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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탄생 250주년, 생일파티에 초대 받다

2020 예울마루 실내악 페스티벌 '베토벤의 생일파티'
양성원 음악감독, "베토벤의 생일파티에 초대된다면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하며 기획해"

  • 입력 2020.10.20 16:50
  • 수정 2020.10.21 13:51
  • 기자명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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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 페스티벌이 열린 예울마루

바람이 분다.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 색을 띤 가을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은 봄바람처럼 향기를 싣고 오지는 않지만 소리를 실고 왔다.

예울마루 앞 장도의 쪽빛 바다는 푸른 하늘을 담아 맑고 청아함을 더해준다.

소풍 가기 좋은 날 공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대극장 앞으로 모이고 있다.

마스크를 써서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눈빛이나 태도에서 설렘이 보인다. 얼마나 공연에 목말랐던 사람들인가!

코로나로 예상치 못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와 청각 상실이라는 예상치 못한 고통을 안고 살았던 베토벤, 힘겨운 시기를 음악을 도구로 삼아 살았던 베토벤의 음악이 힘겨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준다.

실내악 페스티벌 연주자들

오랜만에 예울마루 대강당의 문이 활짝 열렸다. 양성원 음악감독님은 “베토벤이 살아 있었다면 그의 생일파티에 초대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상상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의 기발함과 기획력이 관객 모두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달했다.

베토벤의 생일파티는 실내악 페스티벌로 진행되었다. ‘베토벤의 스승들’을 위한 연주를 시작으로 ‘베토벤의 친구들’, ‘베토벤의 후원자들’, ‘베토벤의 이상’으로 4회에 걸쳐 연주가 이어졌다.

'베토벤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사람들

공연은 소리로 전달되었지만,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위 거대한 크루즈의 선상 음악회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악기가 신체의 일부분이 되어 연주하는 첼리스트 양성원 선생님의 모습이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았다. 거대한 크루즈 ‘예울호’에서 선상음악회를 즐기듯 내 몸도 음율을 따라 일렁거렸다.

아쉽게도 첫 회 공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2박 3일의 성대한 생일파티에서 나는 ‘베토벤의 친구’로서 파티에 초대받은 듯 즐거워했고, ‘베토벤의 후원자’ 처럼 객석에 앉아 행복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동시에 ‘베토벤의 이상’을 들으며, 청력을 완전히 잃게 된 후 피아노 다리를 잘라 가며 바닥에서의 진동, 몸이 느끼는 진동, 마음의 진동으로 쓴 곡을 들었다. 그 힘있고 장쾌한 곡에서 어느 누가 베토벤이 어두운 인생을 살았으리라 상상할 수 있을까?

예울마루서 바라본 장도

그의 생일파티에 초대 된 나는 베토벤의 긍정의 에너지와 열정을 가슴에 안고 10월 어느 날에 기억될 희망찬 기운을 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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