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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리콘, 작년에도 가스 누출사고 있었다

  • 입력 2012.06.12 15:32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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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9일, 염화수소(염산)가스 누출로 근로자 대피 소동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한국실리콘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궂은 날씨였죠. 저기압인데 하얀 연기가 보여서 수증기인줄 알았습니다. 연기를 마셨는데 숨이 막혔습니다. 제가 작업자들 빨리 대피하라고 알렸습니다. 울타리 밖으로 나와 보니 한국실리콘 직원들은 이미 대피했더군요. 화가 났습니다”(지난해 가스 누출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근로자 조 모 씨-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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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9일, 한국실리콘에서 염화수소(사고회사 관계자 인정) 가스 누출사고가 있었습니다. 장소는 다른 곳인데 이번 사고에서 누출된 염화수소 가스와 동일한 물질입니다. 사고는 화치변전소 낙뢰로 공장이 정전되는 통에 생겼답니다. 대기오염방지시설 가동이 멈췄고 P-1841 펌프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여수소방서)
지난 11일 오후,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근로자 한분과 어렵게 통화를 했습니다. 상황을 들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보니 열교환기 쪽이었는데 연기가 솟았습니다. 가스가 새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냄새를 맡았는데 메케하고 숨이 막히더군요. 가스를 많이 마신 사람은 배를 쥐고 구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합니다.
이어 그는 “대피하라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 작업자들이 위험한 상황을 느끼고 동료들에게 피하라고 소리쳤죠. 현장을 빠져 나와 보니 한국실리콘 직원들은 이미 모두 대피했더군요. 화가 났습니다. 사과를 요구했죠. 다음날 회사 관계자가 나왔습니다. 훈련을 세 번 했습니다. 깃발 들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대피하는 연습이었죠”라고 말합니다.


“당시 근로자가 전혀 없었다” vs “그날 현장에 작업자가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마지막으로 나왔군요. 물론, 그 사이 비상 사이렌이나 안내방송은 없었고요. 도대체 거대한 화학공장에서 비상시를 대비한 경보체계가 없는 이유가 뭘까요? 여수시 재난관리과 이정남 팀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한국실리콘은 중소기업이다. 비상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강제규정이 적용 안 된다. 그래서 권고만 할 뿐이다”고 말합니다. 화학공장에서 정전은 가정집에서 전기 안 들어오는 일과 전혀 다릅니다. 대형 재난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죠. 때문에 비상 시스템을 잘 갖춰서 인명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합니다.
한국실리콘은 작년 사고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서동완 지원담당 상무와 통화했습니다. 그는 “작년 사고는 정전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 근로자는 없었다. 사고가 크다고 할 수 없다. 관계기관도 조사를 마친 사안이다”고 말했습니다.
누구 말이 사실일까요? 지난해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존재하는데 회사 측은 “당시 근로자가 전혀 없었다”고 말합니다. 12일 오후, 회사를 찾았습니다. 배성우 환경안전팀장은 “그날 현장에 작업자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 “누출 가스도 이번에 발생한 염화수소가 소량 샜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사고 축소, 은폐하고 치료중인 환자 퇴원시키려고만... 분통 터질 일”

결국, 한국실리콘은 두 번의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군요.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재난 대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작은 사고가 쌓이면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한국실리콘이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걸린 건 아닐까요?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민주노총 플랜트 노동조합 여수지부가 성명서를 냈습니다. 그들은 “한국실리콘은 화학공장임에도 불구하고 물질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경보발령, 긴급대피, 후송조치 등을 시행하지 못해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말합니다.
또, “(사고회사는) 가스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출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축소, 은폐하고 입원 치료중인 환자를 퇴원시키려고만 하고 있음은 정말 분통 터질 일”이랍니다.
덧붙여, “한국실리콘의 가스 유출에 대한 증설, 하자보수의 권한이 있는 여수시는 금번 사고를 축소, 은폐 그리고 방조하지 말고 노동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및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여 차후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관계기관과 사고회사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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