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향일암 절집 앞. 설을 앞두고 한과 가게 소담원 본점을 지난 30일 찾았다. 가게는 한과인 강정과 유과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유독 눈길을 끄는 건 메밀 유과다.
유과는 고려 시대에 임금께 진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공민왕 시대에는 몽골인들이 한과인 유과를 먹고 ‘구름을 먹는 듯하다’라는 평을 남겼을 정도. 조선 시대에도 임금의 어상이나 경사스러운 날 상에 유과를 내어놓았다.
메밀 유과, 한과와 메밀의 조화로움 새삼 돋보여
메밀 유과를 한입 깨물자 바삭하면서도 담담하게 전해지는 메밀의 순수함이 참 좋다, 한과와 조청 메밀의 조화로움이 새삼 돋보인다. 무엇보다 기름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맛을 한층 고급스럽게 느끼게 한다. 기존 제품에 버무린 튀밥이나 깨 고물의 맛을 훌쩍 뛰어넘는다.
옛날 어사 박문수 어머니는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아들에게 조청으로 만든 유과 보따리를 싸줬다. 칠장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한전에 공양 기도한 후 박문수가 장원급제하였다고 한다. 이후 유과 공양이 합격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져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유과를 들고 합격 기원을 위해 나한전을 찾는다고.
꿩과자 또는 산자로 불리기도 하는 유과와 우리 한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다음은 여수 향일암 소담원 이도열(58) 대표와 일문일답.
- 여수 소담원은 어떤 곳인가?
“우리 가족끼리만 운영하는 한과 전문점으로 소중한 복을 담는다고 해서 소담원입니다. 여수가 본점이며 강화도 보문사, 진안 마이산 등 전국 유명 관광지 사찰 앞 다섯 곳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 한과 중 대표적인 제품은?
“가장 대표적인 게 메밀 유과입니다. 찹쌀 유과에다 쌀조청을 입혀내어 볶은 메밀을 고물로 묻혀서 특이한 맛이 납니다. 중독성이 상당히 강해 한번 맛보면 다시 찾곤 합니다. 저희가 제품 개발한 지가 5년 차 되었거든요.”
- 오란다가 조금 특별해 보이네요.
“쌀 조청에 견과류와 유자를 활용한 유자청 오란다입니다. 이 제품 역시 인기랍니다. 쌀 조청으로 만들어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있거든요.”
“1년 반 동안 시행착오 정말 많이 겪었죠”
- 메밀 유과는 기존 한과에 메밀을 더한 거네요.
“네. 처음엔 메밀의 찬 성분 때문에 다들 한과에는 안 맞다 그랬는데 장점이 많아 도전했지요. 만드는 과정에서 1년 반 동안 시행착오를 정말 많이 겪었죠, 맛과 농도 등 비율 맞추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만들고 나니 반응이 의외로 상당히 좋았습니다.”
- 첫 제품 출시 후 반응이 어느 정도였나요?
”시식 후 ‘새로운 맛이다’라며 ‘다들 그냥 음~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또한 ’드시고 내려가시다가 다시 오세요‘. 처음에는 우리도 그렇게 반응이 올 줄 전혀 생각 못 한 거죠. 그리고 이제 다른 한과 만드는 것보다 시간도 간결하고 인력도 좀 덜 들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누룽지 만들 때 하고는 시간도 1/2이나 1/3 정도입니다.“
- 한과와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요?
”우연히 아는 지인이 한과 가게 열었다면서 한번 와보라고 그러더라고요. 한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까요? (장사가) ‘저렇게 잘돼?’ 하면서도 못 믿겠더라고요. 근데 그때는 별 관심을 같지 않았지만 ‘아이템은 괜찮은데’ 생각을 했었죠. 그분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사업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로 한 3년 걸렸죠.“
- 예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농협에서 29년 근무했습니다. 시골에서 예전에 과수원을 해서 농촌에 대해서 잘 알아요.“
들깨, 참깨, 메밀, 서리태... 수제 혼합 강정
- 수제 강정 제품도 소개해주세요.
”수제 강정은 들깨, 참깨, 메밀, 서리태, 이렇게 4가지 종류로 혼합 강정을 만들어요. 쌀 조청을 사용하기 때문에 달지 않고 식물성 오메가3가 풍부해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강정을 되게 좋아합니다. 저희 제품은 시식도 편안하게 시켜드리거든요. 메밀이든 누룽지든 강정이든 다 편안하게 시식할 수 있어요.“
- 젊은 분들이 한과 많이 찾나요?
”젊은 친구들이 메밀 유과 맛을 보고 나면 ‘어~ 맛있네!’ 하면서 종종 사가요. 메밀은 고소해서 입에 확 당기는 맛이 상당히 강하거든요. 주 고객은 50대, 60대, 70대죠.“
- 조청 맛이 아주 특별하다고 하던데요?
”조청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금산 3년산 약도라지 조청과 서산 생강 조청이죠. 특히 도라지 조청은 쌀 조청에 넣어서 24시간 굽는데 그 알맹이 씹히는 식감이 정과 같이 쫀득쫀득합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아이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수 농특산물을 이용한 가공품을 특별하게 한번 만들고 싶은데 지금 준비 중입니다. 돌산 갓을 활용한 갓 제품은 하반기 정도 나오지 않겠나 싶어요. 여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멋진 제품으로 만들어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