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 율촌 도성마을 주민들 청와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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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 율촌 도성마을 주민들 청와대 청원
  • 곽준호
  • 승인 2018.08.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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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도성마을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한센인 정착촌인 도성마을 주민들이 주변 공장에서 뿜어내는 대기오염물질과 폐축사 악취 등으로 심각한 환경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지역 정치계도 이들을 외면하고 있어 마을 주민들이 청와대 청원을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은 1965년부터 1978년 2월까지 애양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도성래 선교사(미국명: Stanly C. Topple)가 한센인을 위해 만든 정착촌이다.

205명의 한센인 회복자들의 자립 생활 기반을 위해 마련된 조성마을은 당시 정부의 축사 건축 비용 지원 등으로 지어진 집단농장 형태의 농원이다.

현재 도성마을에는 한센인 72명과 그들의 2,3,4세 주민 등 약 264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실거주자는 약 239명이다.

한때 양계, 양돈이 주를 이룬 도성마을은 120여 곳의 축사를 소유하는 등 전남 동부권에서 가장 넓은 축사 단지였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고령화와 축산물 수입 개방으로 인한 사료값 인상과 태풍 피해 등으로 주민들이 축산을 포기하면서 현재 남은 농가는 4곳에 불과하다.

이외에는 축사를 매입한 외지인들이 축산업을 이어가거나 폐축사로 방치되고 있다.

여수시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는 18가 농가에서 돼지 7천두, 2가 농가에서 닭 3천5백두, 1개 농가에서 소 50두를 사육하고 있다.

특히 폐축사의 슬레이트 먼지와 악취 그리고 여수국가산단, 율촌산단, 포스코 광양제철 등에서 날아오는 각종 매연과 함께 최근에는 하수구까지 역류되면서 주민들은 건강권과 환경권을 침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미세한 석면 섬유가 폐 속에 축적되면 길게는 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 현재로선 별다른 치료법이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에서는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은 석면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하지만, 비용 등을 이유로 석면 가루의 비산을 막는 땜질 수준의 처방을 하거나 아예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 여수시가 실시한 석면 실태 전수 조사에 따르면, 지번이 있는 도성마을의 슬레이트 건축물은 총 95곳으로 1928~2010년 사이에 건축됐다. 이중 상당수의 축사가 19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 주민들은 같은 지번에 2~3개, 거기에 무허가 축사까지 더하면 석면 슬레이트 지붕 건축물은 수백 채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처럼 도성마을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대부분 2,30년을 크게 넘어선 상태여서 주민들은 자연풍화와 침식으로 부식된 슬레이트 석면 가루에 자연스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빗물을 타고 땅바닥에 고여 있던 석면 가루가 바람에 비산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슬레이트 면적은 4만6794.7㎡이며, 축사 소유주들은 모두 지붕개량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여수시는 매년 국,도,시비를 (국비 50%, 도비 10%, 시비 40%)를 들여 노후 슬레이트 주택 처리 지원 사업을 해고 있지만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만 국한시켜 도성마을 주민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을 통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나섰다.

청원글에는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겪은 애환과 고통이 깊게 묻어난다.

한센인 2세인 주민 A씨는 “우리가 사는 마을은 한센인 회복자 정착촌으로, 정부의 정책 아래 강제 격리된 채 생계를 위해 축산업을 시작했다. 허허벌판 같던 마을에 하나둘 집과 축사가 들어서고 밤낮없이 생계를 위해 일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A씨는 지난 7월 3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 마을을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센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맨몸으로 마을에 들어와서 결혼하신 부모님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두 분 손으로 이루셨다”며 “집은 가난했지만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과 동생들 때문에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밝혔다.  학창 시절,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님을 도와야 했던 그는 친구들과 시내로 나가 옷 한번 산 적이 없다.

그러면서 더 이상 마을의 한센인 3세들이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는 한센인 마을을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도성마을은 70-80년대에 들어선 축사 모습 그대로이며, 집과 축사의 경계가 없어 축사에 빙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과 축사의 거리는 수 미터에 불과하고 심지어 노후 석면 슬레이트 지붕 축사들과 집은 서로 맞닿아 있다. 주민이 사는 집 벽을 따라 설치된 배수로에는 검은 분뇨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도성마을을 “시내버스에서 내리면 여기저기 슬레이트로 지어진 빈 축사들에, 태풍 매미와 볼라벤으로 반파된 축사와 축분 냄새가 마을을 뒤덮어 도시에 사는 분들은 경악해 마지않는 그런 마을이다”고 했다.

A씨는 "마을 인근에 손양원 목사의 순교기념관이 있지만 그것 말고는 한마디로 냄새나는 동네, 누구 하나 관심 두지 않는 동네,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에도 항의 한 번 못하는 동네이다"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국민이 아닌 것 같은 곳에 살며, 70-80년대 정부 정책으로 축산업을 시작했지만 태풍 피해에도 누구 하나 손 내밀어 주지 않아 그대로 주저앉은 동네, IMF시절 힘들게 버티던 축산 농가들이 줄줄이 도산해 외부인에게 마을의 토지가 넘어가는 걸 보면서도 도울 힘이 없어 바라만 봐야했던 이곳이 바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성마을이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요?”라고 반문하면서도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한 우리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자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절망했다. 이어서 “우리가 목소리를 낸다면 또 이야기 하겠지요, ‘조용히 있으라’고 말입니다. 이는 지난 70년간 우리가 들었던 말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누군가가 우리에게 ‘여수시의 어떤 분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도 누구 하나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한테 보내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말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땅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소리쳐도 들려오는 것은 대답 없는 메아리이며, 귀찮다는 시선이며 부정적인 말 뿐이다”며 “우리도 사람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의 소리가 부당하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제발, 우리의 소리를 들어 달라. 이 땅에서 소외당하는 여수 애양원 도성마을을 돌아봐 달라. 오늘도 기대하고 내일도 기대한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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