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구봉산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왜 구봉산인가? 그 구봉산은 어떤 산인가?

  • 입력 2017.02.04 13:55
  • 수정 2017.04.16 15:08
  • 기자명 김배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 소개글]
구봉산은 여수의 핵심적인 산 중 하나다. 본지는 구봉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구봉산 이야기’를 연재할 김배선(66)씨는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저자이다. 다음카페 '조계산 연구소' 운영자이다.  해양경찰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향토사에 관심이 많고, 조계산 주변의 '여수사건'관련 이야기 수집을 오랫동안 해오기도 했다.  현재 여수문화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순신광장에서 진행해 온 여수문화원의 '수군출정식' 감독을 맡은 바 있다. 오늘 첫 회를 시작으로 '구봉산 이야기'를 연재한다.

'구봉산 이야기'를 쓰려는 이유

구봉산 정산에 오른 필자  김배선(66)씨

학창시절부터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가 구봉산에 처음 올라본 것은 여수에서 살기 시작한지 5년이 지난 1977년으로 기억 된다. 벌써 4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당시 필자가 살던 곳이 수정동이었다. 자산(공원)이나 종고산은 자주 올랐었지만 그 시기만 해도 구봉산은 인접하여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먼 산으로 여겼을 때였다.

그때 정상에서 아름다운 여수항을 굽어보며 외해에서 구항 입구로 들어오는 작은 어선이 꼬리물살로 곱게 빗은 할머니의 가르마처럼 길게 그려내던 환상적인 그림은 평생을 두고도 잊히지 않을 감명으로 남아 있다.

그러한 영향에서였는지 나는 구봉산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심 그 첫 번째는 늘 이름이다. 산 이름 구.봉.산.  왜 구봉산인가?

우리나라에서 뒤에 <봉>자가 들어가는 산이나 봉우리의 이름 한자는 거의가 봉우리 봉(峯)자가 쓰인다. 그러나 구봉산만은 특별하게 봉황새 봉(鳳)자가 쓰였으므로 조상들이 지어 부른 이름에는 분명히 깊은 상서로운 뜻이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 이후로도 틈이 날 때마다 주변마을 사람들을 만나 구봉산이 품고 있는 역사의 자취와 유래를 묻고 들으며 그 현장을 찾아보는 것을 몸에 밴 취미로 즐기면서 지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10여 년 전 우연한 인연으로 지인과 구봉산 얘기를 나누었는데, 혼자서만 간직하는 것은 아까우니 기록하여 지인들끼리 카페글로 나누거나 SNS로라도 함께 공유하자는 권유를 받고는 메모해 두었고 차근차근 듣고 조사하고 찾아 보았다.

어줍잖은 내용이 부끄러워 머뭇거렸으나 기록들을 정리하여 공유하면 나로서도 더 나은 자료도 찾아 나서게 될것이고, 증언도 더 보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재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구봉산에 대한 조사가 여수시민에게 드리는 제언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향토사적인 내용들은 여러분들의 증언을 청취한 것이므로 미흡하거나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리며 그동안에 보아온 사람 사는 이야기도 함께 실어 보려고 한다.

 

구봉산의 형상

예암산에서 본 구봉산

구봉산은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이다

높이는 338m에 불과하지만 해안으로부터 가파르게 형성된 지세의 탓에 훨씬 높은 느낌을 받게 된다.

구봉산이 자리 잡은 위치는 정상에 오르면 바다는 물론 시가지까지 사방을 아우를 수 있는 여수반도의 남쪽 끝 중간지점 돌산 섬을 마주보는 곳이다.

조물주께서 심혈을 기울여 빼어난 걸작으로 만든 여수에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아담한 항구 북쪽의 봉우리 종고산 밑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갈 때만 하더라도 구봉산은 서쪽에 멀리 있는 신비로움을 간직한 큰 산이었기에 오랜 세월 그 줄기에 기대어 살아온 조상들의 자취와 전설이 간직되어 있다.

수많은 시간동안 그 자리에서 때를 기다려온 구봉산은 이제 여수가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자라면서부터 드디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구봉산정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미항의 황홀경과 마주하면 절로 숨이 멎는 감격을 맛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구봉산 이름의 유래

구봉산 유래를 적은 안내판

“구봉산의 유래는 옛날 오동도가 벽오동나무 숲으로 덮여 있을 때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심부름을 나온 사신 아홉 명이 봉황으로 변하여 하늘을 날던 중 오동도의 벽오동열매를 따먹으려고 내려왔다. 하늘에 오르는 기한을 넘겨 오르지 못하고 내려 앉아 아홉 봉우리의 구봉산이 되었다고 한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이 구봉산의 유래는 근래에 여수시에서 제작하여 구봉산정상에 게시하여 놓은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아홉 마리의 봉황이 오동도의 오동나무열매를 따먹다가 시간을 놓쳐 구봉산이 되었다는 조금은 막연한 구봉산 이름의 전설은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오고 있었다

향토사에 관심이 있던 내가 비슷하나마 다른 유래를 들은 것은 25년 전인 1992년 여름이었다.

