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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① 여수 향일암 소담원, ‘구름을 먹는 듯하다’는 이것은?

메밀 유과, 바삭하면서도 담담하게 전해지는 순수함에 매료돼
공민왕 시대 몽골인들... 유과 맛보고 ‘구름을 먹는 듯하다’ 평해
어사 박문수, 칠장사 나한전에서 유과 공양 기도한 후 장원급제

  • 입력 2024.02.05 07:25
  • 수정 2025.01.02 14:01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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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향일암 절집 앞에 있는 한과 전문점 여수 소담원이다. ⓒ조찬현
▲여수 향일암 절집 앞에 있는 한과 전문점 여수 소담원이다. ⓒ조찬현

여수 향일암 절집 앞. 설을 앞두고 한과 가게 소담원 본점을 지난 30일 찾았다. 가게는 한과인 강정과 유과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유독 눈길을 끄는 건 메밀 유과다.

유과는 고려 시대에 임금께 진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공민왕 시대에는 몽골인들이 한과인 유과를 먹고 ‘구름을 먹는 듯하다’라는 평을 남겼을 정도. 조선 시대에도 임금의 어상이나 경사스러운 날 상에 유과를 내어놓았다.

메밀 유과, 한과와 메밀의 조화로움 새삼 돋보여

▲소담원의 대표 메뉴인 메밀 유과를 즉석에서 만들고 있다. ⓒ조찬현
▲소담원의 대표 메뉴인 메밀 유과를 즉석에서 만들고 있다. ⓒ조찬현

메밀 유과를 한입 깨물자 바삭하면서도 담담하게 전해지는 메밀의 순수함이 참 좋다, 한과와 조청 메밀의 조화로움이 새삼 돋보인다. 무엇보다 기름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맛을 한층 고급스럽게 느끼게 한다. 기존 제품에 버무린 튀밥이나 깨 고물의 맛을 훌쩍 뛰어넘는다.

옛날 어사 박문수 어머니는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아들에게 조청으로 만든 유과 보따리를 싸줬다. 칠장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한전에 공양 기도한 후 박문수가 장원급제하였다고 한다. 이후 유과 공양이 합격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져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유과를 들고 합격 기원을 위해 나한전을 찾는다고.

▲여수 향일암 소담원의 이도열 대표다. ⓒ조찬현
▲여수 향일암 소담원의 이도열 대표다. ⓒ조찬현

꿩과자 또는 산자로 불리기도 하는 유과와 우리 한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다음은 여수 향일암 소담원 이도열(58) 대표와 일문일답.

- 여수 소담원은 어떤 곳인가?

“우리 가족끼리만 운영하는 한과 전문점으로 소중한 복을 담는다고 해서 소담원입니다. 여수가 본점이며 강화도 보문사, 진안 마이산 등 전국 유명 관광지 사찰 앞 다섯 곳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 한과 중 대표적인 제품은?

“가장 대표적인 게 메밀 유과입니다. 찹쌀 유과에다 쌀조청을 입혀내어 볶은 메밀을 고물로 묻혀서 특이한 맛이 납니다. 중독성이 상당히 강해 한번 맛보면 다시 찾곤 합니다. 저희가 제품 개발한 지가 5년 차 되었거든요.”

- 오란다가 조금 특별해 보이네요.

“쌀 조청에 견과류와 유자를 활용한 유자청 오란다입니다. 이 제품 역시 인기랍니다. 쌀 조청으로 만들어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있거든요.”

“1년 반 동안 시행착오 정말 많이 겪었죠”

▲여수 향일암 소담원의 들깨, 참깨 메밀, 서리태 등 4가지 곡물로 만든 혼합 강정이다. ⓒ조찬현
▲여수 향일암 소담원의 들깨, 참깨 메밀, 서리태 등 4가지 곡물로 만든 혼합 강정이다. ⓒ조찬현

- 메밀 유과는 기존 한과에 메밀을 더한 거네요.

“네. 처음엔 메밀의 찬 성분 때문에 다들 한과에는 안 맞다 그랬는데 장점이 많아 도전했지요. 만드는 과정에서 1년 반 동안 시행착오를 정말 많이 겪었죠, 맛과 농도 등 비율 맞추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만들고 나니 반응이 의외로 상당히 좋았습니다.”

- 첫 제품 출시 후 반응이 어느 정도였나요?

”시식 후 ‘새로운 맛이다’라며 ‘다들 그냥 음~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또한 ’드시고 내려가시다가 다시 오세요‘. 처음에는 우리도 그렇게 반응이 올 줄 전혀 생각 못 한 거죠. 그리고 이제 다른 한과 만드는 것보다 시간도 간결하고 인력도 좀 덜 들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누룽지 만들 때 하고는 시간도 1/2이나 1/3 정도입니다.“

- 한과와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요?

”우연히 아는 지인이 한과 가게 열었다면서 한번 와보라고 그러더라고요. 한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까요? (장사가) ‘저렇게 잘돼?’ 하면서도 못 믿겠더라고요. 근데 그때는 별 관심을 같지 않았지만 ‘아이템은 괜찮은데’ 생각을 했었죠. 그분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사업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로 한 3년 걸렸죠.“

- 예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농협에서 29년 근무했습니다. 시골에서 예전에 과수원을 해서 농촌에 대해서 잘 알아요.“

들깨, 참깨, 메밀, 서리태... 수제 혼합 강정

- 수제 강정 제품도 소개해주세요.

”수제 강정은 들깨, 참깨, 메밀, 서리태, 이렇게 4가지 종류로 혼합 강정을 만들어요. 쌀 조청을 사용하기 때문에 달지 않고 식물성 오메가3가 풍부해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강정을 되게 좋아합니다. 저희 제품은 시식도 편안하게 시켜드리거든요. 메밀이든 누룽지든 강정이든 다 편안하게 시식할 수 있어요.“

- 젊은 분들이 한과 많이 찾나요?

”젊은 친구들이 메밀 유과 맛을 보고 나면 ‘어~ 맛있네!’ 하면서 종종 사가요. 메밀은 고소해서 입에 확 당기는 맛이 상당히 강하거든요. 주 고객은 50대, 60대, 70대죠.“

▲소담원 이도열 대표가 가마솥에서 조청을 만들고 있다. ⓒ조찬현
▲소담원 이도열 대표가 가마솥에서 조청을 만들고 있다. ⓒ조찬현
▲옛날 방식 그대로 정성스레 빚은 가마솥 수제 쌀조청이다. ⓒ조찬현
▲옛날 방식 그대로 정성스레 빚은 가마솥 수제 쌀조청이다. ⓒ조찬현

- 조청 맛이 아주 특별하다고 하던데요?

”조청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금산 3년산 약도라지 조청과 서산 생강 조청이죠. 특히 도라지 조청은 쌀 조청에 넣어서 24시간 굽는데 그 알맹이 씹히는 식감이 정과 같이 쫀득쫀득합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아이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수 농특산물을 이용한 가공품을 특별하게 한번 만들고 싶은데 지금 준비 중입니다. 돌산 갓을 활용한 갓 제품은 하반기 정도 나오지 않겠나 싶어요. 여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멋진 제품으로 만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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