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일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사람 관계가 힘들지 일이 힘들지는 않아요”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몇 년 새, 한두 명이 사무실 분위기를 주도하며 편 가르기하고 있다. 일도 힘든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항상 긴장하는 곳으로 변해버려 너무 속상하다. 직원 평균 연령이 50세 정도인데 나는 지금도 막내에 가깝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각자 일이 바빠 정신없이 일만 하는 분위기였다. 자녀들이 성장해 독립하고 결혼하면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많아서인지 삼삼오오 모여 차 마시고 밥 먹고 하면서 그 자리에 없는 동료를 씹어대는 아주 못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누군가 이야기하면 또 그 사람이 타겟이 되어 도마에 오른다. 그렇다 보니 심지 굳은 사람도, 열정이 있는 사람도 조금씩 입을 닫게 되고 지금은 모두가 방관자가 되어 조직이 산으로 가든 말든 나 몰라라 외면한다.
나는 어느 쪽에도 끼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간, 쓸개 빼줄 것처럼 유난스럽게 지내다 관계가 틀어지면 서로서로 말을 흘린다. 상대방 귀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처음 한 두 번은 상대해 주지만 횟수가 많아지면,
“좋을 때는 자기들끼리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왜 나한테 말하는데?”
“알아서들 하세요!”
라고 말하게 된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부류들은 혼자 고고한 척한다며 또 씹어댄다. 그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면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내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세상살이가 참 쉽지 않다.
며칠 전 한 동료가 '천불이 나서 못 살겠다'며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그분은 안 좋은 쪽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아들딸 시집장가 보내 먹고살 만하면 놀지, 일만 한다”며 뒷담화한다고 화를 냈다.
“ㅇㅇ씨, 왜 내가 일만 하고 다른 사람들 하고 밥을 안 먹는지 아는가? 비싼 밥먹고 아까운 시간에 항상 누군가를 도마에 올려 씹어대는 게 너무 싫어 아예 안 어울리네.”
내 생각에는 그가 너무 일만 해서가 아니고 먹고살 만 한데 밥도 좀 사고 그러지 돈을 안 써서 뒷담화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누구랄 것 없이 남 뒷담화에 열 올리지 말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봉사에 눈을 돌리면 어떨까?’ 종종 혼자 생각해 본다.
우리 주변에는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봉사활동하는 존경할 만한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분들의 공통점은 정말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 한다는 거다. 나도 봉사단체 두 곳에 가입하여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양에 차지는 않는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 뒤통수 말고 앞을 보고 대화해보면 별것 아닌데 왜 꼭 뒤에다 대고 하는 건지. 용기의 문제일까, 습관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