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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도박중독...왜 빠지는 것일까?

따는 사람은 없지만 잃는 사람은 있다
언젠가는....다 잃고 만다, 행위 중독의 무서움

  • 입력 2024.04.07 08:25
  • 수정 2024.04.07 15:51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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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에 없는 3가지는 창문, 시계, 거울이다. ⓒpixabay
▲ 카지노에 없는 3가지는 창문, 시계, 거울이다. ⓒpixabay

카지노에 가본 적이 없어도 카지노에 없는 3가지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창문, 시계, 그리고 거울이다.

이것들은 지금의 현실을 보게 해주는 물건들이다. 하루가 얼마나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이곳에 얼마나 머물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이 곳에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고 보여주는 물건이 카지노에 없다고 한다. 도박은 나를 잊게 한다. 시간을 잊게 하고, 현실을 잊게 한다.

게다가 예전에는 도박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내 손 안의 세상, 스마트폰 하나면 도박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도박하고 있고,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이 드러난 숫자만 25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정작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도박중독임을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박을 치유하기 위한 자조 모임(GA)의 1번 조항은 나는 도박 앞에 무기력한 존재였습니다. 즉, 내가 도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 학생들의 문화도 도박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pixabay
▲ 학생들의 문화도 도박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pixabay

누군가가 도박으로 돈을 땄다고 하면 사람들은 비난보다 부러움이 더 커진다. 한 달 내내 뼈를 갈아 넣으면서 일을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200~300만원 남짓인데 반해 재수가 좋다면 도박은 한 번의 행운으로 10년 이상의 급여를 나에게 선물하기 때문이다.

도박이 나쁘다고 말하고, 그래서 도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도박으로 버는 돈이 한 달 내 일해서 받은 돈보다 많다 보니 사람들은 기회가 된다면, 망하지만 않는다면, 삶에 크게 지장만 없다면 도박하려 한다.

세상에 도박할 수 있는 유혹과 조건이 도처에 깔려있다.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합법화 된 도박이 있지만, 불법도박 역시 합법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고 명확한 구분 선이 없다. 카지노, 경륜, 경마, 경정, 소싸움 등은 합법이면서 동시에 불법도박이 되기도 한다. 즉, 이제는 도박하느냐 안 하느냐, 잘못이냐, 아니냐의 한계를 이미 넘어서 버렸다.

그러니 이제 막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학생들의 문화도 도박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셔틀이 학교폭력의 주요 이슈였다면 지금은 사이버 관련 문제와 도박이 학교폭력과 청소년범죄의 한 부류가 되어서 돈을 빌리고, 수수료를 받고, 이자를 갚아나가는 어른들의 세계가 볼펜 냄새와 섞여 교실 안에 맴돌고 있다.

사람들은 왜 도박할까?

도박으로 돈을 따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도박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쉽게 돈을 버는 짜릿한 경험은 아주 강력한 기억으로 자리하게 되고, 그런 높은 자극의 기억은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에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가져오지 못하게 한다.

우린 그런 기억을 감정 기억이라고 한다. 언어를 통한 인지기억 이전 엄마와의 접촉과 애착으로 형성된 초기 기억이 인생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감정 기억의 영향인 것처럼 도박에서 돈을 딴 기억은 감정에 저장되기 때문에 잊기 어렵고,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물질 중독과 행위중독의 차이

도박과 알코올중독의 차이도 있다. 술은 하루 종일 마셔도 10병을 마시기가 힘들지만, 도박은 한계가 없고, 지치지도 않는다. 알코올은 내 몸만 망가지면 되지만 도박은 나를 포함한 가정과 일가친척, 가정과 직장 모두를 망가뜨린다. 게다가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거짓말, 끊었다는 거짓말, 빚이 없다는 거짓말….

실제로 도박중독에 빠진 20대 청년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매주 감정 상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도박 성과에 따라 기분이 달라졌다. 돈을 땄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상담에도 적극적이고 행복했지만, 돈을 잃은 날에는 어떤 말로도 위로를 얻지 못했고, 어떤 말도 귀에 담으려 하지 않은 채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상담실에서 분출했다.

게다가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매번 오만가지 이유로 합리화하면서 있는 돈 중에 반밖에 안 했으니 안 한 거랑  같잖아요. 어제는 안 하고 오늘 한 번밖에 안 했으니까 안 한 거잖아요. 지난주에 참았던 거 이번에 한 거니 잘한 거잖아요 라고 자신을 변명하기에 바빴다.

▲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은 다시 도박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가족에게 협박과 억지를 쓰기도 한다. ⓒ​pixabay
▲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은 다시 도박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가족에게 협박과 억지를 쓰기도 한다. ⓒ​pixabay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이 ‘도박을 하면 돈을 잃을 텐데, 사람들은 어떻게 도박을 계속하지?’이다.  바로 가족이다. 그리고 거짓말이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은 다시 도박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가족에게 협박과 억지를 쓰기도 한다. 가족은 도박 빚으로 허덕이고,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거나 이혼 위기에 처한 자녀를 그냥 외면할 수 없다 보니 마지막이라는 그 말을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빚을 갚아준다. 그러면 다시 숨통이 트인 도박중독자는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한 번쯤은 효도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편안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여러 이유로 다시 도박하게 된다.

핸드폰을 여러 대 개통하고, 소액결제를 하고, 빚을 내고, 할부로 차를 사서 그 차를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기도 한다. 어디서 그렇게 돈 빌려오는 방법을 잘 알까 싶을 만큼 세상 모든 돈 끌어올 곳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잃은 돈을 다시 찾아야 하니까.

그래서 돈을 잃었음에도 과감하게 카지노 문을 박차고 못 나오는 것이다. 그 안에 있으면 최소한 언젠가는 만회할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지만 그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감당하기 어려운 빚은 현실이 되고, 돌아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모두가 피폐해지는 것을 막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pixabay
▲나의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모두가 피폐해지는 것을 막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pixabay

도박을 끊어내기 위해

도박을 끊기 위해 인증받은 약물은 없지만 흥분과 쾌락을 담당하는 도파민 억제제와 우울, 항불안제 등이 처방되기도 하고, 인지행동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박 한 번으로 얻는 100점의 쾌락을 대신할 일상에서의 10점짜리 활동 10개가 필요하며 가족 중에 도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뒤섞이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도박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는 있지만, 나는 나의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모두가 피폐해지는 것을 막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본인이 도박에 빠져있다면 도박사이트 탈퇴, 도박중독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며 일상적인 활동을 많이 만들어야 하고, 도박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

도박중독은 스스로 의지 문제를 넘어선 문제로 개인이 조절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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