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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제목에 가려진 슬픔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18)... 베토벤, 월광소나타 1번
한 시인의 평으로 '월광' 이라는 새로운 곡 이름 더해져
청각장애를 앓는 현실에 짧은 사랑을 거치며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해

  • 입력 2021.09.14 14:42
  • 수정 2021.09.29 10:45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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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소개글

문화예술기획자 이혜란 피아니스트가 준비한 '섬, 바다, 달빛소나타'가 이달 14일부터 11월까지 장도아트카페와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공연으로 기획한 공연이 실내공연으로 바뀌었지만 베토벤의 명곡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길은, 언제나 가면서 만들어진다.

치밀한 계획으로 세웠던 길이 무산되었을 때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그럼에도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가다보면 늘 있기 마련인 새로운 길을 찾게 되며 그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만나는 행운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의 경우에도 그렇다.

보름달이 뜨는 날, 장도에 있는 야외공연장에서 베토벤(L.v.Beethoven,1770-1827)의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실내공연만 가능해진 것이다.

봄부터 계획하여 사전답사까지 끝내고 준비중에 있던 ‘달빛처럼’ 행사가 예기치 않은 이 상황 속에서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만 했다.

일단 베토벤의 음악을 계속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신분의 차이로 인하여 사랑하는 연인과의 헤어짐, 심해지는 청력장애, 그 사이에 제자와의 짧은 사랑으로 이 곡을 작곡했던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

베토벤 사후, 독일의 시인이며 음악평론가인 렐슈타프(L.Rellstab,1799-1860)은 이 곡의 1악장에 대하여 “달빛이 비치는 스위스에 있는 루체른 호수, 그 위에 떠있는 조각배를 떠오르게 한다”라고 문학적 비유를 담아 평했다.

그 결과 원래의 제목인 ‘환상곡풍의 소나타’와 함께 ‘월광(月光, Moonlight)’이라는 제목이 붙여지게 되었다.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이 아니기에 그에게 있어서는 낭만적 서정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자신을 위로하며 곡을 썼고 이 곡으로 본인자신이 위안받았을 것이다.

그러한 내면적인 곡이기에 듣는 이들 역시 달빛이 주는 느낌이었으리라.

다른 소나타와는 다르게 짧은 2악장을 지나 빠른 템포의 3악장에 비중을 두었다. 곡의 이해를 위해 전 악장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손민수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이다.

 

이번 행사인 ‘달빛처럼’으로 몇 년의 공백기간을 거쳐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남해안발전 연구소의 방향을 ‘섬,섬,해양문화’로 설정하면서 베토벤의 월광을 계속 들으며 야외가 아닌 실내공연장에서의 달빛을 생각하였다.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섬’, ‘바다’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진작가가 떠오르며 예상하지 못했던 멋진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P작가는 장군도가 보이는 해안통 갤러리에서의 첫 전시로 공식적인 사진작가의 길을 가게 되는데 성실함과 인자함의 첫인상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상황을 파악하고 전시작가의 작품을 구매해 주기도 하며 드러내지 않는 배려깊음의 후원으로 격려해 주었다.

이곳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젊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길을 떠나 외국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비자와 집 구하기를 마치고 자연속에서 예술교육을 지향하는 발도르프학교(Waldorf Institute)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떠난 지 5개월쯤 지난 어느 날, 마침 지쳐있는 나에게 카톡으로 보내 준 작가의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작가님께서 흔쾌히 응해주어 함께 첫 구슬을 엮기 시작하니 어느 사이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져간다.

S시인과 N건축가와의 콜라보도 기대된다.

월광소나타를 들으며 은은한 달빛처럼 서로를 감싸주며 위로하며 위안받는 보름달 뜨는 추석명절이 되기를.

▲섬, 바다, 달빛소나타! 달빛처럼
▲섬, 바다, 달빛소나타! 달빛처럼

한편 14일부터 장도 전시관에서는 '섬, 바다, 달빛소나타! 달빛처럼'을 주제로 공연과 전시가 어우려진다.

14일 오후5시 장도전시관에서 열리는 1부에서는 전시 중인 정원주 작가 작품을 배경으로 국악실내악단과 대금 강종화,김영옥 명창이 공연을 선보인다. 또한 정원주 작가와 송현초 2학년 김수현 학생이 특별출연해 '바다'를 주제로 공연한다.

내달 29일 오후5시 장도아트카페에서 열리는 2부 공연은 ‘달, 시를 보다’를 주제로 클래식기타와 피아노 연주에 맞춰,성악가의 노래와 시인 신병은의 시낭송이 예정돼있다.  

3부는 11월 18일 오후7시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열린다. 노성진 건축가의 섬&바다,달빛소나타를 피아니스트 이혜란의 연주와 함께 풀어나갈 예정이다.

박근세 사진작가의 섬,달 그리고 바다 사진을 배경으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드뷔시의 물의 반영 그리고 쇼팽의 녹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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