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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가 방류되면 타격이 어마 무시하게 올 거예요“

[현장르포] 여수 중앙동 중앙선어시장에 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에 방류 초읽기...좌불안석 여수 수산업

  • 입력 2023.06.28 07:05
  • 수정 2023.06.28 07:27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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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중앙동 중앙선어시장 전경이다. ⓒ조찬현
▲여수 중앙동 중앙선어시장 전경이다. ⓒ조찬현

올여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여수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좌불안석이다.

26일 여수 중앙선어시장 우진수산 이성욱(44) 대표를 만나봤다. 그는 바다에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업) 타격이 어마 무시하게 올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굶어 죽진 않겠구나, 그래서 밤낮없이 일했죠”

이 대표는 여수 화양면 화동 출신으로 육군 부사관을 거쳐 3사관학교를 졸업 소위로 임관한 예비역 장교다. 부사관 3년여, 장교 15년, 18년 5개월 군 복무 후 뜻하는 바 있어 수산업에 뛰어든 지 3년째다.

군 복무 중인 2011년 결혼했으나 행복한 꿈도 잠시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내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후 혼자 애를 키우기 힘들어 좋은 사람을 찾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러던 중 두 가족이 살기에는 군 월급으로는 부족해 전역의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우진수산 이성욱 대표가 멍게 피가 단단해야 좋은 거라고 말한다. ⓒ조찬현
▲우진수산 이성욱 대표가 멍게 피가 단단해야 좋은 거라고 말한다. ⓒ조찬현

- 육군 장교 출신으로 알고 있다, 수산업하고 인연은?

“지금 장인어른이 가게를 하시다가 저희한테 물려주셨어요.”

- 처음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이제 군 생활을 접고 나올 때 그 마인드로 일했습니다. ‘뭐든 몸으로 하면 다 된다.’ 어차피 수산업에 와서 삼촌들 하는 거 보니까 ‘몸으로 열심히 일하면 굶어 죽진 않겠구나’. 그래서 밤낮없이 일했죠.”

- 주로 여기서 취급하는 품목이 뭐예요?

“새조개, 해삼, 멍게, 그리고 조개 종류는 구해달라고 그러면 다 구해줘요.”

- 멍게는 언제까지 판매하나요.

”멍게 최대 생산지는 거제도거든요. 근데 이제 거제와 통영 것은 끝났어요. 7월까지는 동해안에서 나와요. 멍게는 딱 꺼냈을 때 이렇게 피가 단단해야 좋은 겁니다, 흐물흐물하지 않고. 멍게 1kg 4천 원에 팝니다. 바로 드실 수 있도록 비용 안 받고 손질까지 해줘요.“

- 상품 판매할 때 SNS 활용을 잘하시던데요. 가장 답답할 때는요?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 날씨나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저희가 손님들하고 약속을 잘 못 지킵니다. 손님들이 ‘이것 좀 구해주세요. 언제까지 필요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실질적으로 여기가 경매 시장이다 보니까 나오는 물건이 한정적이에요. 그래서 온갖 군데 전화를 해서 알아봐도 못 구해 드릴 때가 좀 많아요. 그땐 좀 답답하지요.”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걱정이 많이 됩니다”

▲여수 중앙선어시장 새조개와 해삼 전문점 우진수산이다. ⓒ조찬현
▲여수 중앙선어시장 새조개와 해삼 전문점 우진수산이다. ⓒ조찬현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수산업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걱정이 많이 됩니다. 당장 방류한다 하니 다들 (수산물)‘먹지 말자, 사지 말자’ 이러잖아요. 그리고 돌아 돌아 6개월 만에 우리나라에 도달했을 때는 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말하는 분들한테 ‘그럼 먼저 먹어봐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걱정이 많겠어요.

"(수산물) 안 팔린다고 그러면 저희 생계는 막막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은 그래서 이게 단순히 ‘먹지 마’ 이게 아니고 정부나 시에서 그에 대한 방안을 좀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아직은 오염수를 흘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작업을 해서 수산물이 전국으로 올라가지만 이제 진짜 방류하기 시작하면 수산시장에서 저런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없겠죠.“

- 오염수 방류 이후에 대한 생각은.

”자기네들 냉동고에 수산물을 쟁여 놨다가, 조금 사그라지면 그때 또 빼서 팔고 이럴 거란 말이에요. 제 생각은 그래요. 지금처럼 수산시장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들 어디선가 숨어서 작업해서 냉동고에 넣어놓고 보관하고 있다가 ‘방류하기 전의 생선입니다.’ 하면서 날짜만 바꿔쓰면 되잖아요. 그런 걱정도 됩니다.“

- 현재 육군 복무 때보다 수입은 더 나은가요?

”네, 한 3년 해 봤지만, 많이 벌 때는 두 배 정도 됩니다. 우리 일은 여름에는 이렇게 좀 한가하고요 겨울에는 대중없습니다.“

”저녁 11시에 나와서 새벽 3시~4시까지 일합니다“

▲새벽 경매가 끝난 이후(오전 11:38)의 여수 중앙선어시장 풍경이다.  ⓒ조찬현
▲새벽 경매가 끝난 이후(오전 11:38)의 여수 중앙선어시장 풍경이다. ⓒ조찬현

- 몇 시에 일터에 나와요?

”겨울철에는 저녁 11시에 나와서 새벽 3시~4시까지 일하다 들어갑니다. 여름철은 비수기라 시간이 좀 널널합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저희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옵니다.“

- 고객과 관계에서 보람된 일은.

”거래처 중에 한 분이 돌산 쪽에서 횟집을 하시는데 배달 갈 때마다 저희한테 겨울에는 춥다고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그러고 여름에 시원한 음료수 마시고 가라며 격려해줄 때요. 고객이 제 마음을 알아주고 챙겨줄 때가 제일 뿌듯한 것 같아요.“

- 돌게장과 돌산갓김치도 판매를 하신다면서요.

”여름에 이렇게 비수기니까 어머님께서 ‘게장하고 갓김치 이런 걸 팔아보지 않을래’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머님이 여수에서 게장 백반집을 40년 하셨어요. 작년에 허가를 내놓으니까, 이제 입소문 효과가 조금씩 나요.“

▲한 할머니가 생선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다 잠시 쉬고 있다. ⓒ조찬현
▲한 할머니가 생선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다 잠시 쉬고 있다. ⓒ조찬현

-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정말 심각하죠. 오염수가 방류되면 타격이 어마 무시하게 올 거예요. 이게 판매하는 소상공인한테 책임을 전가해야 할 게 아니고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야지요. 어민들이 왜 저렇게 난리를 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는 귓등으로도 안 듣잖아요.“

- 여수시에 바라는 게 있다면?

”여수시에 수산시장이 여러 군데가 있지 않습니까? 다른 곳은 구획 정리라든지 이런 게 잘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중앙선어시장)를 보면 아무리 경매 시장이라고 그래도 그렇지 솔직히 울퉁불퉁 바닥도 그렇고 엄청 불편하거든요. 지금 저렇게 보시다시피 할머니들이 구루마(수레) 끌고 가면 파인 곳에 딱 걸리니까 생선이 다 쏟아져 버려요. 공사해서 불편함을 없애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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