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국동항 파제제 안쪽 폐바지선이 널브러진 현장. 바다에 떠 있는 흉물 폐바지선 위에는 냉장고와 생활 쓰레기 등 해양폐기물이 가득하다.
여수시는 그동안 국동항 바다에 방치되었던 14개의 폐바지선과 84t 생활 쓰레기를 어제(31일) 오후부터 해양폐기물 수거선을 동원 치우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아침 일찍 동트는 시간에 국동 어촌계와 신월동 어촌계 주민들이 나와서 폐바지선 선별 작업을 했다”며 “이제 오후에는 14개의 폐바지선과 그곳에 실린 생활 쓰레기를 치우는데 약 2~3일 정도 작업이 예상” 된다고 했다.
오랜 세월 방치된 폐바지선들의 상태는 부식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바다로 가라앉기 일보 직전이다.
“폐바지선 위에서 이동하는데 나무가 썩어서 발도 빠지고 또 못도 튀어나오고 해서 아주 위험합니다. 사람들 왕래는 없습니다마는 저희 작업자들이 안전에 주의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곳 바다 위 바지선에 이토록 많은 쓰레기를 내다 버렸을까. 대형 컨테이너에 이어 이불과 냉장고 등 살림 도구까지.
“이곳 쓰레기는 어업 도구와 수산업의 폐자재들, 인위적인 폐기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컨테이너는 작업 시 농촌의 농막처럼 사용한 듯 보입니다.”
어부 A(68)씨는 바다 위 생활 쓰레기에 ”이거 뭐 말할 수 없이 엉망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업인 B(60)씨는 ”지금 보이는 것보다 바닥(수중)에 가라앉아 있는 게 더 많다는 얘기들도 있다“며 ”저도 예전에 여기 와서 밤낚시를 하다 보면 낚싯바늘에 쓰레기가 걸려서 끊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마 수중에도 쓰레기가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여수시는 지난 21일부터 250m 파제제에서 3일간에 걸쳐 200t의 생활 쓰레기를 치웠다. 14개의 폐바지선에는 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올까.
“바지가 14개인데 바지선 하나에 한 약 6톤 정도 예상됩니다. 대략 84t 정도 되겠네요.”
해양폐기물 수거선(99t) 위, 육중한 크레인이 폐바지선을 오가며 수거선 안으로 쓰레기를 처리한다.
국동 어촌계장이다. 그는 어촌계 회원분들이 아침 일찍 어선을 타고 나와 폐바지선과 쓰레기를 원활하게 치울 수 있도록 선 작업을 했다고 한다.
“우리 어민들이 아침에 한 30여 명 나왔어요. 배도 20척 동원해서 폐바지선과 쓰레기를 치울 수 있도록 사전에 싹 정리했습니다.”
국동항이 청소 작업을 안 하다 보니까 수심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어차피 이 어항 안 청소도 하지만, 준설도 좀 해야겠고 수심이 겁나게 나빠져서 배들이 입출항하다가 스크루에 줄을 많이 감습니다. 그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앞서 본지는 지난 23일 <여수 국동항 불법 적치물... 뼈대만 남아 흉물로 둥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여수 국동항의 무허가 시설 바지선과 뗏목 수십 척 쓰레기’ 문제점에 대해 심층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여수시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당시 여수환경운동연합 정한수 공동의장은 “방파제(파제제) 안쪽에 있는 바지선들이 거의 노후 돼서 주저앉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불법 적치물을 시급하게 치워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