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시월이면, 아니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 년 내내 여수 순천 사람들이 원통하고 분해서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는 학살자들이 있다. 여수‧순천을 도륙한 인간백정들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이들에게 아동까지 엄단해라고 학살지시를 내렸다.

도대체 인간백정 이들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던 자들인가. 무엇 때문에 여수와 순천에 와서 사람 목을 베고 총칼로 찔러 죽이고 시신을 불에 태웠는가. 그러고도 무엇 때문에 처벌을 받기는커녕 잘 먹고 천하를 호령하면 잘 살다가 죽어서도 동상이 세워졌는가.

인간백정 그들은 일제천황한테 충성한 황군 출신들이다. 그들은 일제 사냥개가 되어 독립군을 때려잡다가 나라가 해방되자 쥐구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다 미군정과 지지기반이 약한 이승만에 의해 군복과 경찰복을 입고 되살아날 수 있다. 그들에게 여수와 순천은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여순을 학살해서 이승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았고, 한국전쟁에 공을 세웠다고 동상이 세워졌다.

후대인 우리는 인간백정 이들에게 망각이라는 시혜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누구인지 다시 상기해야 한다.

사람을 한꺼번에 떼로 죽이는 것을 즐겼던 인간백정이다. 백주대낮 들녘에 마을 사람들 몽땅 세워놓고 기관총으로 학살했다. 백인엽 지나간 마을은 마을자체가 아예 없어져버렸다. 인간도살자 백인엽은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같은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의 동생이다.

간도특설대가 무엇인가? 일제가 만주에서 독립군 때려잡으려 조선인으로 꾸린 특수부대다. 같은 동포이며 대한독립을 위해 일제와 싸우는 독립군을 때려잡으려 만들어진 부대가 간도특설대다. 이 부대에 자원해서 들어간 조선인 친일파는 영원히 용서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들 형제는 군 출신으로 제일 부정부패를 많이 했고 인천 선인학원이라는 재단을 만들어 정부수립 이후 최대 학원비리를 저질렀다.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서 간도특설대 창설에 참여했다. 항일독립군 토벌에 앞장섰으며 독립군 172명을 살해했다. 백인엽보다 계급이 높다.

그야말로 악질 친일파 김백일, 여순학살 주역을 맡은 지휘자. 만주에서 독립군과 민간인 학살했던 경력을 그대로 여순에서 발휘했다. 한국전쟁 당시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으며 거제도에 동상이 세워졌었다.

스스로 백두산 호랑이라 자처했던 부산 5연대 김종원 대위.

“백두산 호랭이 그놈은 내가 살이라도 씹어 먹고 싶다.” <10월19일 여수넷통 기사 ‘7살 소년의 치유되지 않는 아픔' 중>

여순사람들이 그토록 원한에 사무치게 한 인간백정이 바로 김종원 대위 일본군 하사관 출신이다. 여수반도 부속 섬 끝 연도 안도 금오도 돌산도를 차례로 훑고 오면서 여수사람 목을 베었다. 일본도를 휘둘러 떨어뜨린 사람 목을 가마니에 담아 상관에게 선물로 바친 살인마. 이승만 정권하에서 치안총수에 올랐다.

여순을 살육한 이들은 죄다 일본 황군 출신들로 독립군 때려잡다 왔다. 인간백정 이들은 여순을 도살한 공로를 인정받아 군과 경찰 요직에 올랐다. 그리고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다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는 이 땅 한쪽에서는 한국정쟁 영웅으로 여전히 칭송되고 있다.

이들이 저지른 학살도 면죄부를 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김광동 위원장은 10월 10일 영천 국민보도연맹학살사건 희생자 유족과 만남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시 하에서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서 우리 후대는 현재도, 앞으로도, 여순학살 주역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다른 얼굴이 되어 지금도 나타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