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소개
필자 주경심은 현재 ‘허그맘허그인 여수직영센터’ 원장이다. 10년간 상담사로 일하며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안고 고향에 돌아와 부모교육 및 폭력예방 강사로 활동중이다.
몸의 병도 보이지 않는 곳의 병이 더 치명적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 것처럼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면 도움을 청해야한다.
주경심 칼럼니스트는 이번 코너를 통해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병을 살펴보고 근본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한다.
인터넷에 결혼에 관한 명언을 쳐보면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 판단력이 결여되면 결혼하고, 인내력이 결여되면 이혼하고, 기억력이 결여되면 재혼한다.
- 결혼은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면 죽을 것 같은 사람과 하는 것.
- 결혼은 권리는 반감시키고 의무는 배가 시키는 것.
-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다. 왜냐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남자라면 결혼하지 않았을 테니까...
- 여자를 가르치려고 결혼하는 남자, 남자를 성공시켜려고 결혼하는 여자는 모두 실패의 희생자.
- 결혼이란 상대를 이해하는 극한점.
저 하늘의 달도 별도 다 따준다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결혼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 같아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있을것 같다. 문제는 사랑한다고 믿었던 두 사람의 결혼이 왜 이토록 많은 명언을 남기냐는 것이다.
부인 입장에서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더니 구멍도 나지 않는 튼튼한 고무장갑으로 하루 종일 가사 일에 빠져 살게 만들고, 가사 일을 나누려고 하면 엄살부린다고 타박한다.
그뿐인가?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줄것처럼 듬직했던 남편은 어느새 계란후라이 하나 때문에 초등생 아들과 싸우고 삐쳐 토라지는 치졸한 인간으로 변했다. 오순도순 살자더니 온갖 집안행사에 부인과 아이들만 보내고 행사가 끝나도 고생했단 빈말 한번 없다. 이럴땐 결혼을 한 건지 사기를 당한 건지 애매하다.
남편 입장에선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생글생글 웃어주던 천사같은 아내는 틈만 나면 이웃집 남편과 비교하며 결혼을 후회하고 마치 남편으로 인해 인생이 끝난 것처럼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연 안에서 편하게 키우겠다더니 없는 돈 쪼개서 전부 아이들 학원비로 쓰고 ‘아빠처럼 되지 말라'고 윽박 지른다.
위에 나열한 모습 중에 하나라도 내 모습, 그리고 내 남편의 모습과 같다면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대로 살 것인가? 좀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볼 것인가?
세상에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란 없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부모님의 가치관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삶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갈등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해 나가면 동지애, 소속감, 사랑같은 행복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지만 상황보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관계도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알고 보면 사소한 이혼 사유”
경상도가 고향인 남편과 전라도가 고향인 부인이 이혼을 하게 됐는데, 이혼사유가 감자였다.
경상도에서는 삶은 감자를 소금에 찍어먹고, 전라도에서는 설탕에 찍어 먹는다. 그건 문화적, 지역적, 그리고 개인 취향의 차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차이를 차별로 가져갔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오간 대화는 점점 벌어졌다.
남편: 이래서 무식한 사람과는 상종을 말라했지. 무식하게 설탕이 뭐꼬?“
아내: 사람이 잔정도 없고, 무뚝뚝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감자를 소금에 찍어묵네. 아이구 밸 꼬라지를 다 보겄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은 부부싸움으로 번졌고, 양쪽 집안을 비하, 평가하다가 이혼까지 하게 됐다.
부부는 적이 아니다. 싸워서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경쟁자도 아니다. 적은 바로 갈등이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약 싸워야 한다면 ‘잘’ 싸워야한다. 잘 못 싸우는 부부를 보면 매번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퀘퀘묵은 옛날사건은 물론이고 부모형제를 물고 들어오고, 애먼 아이들까지 싸움 안에 끌어들인다.
잘 싸우는 슬기로운 부부싸움 법
잘 싸우는 방법은 뭘까?
첫째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마지노선을 지켜줘야 한다. 쥐를 쫓을 때도 도망갈 구석을 두고 쫓으라는 말과 같다. 감정이 됐던 상황이 됐던 궁지에 몰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못할 짓이 없다.
둘째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건 시작은 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고, 끝나기는 할지 확신이 없을 때 찾아온다. 시간을 정해도 좋고, 갈등의 주제를 정해도 좋다.
셋째 현재 발생한 문제만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바뀌지 않는 과거로 인해 현재의 삶이 발목잡히지 않아야 한다.
넷째 비난, 평가, 욕설 등은 사용하면 안 된다. 욕설은 대화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던질뿐이다.
위와 같은 규칙을 정할수 없고, 지켜지지 않는다며 부부관계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심각하게 고민해야봐야 한다. 왜냐면 부부의 단어와 감정이 곧 아이들의 단어와 감정이 되고 아이들이 자라서 같은 갈등 안에서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는 15분을 넘지 않는다. 상대방이 화가 나 있다면 더 자극하지 말고 잠시 자리를 벗어나서 서로가 생각할 시간을 갖는게 좋다.
이혼하는 부부는 상대방을 향해 ‘왜?’라는 질문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이혼하는 부부와 행복한 부부의 차이는 문제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방법의 차이라고 한다. 갈등을 유발하는 부부는 주로 비난, 경멸, 방어의 대화를 많이 사용한다. 굉장히 익숙한 내용, 익숙한 단어, 익숙한 감정 아닌가.
당신이 하는게 그렇지 뭐...어쩐지 잘 한다 싶었어!
우리 집에서 문제는 당신이야. 당신만 고치면 돼!
얘기해봤자 뭐해 안 바뀌는데, 내가 상대를 말아야지!
부부사이 좋은 대화법 '나 전달법'
좋은 대화법 중에 ‘나 전달법'이 있다. 상황을 설명하고, 그 상황 안에서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내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술을 마신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되서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너무 걱정되고 놀랐어요. 다음에는 늦으면 미리 연락을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과 위로를 건네야한다. 필자 역시 대학원 공부하랴, 직장 생활하랴, 아이들까지 키우느라 힘들어서 남편에게 힘들다고 하소연 한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의 반응은 이렇게 돌아왔다.
때려 쳐!! 여자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
결혼이란? 부부란?
상담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없었더라면 그날 무슨 일이 생겼을지 장담할 수 없었을 듯 싶다. 남편의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듣고 싶었던 말이 분명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남편과 눈을 맞추고 천천히 알려주었다.
힘들었겠다.
그 뒤로 남편은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라는 한 단어를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부부가 되기 위해, 또는 부모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노력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배운 대로, 아는 대로, 들은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을 던지고 ‘맞다’고 우기는데, 삶은 ‘맞고’ ‘틀리고’로 구분되지 않는다.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대화를 할 때 단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7%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비언어적인 태도와 정서가 차지한다. 그런데 많은 부부가 고작 7%의 단어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부모는 매를 들어서라도 바른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부가 서로에게 침을 뱉듯 뱉어내는 말을 수정하고, 고치려는 사람은 드물다.
말습관을 바꾸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쉬운 방법일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틀어진 뼈를 맞추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노력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그 사람이 인격이 되어 부부생활, 결혼생활, 가족생활이 행복해 질수 있음을 믿고 실천해보기 바란다.
결혼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우정으로 마무리 되는 긴 여정이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대화, 즉 배우자의 단점보다 긍정적인 면을 찾아 대화를 한다며 짧지 않은 인생여정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