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발생한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10일 오전 11시 화장동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열린 추모식과 제막식에는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임직원과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 시민추모비건립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사는 지난 2007년 2월 11일 새벽 3시 55분경, 여수출입국사무소 304호 보호실에서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수감 중인 보호외국인 10명(중국인, 우즈벡인)이 사망하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야간 당직 직원들은 근무를 서지 않고 숙직실에서 잠을 자느라 늑장 대응하였고 보호동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이곳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본국 송환전 까지 구금 수용하는 보호시설을 갖춘 곳으로 최대 2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추모비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곳에는 지금도 보호외국인 1백여명이 상시 생활하고 있다.
추진위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시민모금운동을 펼쳐 308만원의 기금을 조성하였고 올해 1월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 추모비를 설치하였다.
추진위 관계자는 “법무부 시설인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사건을 잊지 않고,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으고 시민 모금으로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라며 추모비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추모비에는 희생자 10명의 이름과 나이, 국적을 새겨 참사를 잊지 않도록 했다.
제막식이 끝나고 전남동부NCC 회장을 맡고 있는 정한수 목사는 희생자를 위한 추모기도를 올렸다.
정한수 목사는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말며 무죄한 자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 아니하라”는 예레미야 7장 6절의 구절을 읊으며 “우리 사회가 외국인 인권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외국인보호소 인권문제를 막을 근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시민사회단체의 더 깊은 관심과 시민들의 준엄한 감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를 낭독한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전 대표는 “외국인보호소는 이름 그대로 강제출국 대상자를 일시보호해야 함에도 사실상 구금을 자행했다. 여수에서 발생한 참사는 사회적 재난이다. 2021년 4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는 가혹한 새우꺾기가 자행됐지만 책임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부에게는 국민이 아닌 이주민은 단속의 대상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억압 없는 세상을 바라며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기린다”고 낭독을 끝맺었다.
추모식에는 문갑태 여수시의원도 참석했다. 문갑태 의원은 참사가 발생한 당시 여수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참사 수습에 앞장선 바 있다.
문 의원은 “사고 이후 법무부는 적극적으로 노동자 인권을 수호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전혀 진전이 없고 외국인보호소는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보호소에 수용된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면 지역 시민단체와 상호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 참여자는 미리 준비된 국화꽃을 추모비 앞에 헌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