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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제와 다른 이유...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

500년이 넘은 소나무의 기운을 받고서, 오늘을 맞았다

  • 입력 2025.09.21 23:19
  • 수정 2025.09.22 08:13
  • 기자명 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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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치코밍, 청정 섬 금오도 ⓒ정소영
▲ 비치코밍, 청정 섬 금오도 ⓒ정소영

새벽부터 퍼붓는 폭우 때문에 잠을 여러 번 깼다. 아침이 걱정됐다. 9월 20일 토요일, ‘금오도 환경과 예술을 잇다(비치코밍)’ 행사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날씨에 더 민감했다.

8시까지 망마 경기장 집합. 비는 계속 내리고, 걱정을 한아름 안고 나는 7시 50분에 일행을 태운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낯선 사람들과 정해진 일정을 함께해야 한다.

내 옆자리에 앉은 분은 김용자 선생님.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분이지만 길게 이야기해 본 적은 없었다. 금오도 행사에 함께하기로 했던 김은희, 성미영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잠깐 나누고 우리는 배에 올랐다.

왠지 어색하고 낯선 사람들. 김용자 선생님이 사진 찍으러 나가자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멀미가 심한 나는 남의 시선을 피해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그때 문득 친정 아빠가 떠올라 전화를 드렸다. 아빠는 18일 입원하셨고 19일 뇌혈관 시술을 받으셨다. 오늘 퇴원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내일 내가 보호자로 올라가야 하는지 확인하려 전화를 했다. 동생이 퇴원 수속을 도와 모시고 내려온다고 해 안심이 되었다.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모든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낯가림이 있는 나는 금오도까지 30분 넘는 시간 동안 혼자 수련하듯 마음을 다잡으며 도착을 기다렸다.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에 도착해 직포마을로 향했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짝꿍이 된 김용자 선생님과 말문이 열렸고, 어색함은 사라졌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해양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얼마나 몰입했는지 어느새 해안 끝까지 와 있었다.

긴 머리는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얼굴과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으며 손은 떨리고 어깨와 허리가 아팠다. 그러나 한 포대 가득 찬 해양 쓰레기를 보며 뿌듯함도 느꼈다. 동시에 파도에 다시 밀려오는 쓰레기들을 보며 ‘지구가 아파요’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채웠다. 잠깐 바다를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빠졌다.

점심시간부터는 짝꿍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여기 앉으세요.” “여기로 오세요.” 손을 흔들며 불렀을 때 짝꿍이 지어 보인 미소는 너무 예뻤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는 대화의 대상이 하나둘 늘어났다.

오후 일정은 정크아트 제작, 환경 메시지 퍼포먼스, 환경 조형물 감상, 비치코밍, 업사이클링 체험까지 이어졌다. 박근세 작가님은 카메라와 드론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주셨다. 정말 열정적인 분이었다. 모두가 열심히 참여한 덕에 여유가 생겼고, 일정에 없던 ‘안도’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 해양 쓰레기 줍기 ‘지구 환경 살리자’ ⓒ정소영
▲ 해양 쓰레기 줍기 ‘지구 환경 살리자’ ⓒ정소영

해양 쓰레기를 줍고 난 뒤 우리는 ‘지구 환경 살리자’ 퍼포먼스를 했다. ‘안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부도’가 있다고 작가님이 알려주셨다. 짝꿍은 “여기에 언제 다시 올 수 있겠냐”고 하며 다리를 건너자고 했다. 허리는 아프고, 비 온 뒤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함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 다리를 건너는 동안, 낯선 내가 나타났다. 짝꿍이 시키는 대로, 주변이 요구하는 대로, 난 과장된 표정과 행동으로 사진에 찍혔다. 수십 장.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사람은 바로 짝꿍이었다.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며 내 속마음까지 끌어낸 선한 영향력의 소유자. 출발 지점이었던 망마경기장으로 돌아가는 길, 멀미를 잊게 했던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아침, 남편이 벌초 가는 길에 망마경기장까지 태워다주었고, 차가 없는 나를 짝꿍은 집까지 태워주었다.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나를 바라봐 주고 이끌어 주며 다음을 약속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게 보물이 생긴 것과 같다. 보물은 귀하고 소중하다.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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