으니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65%를 차지했다”며 적정임금제를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적정공사비 도입하자 문제 감소... “10년 전부터 이런 대접 받았으면 고령화 없었을 것”

▲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은 국내외 사례를 통한 적정임금제도 구축 추진과 확대방향을 알렸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건설제반 폐해의 공통원인은 공사비 부족이며 부족 원인은 제 살 깎기 수주경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자리 확보를 위한 임금 삭감 경쟁을 막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건설공사 적정임금제를 통해 ‘모두의 제 값 확보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심규범 전문위원에 따르면 2008년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되며 재하도급이 불법으로 간주됐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존재한다. 

”입찰자 간의 제 살 깎기 수주경쟁으로 공사비가 부족해지고 이는 재하도급, 편법시공을 불러왔다. 저가수주 현장에서 산업안전은 사치이다. 다단계 하도급의 저가수주 경쟁은 임금 저하로 외국 인력을 고용하게 해 내국인 일자리가 위기를 겪게 된다.“

▲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이 전하는 적정임금제 성과
▲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이 전하는 적정임금제 성과

이어 심규범 전문위원은 ”현재 건설현장에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비율이 2대8인데 이는 품질저하와 산재증가, 하자발생 우려를 높인다. 돈만 있다면 내국인 숙련공을 고용해 작업하겠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독초를 먹는 셈이다. 낮은 임금을 주면 더 낮은 숙련수준으로 손해를 본다“고 덧붙였다.

건설안전을 위협하는 공통원인은 공사비 부족과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임금삭감이지만 개선 노력은 거의 없다.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은 저임금 저숙련자 증가를 불러오고 이는 재해 증가를 불러온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현장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눈감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벼랑 끝에 내몰리니 ’안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정당화하기에 이르렀다."

심 전문위원은 ”선진국은 가격경쟁을 줄이고 기술경쟁을 높여 공법 개선, 소재개발 등 기술개발을 유도한다. 미국은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노동자가 받아갈 임금을 지정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간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의 규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가 적정임금제를 도입해 성과를 본 예시가 있다. 

”적정임금제를 시행하니 임금소득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노동자는 해고되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한다. 한 노동자는 ’10년 전부터 이런 대접 받았으면 지금처럼 고령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품질 및 안전이 개선되어 유지관리비용 감소로 사업주와 발주자도 이익을 본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가 후려치기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모두의 제 값을 확보하는 상생발전을 구현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단가 후려치기를 억제해야 청렴문화를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상생을 이끌 수 있다“고 발언을 마쳤다.

▲ 주종섭 전라남도의원
▲ 주종섭 전라남도의원

주종섭 전라남도의원은 ’전라남도 조례 제.개정을 통한 적정임금제도 구축방안‘을 설명했다. 주 의원은 ”2023년 1월부터 건설근로자에게 적정 수준 이상의 임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적정임금제가 시행된다“며 ”적정임금제 도입은 다단계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건설노동자 임금삭감 문제 개선과 산업재해 방지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오고 건설현장의 노동환경개선을 가져온다“고 전했다.

”1989년까지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금지됐다. 이후 건설노조가 만들어지며 현장은 많이 발전했지만 가장 큰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은 변화가 없었다.“

주 의원은 심규범 박사가 발표한 국내 적정임금제도 시행 예시를 들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적정임금제로 시중 노임단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경기도는 2021년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최초 시행하여 경기도 및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무기간에 따른 고용불안전성에 비례한 ‘보상수당’을 기본급의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 차등지급했다.

“사회 분위기가 제도시스템 안착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치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지급하도록 법을 만들었고 그 결과 ‘노동존중’이라는 국정시스템이 이뤄졌다.

현재 전라남도는 노동정책 비전과 5대 전략을 수립, 관련 조례를 18개나 제정했으나 행정시스템이 조직적이지 않다. 내년부터 300억 이상 국가와 지자체 공사 건설현장을 시작으로 적정임금제가 시행된다.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에 제도와 정책이 함께 시행된다면 반드시 노동자 권익보호가 이뤄질 것이다.”

플랜트사업 협동조합 최명환 이사장은 “여수산단 대기업이 적정임금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플랜트사업 협동조합 최명환 이사장
▲플랜트사업 협동조합 최명환 이사장

최명환 이사장은 여수산단 유지보수 용역사업 관련 저가 경쟁에 따른 문제점으로 품질저하와 낮은 임금으로 불완전한 고용, 그리고 그로 인한 기술과 기능인력 확보 부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정상적인 ESG 기업경영을 결코 만들 수 없는 환경까지 더해 안전사고가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며 기업이 고객과 직원에 기여하고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저임금이 원인이다. 여수산단 유지보수 용역사업의 저가경쟁을 막으려면 대기업의 상생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면서 최 이사장은 여수산단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경쟁사간 이동 인력 제한, 대기업으로부터의 중소기업 인력차출 제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최 이사장은 “단순 저가에 의한 입찰방식에서 벗어나 기술력 있는 중소 협력업체의 사기를 높이고 적정 용역의 대가를 받음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진정한 상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적정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건설노동 현실... 전남도와 도교육청조차 다단계하도급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남건설지부 이광민 준비위원장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남건설지부 이광민 준비위원장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남건설지부 이광민 준비위원장은 적정임금제 도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목수의 평균연령이 60세 이상이다. 기능인력을 양성하지 않아 앞으로 5년만 지나면 건설현장에서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논의가 10년만 일찍 이뤄졌어도 이같은 현실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낡은 자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집에 가져갈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체가 처음부터 적정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구조를 국가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국회에서 건설노동자 적정임금 지급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아서 현실에 적용되지 않았다. 이제 다 망해버린 건설현장에 이 같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전라남도, 전라남도교육청이 시행하는 관급 공사현장이 민간공사현장보다 훨씬 임금체불과 다단계 하도급이 많다. 당장 순천 전라남도 동부청사 공사현장부터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이날 토론회는 여수YMCA와 주종섭 전남도의원, 여수산단폭발안전사고지역사회대책협의회가 주최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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