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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전등이고 싶다... 나의 이 조그마한 불빛 끌어모아

순간의 빛으로 담배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라이터
조그마한 불빛을 끌어모아 하나의 전등이고 싶어

  • 입력 2023.12.15 07:23
  • 기자명 김현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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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신호 (자료사진)
▲불빛신호 (자료사진)

“계산해 주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담배와 라이터를 사가는 손님이 있다. 이들에게 담배란 무엇인가. 삶의 의욕을 들이마시고 궂은 고민과 우울을 뿜어내는 매개체인가? 어떤 사람은 그날 그때의 에너지를 얻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하얗고 긴 막대에서 무형의 독과 무향의 욕망이 오간다. 그는 숨을 한 번, 두 번 내쉴 때마다 더 깊고 강렬하게 몸 구석구석을 훑는다. 그럼에도 그 잠깐의 쾌락을 위해, 삶에 지친 이들은 길거리에 가득한 ‘노담’ 문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그 작은 상자를 어루만진다.

훗날 치명적인 독으로 남을 것임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미 그 아찔함에 취해버린 지 오래였다. 담뱃갑에 그려진 흑색의 폐는 눈길조차 받지 못한 채 구겨져 버려질 뿐이었다.

라이터는 어떠한가? 그저 그 기쁨으로 인도해 줄 도구일 뿐인가? 손에 잡힐 만한 그 기름 보관함에서 작지만 뜨거운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는 크기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톡 누르면 환하게 피어나는, 온기를 가득 담은 빨간 꽃은 마냥 작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때때로 푸른 빛을 띠는 손톱만 한 꽃은, 다른 이에게 뜨거운 열정을 전해줄 줄 알았다. 어쩌면 양면성을 지니기도 했다. 가늘고 하얀 막대가 자신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생명을 부여함과 동시에 흡연자에겐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아, 나는 라이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작지만 큰일을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가진 능력은 세상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것들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나의 이 조그마한 불빛을 끌어모아 하나의 전등이고 싶다.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잘 거두어 큰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결코 작은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 내야지. 또 한 번 라이터 같은 사람이고 싶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원동력이길 바라고 있다.

순간의 빛으로 담배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라이터처럼, 큰 굉음을 자아내는 폭탄의 시작이었을 그것처럼. 조금은 역동적일지 몰라도, 나는 나의 역할로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주는 영향과 네가 받는 영향. 우리는 그것으로 함께 살겠지. 우리는 그것으로 함께 하겠지. 세상은 라이터인 나와 심지인 나머지로 이루어져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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