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다.”
이 속담들은 너무 익숙해서, 한때는 웃으며 넘기기도 했다. 옛말이라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문장들은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을 품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다름은 곧 위아래로 정렬된다. 하늘과 땅처럼, 위에 있는 존재와 받치고 있는 존재로 역할이 고정된다. 여성은 조용해야 하고, 나서면 문제가 되며, 통제의 대상이 된다.
여성을 집단적으로 낮추는 속담, 차고 넘쳐
특히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다”라는 말은 노골적이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 하늘은 움직이고 결정하며, 땅은 묵묵히 버틴다. 이 속담은 여성의 역할을 ‘지탱하는 존재’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리를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를 함께 건넨다. 여성의 헌신은 미덕으로 칭송되지만, 그 헌신이 목소리로 바뀌는 순간 ‘암탉’이 되고 ‘문제의 근원’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여성을 집단적으로 낮추는 속담은 차고 넘치는데, 남성을 같은 방식으로 아래에 두는 속담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차이는 설명되지만, 평가의 기준은 늘 한쪽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다름뿐 아니라, 여성이 항상 아래에 놓이는 질서를 아주 오래전부터 학습해 왔다.
이 학습은 특별한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밥상머리에서, 친척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웃자고 던진 농담 속에서 반복된다. 설명은 없지만, 반복은 충분했다. 그렇게 가부장적인 시대의 질서는 속담과 일상의 언어를 통해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고, 우리는 그것을 질문 없이 받아들이며 자랐다. 여성이 조용해야 한다는 생각, 나서면 탈이 난다는 감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영어권은 “Ladies and gentlemen”...여성이 먼저
이 인식은 사회 곳곳에서 작동해 왔다. 가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아내의 말투나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기 쉬웠고, 공동체에서 소란이 생기면 “여자들끼리 모여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여성은 늘 조정과 관리의 대상이었고, 남성은 그 질서의 기준이 되었다. 이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학습된 구조의 문제였다.
이 감각은 언어의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도 드러난다. 영어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Ladies and gentlemen”이라는 표현은 여성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아무렇지 않게 “신사숙녀 여러분”으로 옮겨왔다. 누가 먼저 오는지가 왜 중요한지 묻지 않았다. 남성이 앞에 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말의 순서 하나에도 이미 익숙해진 위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TV예능은 ‘홍쓴부부’ ‘장도부부’, 아내의 성이 앞에 소개
그런데 요즘, 이 오래된 학습에 균열을 내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예능 프로그램 <대놓고 두집살림>에서는 부부를 소개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홍현희·제이슨 부부는 ‘홍쓴부부’, 장윤정·도경완 부부는 ‘장도부부’라고 불린다. 아내의 성이 앞에 온다. 이 순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 선택은 단순한 예능적 장치가 아니다. 홍현희와 장윤정은 누군가의 아내이기 이전에, 이미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충분히 증명해 온 사람들이다. 방송인으로, 가수로, 오랜 시간 공적 영역에서 성취를 쌓아왔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 경제력, 공적 영향력이 분명해진 현실이 말의 순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제 가정을 대표하는 이름은 자동으로 남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누가 더 벌고, 누가 더 알려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성별이 곧 순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회적 성취와 삶의 궤적이 말의 순서를 바꾼다. 남성과 여성은 여전히 다르지만, 그 다름이 곧 위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늘과 땅처럼 고정된 배치가 아니라, 나란히 서서 각자의 몫을 맡는 관계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더 의미 있는 점은 이 변화가 특별한 사건처럼 소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청자는 “왜 아내가 앞이지?”라고 묻지 않는다. 그 호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낯설지 않다는 건 이미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 변화가 더 이상 예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감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속담은 바꿀 수 없는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말을 버려왔다. 시대에 맞지 않고, 누군가를 낮추는 말은 결국 사라진다. 암탉이 울어서 집안이 망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으로 사람을 나누며 한쪽에게만 침묵을 요구하던 구조가 관계를 망가뜨려 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홍쓴부부, 장도부부. 이 이름들에는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가 담겨 있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사실은 여전하지만, 그 다름이 더 이상 아래를 의미하지 않는 시대다. 부부의 성이 놓이는 자리가 바뀌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지금, 질서는 이미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