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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마스크는 우리가 만든다"

여수학부모회네트워크, 긴급돌봄교실 아동 위한 수제마스크 만들어
정해진 물량 없이 10일까지 가능한 한 많은 마스크를 만들 계획

  • 입력 2020.04.02 18:28
  • 수정 2020.04.03 08:03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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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학부모회네트워크가 2일 오후 원앙아파트 상가2층 ‘손노리터’에 모여 긴급돌봄교실 아이들에게 나눠줄 천마스크를 만들었다.

지난해 3월 교육청이 전남도 학부모 지원 조례를 만들며 구성된 여수학부모회네트워크는 올해 2기가 구성될 차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를 쉬면서 출범이 미뤄지자 1기 학부모들이 모여 천마스크를 만들게 됐다.

여수학부모회네트워크는 시내 초중고와 특수학교 총 90개 학교 학부모로 구성됐다. 이날은 여수한려초, 여도초, 웅천초, 화양고 등 다양한 학교의 학부모들이 모였다,

이들이 마스크를 나눠줄 긴급돌봄교실은 각 학교마다 마련돼있으며 저소득층이나 편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자녀를 지원하는 제도다.

마스크 제작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각자 역할을 나눈 뒤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러자 순식간에 마스크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천 위에 도안을 그리고 자르는 단계, 면을 이어붙이는 단계, 줄을 끼우는 단계, 이 세 단계만 거치면 마스크 하나가 완성된다.

면 마스크 작업 순서. 천 위에 도안을 본뜨고 가위로 잘라 재봉틀로 잇는다

면마스크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도안에 맞춰 천을 자르고 두 장을 재봉틀로 잇는다. 그러면 마스크 앞면이 완성된다. 같은 방식으로 뒷면을 만들고 이 두 장을 다시 이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마스크 형태가 갖춰진다. 마스크 한 장에 총 네 장의 천이 사용되는데 이는 마스크를 쉽게 접기 위함이다. 여기에 귀에 걸 수 있는 끈을 이으면 완성된다.

그렇다고 참여자 모두 마스크 만들기에 ‘달인’인 것은 아니다. 김정숙 씨는  26년만에 재봉틀에 손을 올린다고 하니, 그 어색함과 낯섦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정숙 씨는 김미군 씨에게 재봉틀 사용법을 배우며 만들고 있다.

마스크를 만드는 김정순 씨

김 씨는 “얼마 전 마스크를 사러 약국에 가려는데 딸이, 엄마, 약국에 가지 마세요.줄 서 있는 것도 위험해요, 라고 말하는데 그때 마스크의 소중함을 느꼈다”라며 참여 동기를 말했다.

“거기다 애써 구입한 마스크가 질이 좋지 않아 실망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아이들에게 내가 직접 만든 마스크를 전해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김 씨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력이 좋지 않아 재단도 어렵고, 재봉틀도 다룰 줄 모르지만 재단된 천을 자르는 일이라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곽여경 씨의 딸 명서

곽여경 여수한려초 학부모는 딸 명서와 함께 왔다. 명서가 쓴 마스크도 전날 여수학부모회네트워크가 모여 만든 것이다. 미싱을 처음 봤다는 명서는 “약국에서 파는 마스크는 철사가 끼워져 있어 불편한데 천마스크는 편하다”며 “원래는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이렇게 엄마와 함께 마스크를 만드니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이곳 손노리터를 운영하는 김미군 씨는 올해 아이가 대학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학부모회네트워트 회원들과 끈끈한 인연을 유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초기 계획한 마스크 물량은 300개였지만 여기저기서 점차 요청이 많아지자, 이들은 개수를 정하지 않고 마지막날인 10일까지 가능한 많은 물량을 만들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완성된 면마스크

이날 면마스크 작업 공간에는 여수시교육청 김용대 교육장이 샌드위치와 과일주스를 들고 학부모들을 응원 방문했다.

김용대 교육장은 "이렇게 많은 학부모들께서 마스크를 만들고 계시니 코로나가 금방 물러날 것 같다"며 준비한 샌드위치와 과일주스를 내밀었다. 김용대 교육장은 이날 오전에도 소호동에 위치한 경호초에서 온라인 수업 준비모습을 둘러보고 전날에도 여천중학교 온라인교육 시범모습을 점검했다.

김 교육장에 따르면 여수 관내 스마트기기를 준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5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시내 학교 내 스마트기기 보유분이 3천7백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수업에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여겨 진다. 문제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온라인 수업 특성상, 수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김용대 여수교육청 교육장

그러면서 김 교육장은 "저학년 아이들이 장시간 스마트폰으로 수업하면 아이들 집중도가 떨어져 그 점이 우려된다. 그러나 학부모가 장시간 아이들을 돌볼 수 없어 쌍방향 온라인수업 방식과 EBS컨텐츠 활용 수업 시스템, 과제 위주 수업 총 세가지 방식의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의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 학부모네트워크는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단체가 아니라 한달에 한번 학부모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아이들을 위한 일이 무엇이 있는지 함께 모여 의논하고 이를 수행하는 모임이다. 지난해에는 자발적으로 학교폭력방지운동을 실시하는 등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 골몰하고 있다.

곽여경 씨는 “학부모네트워크는 교육청에서 만든 단체지만 그 가치를 인지하고 높여가는 역할은 학부모 개개인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단순히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조직이 아니라 학부모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 지역 교육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감시하고 다른 학교 학부모와 교류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를 교육청에 제기하여 여수 교육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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