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에 코로나19 확산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3개월 전부터 묵묵히 계속되는 이들의 방역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여수꽃사모 회원들이 연휴를 앞둔 지난 26일 여수시수산물특화시장과 여수항여객선터미널, 오동도, 자산공원, 해상케이블카승강장, 돌산공원 소독에 이어 3일 여천고속버스터미널, 여수고속버스터미널, 돌산대교 밑 유람선승강장, 돌산 신기항 등 4곳을 소독했다.
5월 황금연휴를 맞아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을 선별한 것이다. 이날 회원들은 자체 구입한 일회용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여수시에서 받은 소독약을 손에 든 채 흩어졌다.

실내 소독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물에 희석한 소독약이 든 분무기를 들고 터미널 내부와 문 손잡이 등 사람 손이 자주 닿는 곳에 분사한다. 인구가 밀집되는 터미널은 바닥 한가운데가 아니라 구석구석 먼지가 쌓일만한 작은 틈을 중점적으로 소독해야 한다. 또한 행인이 소독약을 맞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차된 시외버스 내부와 터미널 밖 택시승강장 소독이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를 맞으면서도 회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소독을 이어갔다.
시외버스에서 내리는 대형화물 중에는 외국에서 건너오는 물건도 있는데 이 화물을 내리는 장소는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소독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고 한 어르신은 “고생이 많으시다”며 고마움이 담긴 말을 건넸다.
코로나19에도 관광객은 여전히 많아.. 불안함 더해

이들이 방역하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한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버스터미널 세차장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문행진 씨는 꽃사모 회원들이 챙겨온 소독약원액을 나눠달라며 페트병에 담아가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음에도 날이 풀리자 여수 관광객은 과거 성수기만큼이나 몰리고 있다.
버스터미널 건물 내외부를 청소하는 김영곤 씨는 “근 삼일간 단체관광 온 학생, 아주머니들이 돌산 남면 섬으로 향했다”고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요전 제주도 도지사가 '(관광객들에게) 오라는 말도 오지말라는 말도 할 수 없어 참담하다'고 인터뷰했던데,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여객선터미널로 장소를 옮겨 바닥과 건물 내부 기둥을 집중 소독했다. 공공장소는 쓰레기통 주변과 청소도구함, 사람의 손이 미치는 계단 등에 중점을 두고 소독약을 뿌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곳은 전염성이 빠른 선내다. 배를 책임지는 선장이 청소하고 있지만 이들은 추가점검차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배 안에서 의자와 문틈 구석구석을 소독했다.
여수시내 선박은 코로나19로 운행이 중단됐다가 지난 1일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유조선을 20년 운항하다 7년 전부터 유람선을 운항하고 있는 정병식 선장은 방역에 힘쓰는 이들 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유람선을 운행하는 김내현 선장은 오동도 등 곳곳을 오가며 여수시내에서만 30년 가까이 배를 운행하고 있다.
“선착장에는 섬에 들어가려는 사람이라도 있지만 유람선은 코로나19로 손님이 하나도 없다. 전멸이다. 2월 말부터 계속 운항을 하지 않다가 이번 연휴에는 사람이 좀 있을까 싶어 3일 전부터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배가 나가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국동 롯데마트 근처에 위치한 대경도 대합실도 방역 대상이다. 이곳에 정박되어 있는 선박들은 선장이 개인 방역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 봉사자들의 방문이 더욱 소중했다.
꽃사모의 코로나 방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항구미와 임포 등 돌산 주변 섬을 돌며 마을회관, 교회, 노인정을 들러 코로나방역봉사를 펼쳤다. 사각지대가 많은 섬의 주민들은 방역하러 온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주에는 수산물특화시장 내부를 소독했다.
이렇게 쉼없이 활동하는 꽃사모에게 여수시는 단 한번 방역복을 지급했을 뿐이다. 때문에 회원들은 세탁도 불가능한 일회용 방역복을 며칠간 연이어 입으면서 방역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꽃사모, 오로지 ‘사명감’만으로 모인 사람들

꽃사모 회원들은 여수엑스포가 열린 2012년부터 꾸준히 시내 곳곳을 방역하고 있다. 외지인들에게 깨끗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뭉친 이들이다. 회원들 중 자체방역에 익숙한 개인사업자도 있어 활동은 수월히 이뤄졌다.
이들이 5월 황금연휴를 기꺼이 봉사활동에 할애하는 이유는 뭘까.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최미경 봉사자는 “봉사활동을 한 후 오후에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몸은 정말 고되지만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표현 못한다”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던 젊은 시절이 지나가니 어느 순간 남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도우면서 느끼는 보람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배가 된다. 이제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봉사에 참여하지 못할 때면 내 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내가 쉰 만큼 다른 봉사자들이 고생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3,4년 전 종화동에서 우연히 밥차 자원봉사를 하면서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된 그는 현재도 매주 두 번씩 밥차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한 달에 2만원씩 동여수노인복지관에 기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여수산단에서 근무하는 정재봉 봉사자는 “주말에 쉬지 못하고 봉사를 나왔지만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그 기쁨과 보람은 두세 배로 돌아온다” 고 말했다. 다음날 새벽 출근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이들이 기꺼이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다.
모두가 거부하는 무료봉사, 오로지 이들만이

꽃사모는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오직 깨끗한 여수시를 만든다는 회원들의 자긍심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여름엔 더운 곳에서 겨울엔 추운 곳에서 뛰어다녀야 하는 야외 봉사활동은 오로지 회원들의 책임감만으로 운영된다.
게다가 회비를 걷지 않기 때문에 박근호 대장 개인 사비로 식비를 지출한다. 꽃사모가 지난 3월부터 5월 3일까지 총 6회 방역을 실시했지만 여수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고작 두 번 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했을 뿐이다. 여수시는 꽃사모에 방역복과 우의를 3월 1회 지급했다. 활동비는 3,4월 두 달간 회원 한 명당 1만원씩 지원했고 마스크는 2회 지급했다.
지난 3월 22일 백야도 여객선항과 금오도 항구미항, 돌산 신기항, 화태도 독정항을 소독한 날도 회원들이 사비로 뱃삯을 충당했다. 예산이 없다며 여수시가 지원을 미루는 탓에 다른 봉사단체 모두 거부한 방역활동을, 오로지 꽃사모만이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도 꽃사모 최미경 봉사자는 말한다. “불러만 주시면 참석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