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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오백리길...걷기만 했는데 저절로 힐링이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있는 인공호수

  • 입력 2024.12.15 09:59
  • 기자명 박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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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호 오백리길 푯말대청호 오백리길 푯말 뒤에 아름다운 호수전경 ⓒ 박귀단
▲ 대청호 오백리길 푯말대청호 오백리길 푯말 뒤에 아름다운 호수전경 ⓒ 박귀단

11월 하순에 퇴직 전 직장동료들과 함께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었다. 대청호는 1980년에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물 공급과 홍수통제를 위해 만든 인공호수다.

이 호수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있다. 대전과 청주지역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저수면적 72.8㎢, 호수 길이 80㎞, 저수량 15억 톤으로 한국에서 3번째 큰 규모다. 저수량으로 소양호 29억톤, 충주호 27억5000천 톤이다. 호수는 면적보다는 저수용량으로 그 규모를 표현한다.

▲ 구름과 갈대갈대꽃은 햇살에 은빛으로 춤추고, 파란 하늘에 날아가는 새털구름이 옥빛 호수에 내려 앉았다. ⓒ 박귀단
▲ 구름과 갈대갈대꽃은 햇살에 은빛으로 춤추고, 파란 하늘에 날아가는 새털구름이 옥빛 호수에 내려 앉았다. ⓒ 박귀단

대청호 오백리 길은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는 곳'이란 슬로건을 내건 생태관광지다. 다목적댐 건설 후 인공호수가 생겨나면서 대전(동구, 대덕구)과 충북(청원, 옥천, 보은)에 걸쳐 있는 대청호 주변 자연부락과 소하천, 임도, 옛길 등을 연결하여 조성한 도보길이다. 총길이 247㎞ 21구간으로 나눠 테마길로 조성했다.

우리는 서울, 부산, 대구, 여수에서 각각 출발하여 오전 11시에 대전역 '문앤봉'까페에서 2년 만에 만났다. 점심 식사 후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중 명상정원(약 1.4㎞)가는 길을 걸었다. 4구간은 6시간 정도 소요되는 총길이 12.5㎞로 마산동 윗말뫼(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명상정원, 자연생태관, 자연수변공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 호반낭만길이다.

명상정원 가는 길은 노약자, 어린이들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됐다. 입구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수는 마치 내륙에 있는 바다처럼 거대했다. 포토존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갈대밭을 따라 걸었다. 파란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날아가고, 빛나는 햇살에 갈대꽃들이 은빛물결로 살랑이고 있었다. 다가서는 우리들에게 "어서 오라"고 인사하는 듯했다.

▲ 낙엽 쌓인 옛길동료들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다. ⓒ 박귀단
▲ 낙엽 쌓인 옛길동료들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다. ⓒ 박귀단

조금 걷다 보니 데크길과 옛길, 두 갈래 길이 나왔다. 회장의 안내로 낙엽이 포근하게 쌓인 옛길로 걸었다. '사각 사각' 낙엽 밟는 소리에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이 떠올랐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겨우 한 구절만 생각났다.

'시몬, 나무 잎 새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중략 ~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려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명상하는 여인전통 한옥 담장안 마루에 앉아 홀로 명상하는 여인 ⓒ 박귀단
▲ 명상하는 여인전통 한옥 담장안 마루에 앉아 홀로 명상하는 여인 ⓒ 박귀단

명상정원 일부 공간에는 '낮게 쌓은 담에 기와 얹은 전통 한옥 담장을 설치하고, 장독대와 평상' 등을 배치됐다. 낙엽 쌓인 정원에 앉아 있으면 이름 모를 새소리는 물론이고, 잔잔한 호수와 주변 산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가만히 보니 햇살 좋은 마루에 홀로 앉아 명상하는 여인이 보였다. 자연을 활용하여 조화롭게 전통정원의 모습을 꾸며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 명상정원맑은 호수에 투영된 명상정원 사진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 박귀단ⓒ
▲ 명상정원맑은 호수에 투영된 명상정원 사진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 박귀단ⓒ

바다처럼 탁 트인 거대한 호수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리도 맑아 졌다. 물 맑은 호수에 병풍처럼 둘러선 산과 나무들,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까지 투영된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났다.

정원 쪽으로 깊게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호수 가장자리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을 말해 주고 있었다.

▲ 명상정원의 두사람벤치에 않아 힐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 박귀단
▲ 명상정원의 두사람벤치에 않아 힐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 박귀단

과연, 호수에도 만(灣)이 형성될 수 있을까? 호수는 흘러가지 않고 정체된 물이다. 그럼에도 빗물이나 바람에 의한 파랑(波浪)으로 침식작용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랑(波浪)은 물에 에너지가 가해져 파동이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내 생각에 44년 세월의 흔적은 해안선에서 볼 수 있는 만(灣)처럼, 호수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만(灣)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만(灣)은 바다, 호수 등의 큰물이 육지 쪽으로 곧장 들어온 곳을 말한다.

▲ 빨간 단풍과 옥빛 호수빨간 단풍나무와 옥빛 호수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 박귀단
▲ 빨간 단풍과 옥빛 호수빨간 단풍나무와 옥빛 호수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 박귀단

이 곳은 드라마 <슬픈 연가>(주연 : 권상우, 김희선), 영화 <창궐>(주연 : 현빈, 장동건)' 등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지자체에서는 이 곳에서 촬영했던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작은 입간판을 세워 소개하고, 곳곳에 액자형 포토존을 세워 여행자들에게 아름다운 경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나오는 길에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카페 '메리골드'에 들어갔다. 우리는 전망 좋은 3층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1층 입구에는 매대를 설치하고 감과 귤 등 과일을 판매하고 있었다. 회장은 "카페에서 주변 주민들에게 판매 장소를 제공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과 서로 상생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 메리골드와 과일메리골드 1층 입구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지역주민 ⓒ 박귀단
▲ 메리골드와 과일메리골드 1층 입구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지역주민 ⓒ 박귀단

우리는 대전역으로 되돌아 올 때 60번 버스를 타고 나와 판암역에서 지하철로 환승해서 중구청역에서 내렸다. 역 근처에 '대전 근대역사관'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옛 충청남도청 청사와 중앙시장을 둘러봤다.

이번에 대전을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를 찾았다. 마음과 머리도 맑아지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싱그러운 연두 빛 물결이 흐르는 봄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 갈대꽃과 새털구름흔들리는 갈대꽃과 날아가는 새털구름이 조화롭다 ⓒ 박귀단
▲ 갈대꽃과 새털구름흔들리는 갈대꽃과 날아가는 새털구름이 조화롭다 ⓒ 박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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