구봉산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려고 집과 가까운 여서동 텃골 작은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 모여 계시는 노인들을 찾았을 때, 최 노인이라는 분께서 구봉산은 아홉 마리의 봉황이 줄기가 되어 구봉산이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대치마을에서 본 구봉산

그때 나는 “줄기가 아홉 개나 되어요?”라고 질문을 하였다 내 나름대로는 봉우리는 말할 것도 없이 구봉산의 정상까지 이어진 산줄기가 몇 개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최 노인의 답변은 ‘조금 뒤에 와서 옆에 붙은 놈도 있는 것이지 뭐!’ 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간단히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정상 못 미친 곳으로 이어지는 조금은 작은 줄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고 지나쳤다가 8년이 지난 2010년 7월 봉산동 노인당을 찾았을 때도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있어 텃골 최 노인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홉 마리의 봉이 줄기를 이루어 구봉산이 된 것이라는 전설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가 최근에 구봉산 정상에 게시된 구봉산의 유래를 읽고서는 어차피 전설이란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봉우리와 줄기들을 세어 전설의 구성을 확인하여 보자고 하릴없이 발품을 팔았다.

서쪽으로 돌아가며 아홉 줄기를 세어 보았다.

1)동편의 원줄기인 한재(연곡재)에서부터
2)잔디밭 몬당 줄기(부영7차길),
3)속등 능선(대치~정상 북벽),
4)진(긴)등 줄기(한화후문 길),
5)모박골 능선(쌍바위 약수터),
6)서편 원줄기인 넘노리 줄기,
7)한산사 뒤 등,
8)구봉약수터 뒷등(진성여고~중간헬기장)의 여덟 줄기,
9) 조금은 약해 보이지만 정상 남쪽에서 구봉중학교 뒤편으로 형성된 줄기.

구봉산 골골을 돌면서 이렇게 짜 맞추고 보니 억지스럽다고 할지 몰라도 아홉 줄기의 전설이 성립되어 나로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봉산에서 내려다 본 시가지

다음은 필자가 구봉산 정상에 안내한‘구봉산의 유래’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들어온 구봉산의 전설들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구봉산의 전설을 엮어보았다.

“오랜 옛날 구봉산이 생기 전 오동도의 벽오동 숲에는 봉황 아홉 마리가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답니다. 어느 날 옥황상제의 부름으로 갔더니 너희들이 사는 오동도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너희는 하늘로 날아오르니 잘 보이지만 인간들도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느냐 하고 물으시더랍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없다고 했더니 '그럼 너희가 내려가 힘을 합치면 만들 수가 있을 터이니 터를 골라 인간들을 위한 봉우리 하나를 만들도록 하여라 그러면 영원히 천상에 살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라는 말을 듣고 내려온 봉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어 몸을 희생하기로 결심하고 지금의 자리에 아홉 개의 줄기로 에워 쌓아 봉우리 하나를 만드니 높이가 388m였답니다. 훗날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산의 줄기를 세어보니 아홉 개이므로 이름을 구봉산(九鳳山)이라 불렀다는 전설입니다.“

재미로 보는 구봉산의 탄생이야기

태고에 금수강산을 빚던 조물주가 남도 해안을 아름다운 명품으로 조각하려고 각도를 들어 200리 여수반도를 정성껏 깎았으나 어딘지 부족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살펴보니 훗날 노를 저어 동서로 멀리 바닷길을 돌아 왕래할 어부들의 노고가 염려 되어 첫 번째로 잘라내어 물길을 낸 곳이 구봉산 남쪽 끄트머리 외암 기슭이었다.

돌산을 섬으로 띠우고 나니 허전하여 가운데에 징검다리로 장군 섬을 놓고 보니, 드디어 가슴이 툭 트였다.  내친 김에 금오도 안도 연도 세 곳을 더 자르고 나서 굽어보니 오동 종포 구항 당머리 봉산 넘노리 신월까지 굽이도는 해안선이 너무도 아름다워 스스로의 작품에 눈을 의심 해야만 했다.

구봉산 지역을 다니며 조사중인 필자

그러던 중에 훗날 이곳이 선택받은 인간들의 커다란 도시가 되었을 때 그토록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좌우로 중심이 되는 자리에 아홉 마리의 봉의 형상을 빌어 봉우리 하나를 우뚝 세우도록 하였으니 여수의 구봉산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것은 필자가 재미삼아 엮어본 구봉산의 탄생이야기이다.

구봉산 정상에서 오동도를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구봉산의 전설을 말해주는 듯 여수 해안을 등진 산봉우리들이 봉이 먹이를 향해 오동도로 내려앉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 편에 설명 드리고자 한다. (계속)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하늘빛 2017-02-05 11:31:44
공직을 떠난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있을자리와 할일을 분별할줄 안다는게,얼마나
현명하며, 또한 자신의 삶을 정신적으로,풍요롭게 만드는, 요산 점수생 인오님
몇해 전에는 지리산에서 만난 이야기란, 책을 발간하더니 이번에는 여수넷통에 구봉산 이야기를 연재하여,독자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선물하는 글 잘 음미 했습니다.
인오님의 구봉산 이야기를 응원하면서, 흥미 가득한 다음호의 연재를 기대합니다.
- 하늘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