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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되어보니... 울 엄마가 새삼 그리워진다

손자를 키우는 딸을 보며 더욱 그리워지는 내 어머니
마을 사람들과 나누고 베풀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

  • 입력 2023.12.17 12:39
  • 수정 2023.12.18 07:37
  • 기자명 영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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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카야와 엄마 ⓒ 넷플릭스
▲ 집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카야와 엄마 ⓒ 넷플릭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조수미의 노래 (바람이 머무는 날엔)가 흘러 나왔다.

‘거울 앞에 서서 미소 지으면 바라보는 모습 어쩜 이리 닮았을까?’

흐르는 노랫말에 아련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엄마의 얼굴. 이제는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울 엄마, 나도 모르게 주루룩!

첫째는 다정다감한 딸이다.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엄마 속을 안다더니, 큰딸이 임신해서부터 더욱 더 그랬다. 손자를 낳고 키우면서 ‘∼할 때 엄마는 어떡했어요?’라고 종종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울 엄마가 새삼 그리워진다.

딸을 키울 때는 엄마한테 물어볼 일이 별로 없었다. 엄마랑 아버지랑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육아로 힘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나간 기억은 미화된다고는 하지만 큰애가 폐렴으로 입원했던 일과 둘째가 장염으로 입원했던 일 말고는 크게 힘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이는 내가 육아를 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알아서 해결해 주셨기 때문이다. 나도 엄마와 시어머니가 내게 했던 만큼은 아니라도 우리 딸을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있다.

"어쩜 이리 닮았을까?"

엄마를 아는 친척들에게 지금도 많이 듣는 말이다. 우리 큰딸도 나중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처럼 엄마를 그리워하겠지. 이 나이가 되어보니 다시 만날 수 없는 엄마와 우리 딸 사이에 내가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울 엄마는 내게 아들이 없다고 늘 아쉬워하시다가 말년에 가서야 딸이 더 좋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 엄마는 둘째에게 "니가 고추 달고 나왔으면 오죽이나 좋겠냐?“고 늘 말씀하셔서 우리 둘째는 외할머니를 지금도 싫어한다.

생전에 엄마는 내가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고 서운해하셨다. 다른 집 딸들은 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는데 하나 뿐인 딸이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고.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고향 집을 떠나 살았기 때문인지, 그때는 엄마에 대한 애틋한 정이 덜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는 늘 큰 그림을 그리는 분이셨고, 우리 엄마는 섬마을의 마음 좋은 아낙네였다, 초등학교 다닐 적 기억에 초파일 또는 명절쯤에는 언제나 동네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대접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상 차려놓고 안 오시는 분이 있으면 어린 나에게 가서 모셔 오라고 심부름시키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명절 준비로 분주했을 법도 한데 울 엄마는 나누고 베푸는 것을 참 많이 좋아하셔서, 지나가던 동네 분이 집에 들러도 뭐라도 꼭 드시고 가시게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형제들은 매년 8월 중순경에는 고향에 함께 가서 부모님 산소도 둘러보고 벌초도 한다. 고향은 큰 오빠가 지키고 계신다. 우리는 고향에 갈 때면 과일 등 간식거리를 넉넉하게 준비해 가서 동네 분들과 나눠 먹는다.

나이 들어갈수록 엄마 아빠가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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