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 책의 초판본을 읽고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했기 때문일까? 그리고는 양영제 작가의 또다른 수작인 <여수역>과 <두 소년>도 찾아 읽었다.
그런데 <재혼하면 행복할까>과는 또다른 결의 작품들이어서 새삼 이 작가의 글쓰기 영역의 방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자와 위정자들에 의해 왜곡된 한국사의 뼈아픈 부분을 예리하고 깊이있게 그려나간 걸작들임을 확인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10여년이 흐른 지금 <재혼하면 행복할까>의 개정판을 보게 되었다. 어제 우연히 대형서점에 들어갔다가 e북으로 떠있는 이 책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다운받아 읽어보았다. 전작에 비해 심플하고 슬림해진 분량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후반에 요즘 불같이 일고 있는 동거현상이 추가 된 점이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뒤에 관련 짧은 소설까지 실려있는 걸 보면서 사회심리학과 문학의 결합서임을 알게 되었다.
누군들 원해서 홀몸으로 재혼시장을 떠돌겠는가. 그리고 누군들 배우자와 ’성격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을까. 그럼에도 그들은 참고 또 참고 때로는 아이를 핑계로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다 끝내는 백기를 들고 홀몸이 된다. 그런 홀몸들의 비애와 아픔을, 상처와 그들을 향한 세상의 편견으로 가득찬 시선을 이 책은 가감없이 냉정하게 기술한다.
선술한 것처럼 후반의 짧은 소설 역시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10여분만에 후딱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장르가 다른 두 세계를 결합시킨 예는 문학사상 찾아보기 힘들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학의 범주에 들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고 마치 옆집에 사는 사람 좋은 홀몸들이 조근조근 들려주는 경험담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작가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견디어 내기 힘든 질곡의 결혼관계를 마침내 끝내고 속박 없는 생활과 배우자의 잔소리 없는 세상 그리고 자유로운 이성교제가 이루어질 것 같은 홀몸이 되었지만 홀남 홀녀에게 기다리고 있는 지대는 개펄이며 그 안에서의 자유에 한한다.
성적욕구의 해결은 고사하고 식사, 자녀양육 등 기초생활에서 극심한 어려움에 봉착한다. 속박이 없어졌으니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고 부모형제로 부터도 소외당한다.-본문”
출판사 <로맹>에 문의하였더니 e북/종이책이 다 같이 나왔는데 종이책은 2주 후쯤 대형서점에 유통된다고 하였다. 필자는 간편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어떤 것을 택하느냐는 순전히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2023 여순평화인권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양영제 작가의 또다른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