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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지내라고 큰아들, 큰며느리 있는 거지!”

며느리 굴레를 씌우며 압박하는 시어머니

  • 입력 2024.01.14 10:50
  • 수정 2024.01.14 10:52
  • 기자명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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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밭에서 키운 호박  (자료사진)
▲ 아버지가 밭에서 키운 호박  (자료사진)

“제사 지내라고 큰아들, 큰며느리 있는 거지!”

결혼 생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평소 무릎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운동하면서 양쪽 무릎 인대파열로 45도 이상 구부리기도 힘들고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시아버지 제사였고 제사 비용만 드리고 시어머니께 양해를 구하러 갔더니 “제사 지내라고 큰아들, 큰며느리 있는거지 왜 작은 것들한테 부담을 주냐?” “제사 안 지낸다고 어찌 되겠냐? 하시며 시어머니께서는 비아냥거렸다. 그 말을 들으며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도 참 서러웠다.

무릎이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물어보는 건 놔두더라도 똑같은 자식인데 큰아들, 큰 며느리라며 굴레를 씌우며 압박하는 시어머니에게 질리며 한동안 멘붕에 빠졌다.

그동안 모든 일에 큰 며느리는 당연했고 작은 며느리들은 어찌 그럴 때만 갑자기 몸이 안 좋고 일이 생겨도 그냥 넘어갔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상처가 되살아났다.

10여년 전 친정아버지가 쓰러지셨고 의식도 없이 3개월을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 가셨다. 그 당시 내 아이들이 세 살, 다섯 살, 일곱 살이고 언니 아이들도 거의 또래였다. 언니와 내가 하루씩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맡고 한 명은 병간호했다.

그때 시어머니 ”너희 친정은 참 희한하다. 아들, 며느리들은 다 뭐하고 딸들이 간호하냐?“ “다음에 나도 아프면 우리 딸한테 간호하라고 할거냐? 어린 나이에 그때도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나중에 어머니 늙으면 봅시다’ 하며 시간이 흘렀다.

허리뼈 골절로 고생했던 시어머니 

얼마 전 시어머니가 허리뼈 골절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당신은 통증으로 힘들고 며느리들은 반찬 해다 나르느라 청소하러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내 마음이 더 힘들었다.

‘정성을 다해? 말아? 대충 해?’ 

이런 내적 갈등이 더 심했다.

대접도 못 받으면서 내 할 도리를 다하며 몸과 마음이 힘들 때마다 내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가 있는거냐, 아니면 미련한거냐?“

시어머니는 기억도 못 하겠지만 그 옛날 왜 그렇게 모질게 말했냐며 가끔은 묻고도 싶지만 그 조차도 싫다. 지금에서야 나 혼잣말로 되뇌어 본다.

”어머니, 그 옛날 저희 친정아버지 병원에 누워 계실 때 꼭! 그렇게 모질게 말씀 하셔야 했나요?“

- 햇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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