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돌탑에 생명을 불어넣는 남자

[인터뷰] 예암산에 4년째 돌탑 쌓는 정성래씨

  • 입력 2015.06.25 08:50
  • 수정 2017.03.08 04:21
  • 기자명 오문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 관련 사진
▲  예암산에 크고 작은 돌탑 90여기를 세운 정성래씨가 돌산 제1대교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에 나섰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여수시 대교동에 있는 예암산에 돌탑을 쌓고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가 있어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여수 8경 중 제5경으로 꼽히는 예암산은 여수시 대교동 산 10번지 일원에 위치한 높이 96m 의 나지막한 산으로 '예암산에서 들려오는 초동들의 풀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경치'라는 뜻의 예암초적(隸巖草笛)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예암산은 구 도심권의 중앙에 위치해 동쪽을 보면 멀리 경남 남해도가 보이고, 가까이로는 진남관, 오동도, 여수엑스포장 Bib-O, 돌산 제1,2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돌산도, 경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섬들이 줄줄이 서 있어 다도해의 빼어난 경관을 관망할 수 있다. 
 

기사 관련 사진
▲  예암산에는 정성래씨가 세운 크고 작은 돌탑 90여기가 있어 이 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눈요기 거리를 제공해 준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돌탑을 쌓고 돌에 그림을 그려넣는 주인공은 정성래(74)씨다. 7년 전에 전신전화국을 퇴직한 정씨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자택 뒷산인 예암산에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가 4년 동안 쌓은 돌탑은 큰 돌탑 20개와 작은 돌탑 70여개다. 큰 돌탑은 높이 1~2m로 작은 돌이 수백 개 들어간다. 작은 돌탑은 큰 돌을 3층~5층으로 쌓아 올린다. 

큰 돌탑을 쌓으려면 3~4일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잔돌 수백 개를 날라 모으고 하루 동안 쌓는다. 쌓은 탑은 하루 정도 둔 뒤 그림을 그리고 마무리작업을 한다. 정씨가 하루를 기다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사 관련 사진
▲  예암산 정상에 서면 저멀리 돌산 제2대교와 케이블카가 보이고 아스라히 경남 남해도가 보인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쉽게 말하자면 쌓은 돌들이 아귀가 맞아 서로 물고 있어 무너지지 않도록 숙성시키는 겁니다. 아귀가 맞지 않은 돌들은 무너집니다."

정씨가 처음 1년간 돌탑을 쌓는 동안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서너개 쌓을 때부터 강대옥씨가 도와줬고, 나중에는 최원석씨도 도와줬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들은 동장이 20만 원을 지원해줬다. "20만 원은 너무 적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돌에 눈을 그리는 페인트 값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납작한 돌을 세우려면 할 수 없이 실리콘으로 붙여야 합니다"라며 웃는다.
 

기사 관련 사진
▲  갖가지 모양의 돌탑을 세우고 돌 모양새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참새인 것 같기도 하고 쥐인 것 같기도 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제공해 준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영락교회에서 예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턱에는 재건중학교 옛터가 있다. 1977년에 문을 연 재건중학교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을 위해 야간학교로 운영되다 1982년에 폐교됐다. 이후 범죄발생 우려와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남아 2014년 2월에 철거했다. 

동에서는 예암산 일대 1.2㎞에 가시나무 900그루, 벚나무 100그루, 철쭉 2000그루를 심고 둘레길을 조성한 후 전망대와 체육시설을 설치했다. 동에서 체육공원을 조성하고 정성래씨가 돌탑을 세운 후 예암산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길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돌탑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눈을 즐겁게 해주고 마음도 힐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씨가 돌에 그리는 그림은 주로 동물이다. 동물을 그리는 이유와 보람을 물었다. 
 

기사 관련 사진
▲  정성래씨가 황소라고 그렸다는 그림을 보고 나는 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암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제공해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정성래씨가 돌탑을 가리키고 있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돌을 가만히 살펴보니 동물 모양새 밖에 나오지 않아 돌 모양에 맞춰 참새, 황소, 곰, 개, 고양이 등을 그려 넣었죠. 내가 참새라고 그림을 그렸지만 어떤 사람은 독수리처럼 생겼다고 상상한다고 해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준 게 보람입니다."

여름보다는 겨울이 일하기 좋다고 해 이유를 물었더니 "운동 삼아 시작한 일로 몇 시간 일하다 보면 땀이 나고 밥맛도 좋아지는데 여름에는 더워서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정씨. 때론 "이 짓 안 해도 밥 먹고 사는 데 내가 뭐하려고 이 짓을 할까?"라는 회의도 들었지만 "정씨의 선행을 아는 분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멋있다고 할 때 힘이 난다"고 한다. 

"야간에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시에서 조명시설을 해준다면 여수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정성래씨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빈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