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아침 바다는 평온했지만, 대한민국은 가장 어두운 침몰을 목도했다.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고, 304명이 구조되지 못한 채 희생되었다. 그중 다수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었다.
국가는 구조 골든타임 동안 어디에 있었는가. 현장은 혼란과 무능으로 가득했다. 해경은 진입을 망설였고, 방송은 엉뚱한 정보를 흘렸으며, 정부는 정확한 대응보다 책임 회피에 몰두했다. 무엇보다도 참담했던 것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 그 한마디였다.
망자계생(亡者繼生), 죽은 자는 산 자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
그날 이후,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도 진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휘체계의 붕괴, 구조 지연의 원인, 은폐된 보고라인 등은 여전히 의문 으로 남아 있다. 책임자는 단죄되지 않았고, 유가족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월호를 언급하면 “언제까지 그 얘기를 하느냐”는 차가운 시선이 따라온다. 그러나 묻자. 잊는 것이 정의인가, 아니면 묻는 것이 정의인가.
세월호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경고다. 그리고 그 경고는 2022년 이태원에서 다시 울렸다. 두 번의 비극, 두 번의 국가 부재를 우리는 이 고리를 끊었는가?
망자계생(亡者繼生)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죽은 자는 산 자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기억할 때 진실은 살아 있으며, 우리가 질문할 때 미래는 바뀐다.
그날의 진실은 아직도 바다 위를 떠다닌다. 우리가 끝까지 묻고,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월호의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또다른 비극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