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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이 몰려왔다"…작가들이 본 계엄과 탄핵 '탄핵-일지'

문예지 '문학과사회' 별책…소설가, 시인, 평론가 15명 글 수록

  • 입력 2025.03.11 08:41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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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일지' 책 표지 이미지[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탄핵-일지' 책 표지 이미지[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농락당한 느낌이었다. 모멸감이 몰려오고 수치스러웠다."(소설가 김이설), "군인들과 깨지는 국회의사당의 유리창을 실시간으로 볼 때는 내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싹 가셨다."(문학평론가 김형중), "돌이켜보면 당시에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다."(소설가 이미상)

문예지 '문학과사회 하이픈'에 실린 12·3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작가와 문학평론가의 감상이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별책인 '문학과사회 하이픈' 2025년 봄호를 '탄핵-일지'로 기획해 최근 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문학과사회 하이픈'은 2016년부터 매호 새로운 주제로 발간되고 있다.

이번 '탄핵-일지'에는 김기태, 김멜라, 김복희, 김이설, 김형중, 문보영, 박솔뫼, 서효인, 소영현, 손보미, 송희지, 이미상, 이장욱, 임유영, 황정은 등 열다섯 명이 글을 실었다.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인 이소 문학평론가는 "다양한 필자에게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부터 두 달 동안의 기록을 요청했다"며 "일기여도 좋고 에세이여도 좋고 비평이어도 좋으나 가능한 한 밀려오는 사태와 동시적으로 호흡하며 당신이 서 있는 시간과 장소를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들은 대부분 계엄령 선포 당시 느꼈던 당혹감과 윤 대통령을 향한 분노의 감정을 토로했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란 다급한 한 줄짜리 특보들을 읽으면서 나는 좀 웃었던 것 같다"며 "2024년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군인들이 무장한 상태로 국회 유리창을 깨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고 한다.

시인 서효인은 휴대전화로 계엄 사태를 전하는 뉴스 생중계를 시청했다며 "작은 화면에서 경찰이 국회를 봉쇄했고 국회의원이 담을 넘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이것은 새벽에 하는 유럽 축구가 아니었다. 밤늦게 정주행하는 OTT가 아니었다"며 "대통령이 선언한 비상계엄이었고, 내란 수괴가 감행한 친위 쿠데타였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김이설은 "(계엄이 선포된 직후) 진정제를 두 개나 먹었는데도 눈물이 질금질금 흘렀다"며 "새벽 1시가 넘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다. 다행한 일이었는데 석연치 않다"고 기록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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