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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모두가 떠나야 할 섬, 여수 율촌 ‘송도’의 눈물

“(보상을) 어중간히 받아서는 그 땅을 또 못 사겠더라고요”
송도마을이 사라진다...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도 추억도 함께
한창진 대표, “율촌제3산단 조성...여수시 역할은 없다”고 지적
"산단 조성과 어장 상실의 손익을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입력 2025.05.07 07:33
  • 수정 2025.05.07 08:39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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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호가 바다를 가로지르며 선착장으로 다가온다.  ⓒ조찬현
▲송도호가 바다를 가로지르며 선착장으로 다가온다. ⓒ조찬현

여수 율촌면 조화리 송도 선착장, 섬의 애환을 가득 실은 송도호가 바다 물막이 공사장(율촌제3일반산업단지 조성)의 포크레인 굉음을 뒤로한 채 바다를 가로지르며 다가온다. 지난 5월 2일이다.

마을 소유인 여객선 송도호는 하루에 여섯 번 섬을 오간다. 요금은 왕복 3천 원이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송도마을 주민인 이강동 송도호 선장이다. ⓒ조찬현
▲송도마을 주민인 이강동 송도호 선장이다. ⓒ조찬현

10여 년을 함께한 송도호 “마을과 함께 곧 사라질 것”

송도마을 주민인 이강동 송도호 선장은 10여 년을 함께한 송도호가 “마을과 함께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며 “퇴직금도, 별다른 보상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송도호 천정에는 제비집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비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웠다.

“작년에 살다 나가고, 재작년에도 새끼 키워서 나가고 해마다 제비가 살았어요. 올해도 얼마 전에 찾아왔는데 최근에는 보이지 않아요. 앞 전에는 송도까지 10분 거리였는데 공사를 해 20분 거리가 되어서 이제 제비가 안 온 것 같아요.”

▲송도를 오가는 송도호에는 제비가 떠난 후 빈집만 남았다. ⓒ조찬현
▲송도를 오가는 송도호에는 제비가 떠난 후 빈집만 남았다. ⓒ조찬현

송도 앞바다 물막이 공사 후 10분 거리던 여객선 시간이 20분으로 늘자 제비가 다시는 찾지 않는다고 했다.

“공사로 인해 항로가 바뀌어 예전에는 10분 걸렸는데 20분 걸려요. 선착장에다가 배를 정박해 놓으면 밤에 똥도 싸놓고 그래요. 지금 알 낳을 때가 되었는데 안 와요. 예전에는 배를 따라 막 쫓아오고 그랬거든요.”

송도 섬이다. 맞은편 무인도에는 백로 무리가 한가롭다. 저 멀리에는 대륵도 중륵도 소륵도 섬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들 섬(송도, 대륵도, 소륵도)에는 100여 가구가 살았다. 섬 앞바다에는 율촌제3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일반 보상은 완료되고 이제 마지막 어업권보상만 남았어요.”

송도 섬마을 떠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

▲ 전남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송도 섬마을 전경이다. ⓒ조찬현
▲ 전남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송도 섬마을 전경이다. ⓒ조찬현

송도 섬마을 안으로 들어가 봤다. 어르신이 담장 곁에서 봄볕을 쬐고 있다.

20살에 시집와서 평생을 이곳 섬에서 살았다는 윤다순(94) 어르신이다. 어르신은 정든 마을을 떠난다고 하니 마음 둘 데가 없다고 했다.

“어찌 죽도 안 하고... 마음을 그냥 둘 데가 없지.”

▲어르신이 담장 곁에서 봄볕을 쬐고 있다.  ⓒ조찬현
▲어르신이 담장 곁에서 봄볕을 쬐고 있다. ⓒ조찬현

밭에서 손주에게 먹일 완두콩을 따온다는 한 아주머니는 “바다가 곧 메워질 거니까 이사 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작은 골목 사이에 또 다른 어르신(남.80)이 보인다.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어르신의 안내를 받아 집으로 들어가 봤다.

아들(41)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은 이곳 송도마을을 떠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이주하려면 돈도 꽤 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보상을) 어중간히 받아서는 그 땅을 또 못 사겠더라고요.”

▲ 찢기고 빛바랜 태극기가 봄바람에 나부낀다. ⓒ조찬현
▲ 찢기고 빛바랜 태극기가 봄바람에 나부낀다. ⓒ조찬현
▲바닥이 드러난 바다에는 슬레이트 조각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다. ⓒ조찬현
▲바닥이 드러난 바다에는 슬레이트 조각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다. ⓒ조찬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송도마을 주민들은 평생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다들 떠나야만 한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서 낯선 곳으로.

하지만 그들은 눈앞에 마주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차마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송도마을이 사라진다. 그들이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도 추억도 함께. 그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일까. 자꾸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금명아 아니다 싶으면 빠꾸!”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팽나무 고목이다. ⓒ조찬현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팽나무 고목이다. ⓒ조찬현

한창진 대표 “율촌제3일반산업단지 조성은 준설토 투기장 목적”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는 “율촌제3일반산업단지 조성은 준설토 투기장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와 광양제철, 여수산단 조성에 따라 원활한 선박 운항에 있어서 광양항의 일정한 수심 확보를 위한 섬진강에서 밀려드는 토사를 지속적인 준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전남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송도 위성지도 ⓒ네이버 캡처
▲전남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송도 위성지도 ⓒ네이버 캡처
▲율촌 제3일반산업단지 조성 축조공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율촌 제3일반산업단지 조성 축조공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또한, “​준설토를 매립하면서 바다는 갈수록 줄어들어 어획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부지 조성과 산단 조성에 있어서 여수의 이익은 무엇인지 따져본다. 산단 조성 목적은 일자리 확보와 생산유발 지역 경제 효과다. 매립은 해양수산부가 하지만, 여수의 바다인 만큼 산단 조성에 따른 지역 경제 기여 효과가 큰 업종 유치 등에 있어 여수시 역할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율촌제3일반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해 “광양만 바다와 연안의 수산업 기능이 끝난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이것은 더 나아가서 남해 바다의 최대 어류 산란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새삼스럽게 산단 조성과 어장 상실의 손익을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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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철 2025-06-12 08:35:14
조화리 송도가 아니고 여동리 송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